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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진짜 뇌관은 '석유' 아닌 '물'... 중동 생존권 통째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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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진짜 뇌관은 '석유' 아닌 '물'... 중동 생존권 통째로 흔든다

전쟁 확산 땐 해수 담수화 시설 최우선 타격 목표 부상… 식수·전력 마비 우려
GCC 국가 담수 의존도 최대 90%… 주바일 시설 파괴되면 리야드 일주일 내 폐쇄
카타르·UAE 등 '물 안보' 비상… 오염 사고 발생하면 단 3일 만에 비축분 고갈
에너지 전쟁 넘어 인류 안보 위기… 수계(水系) 전장화 여부가 분쟁 향방 결정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되고 석유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한 목표물은 해수 담수화 시설일 수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되고 석유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한 목표물은 해수 담수화 시설일 수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중동 전역으로 전쟁의 포화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석유 공급망에 쏠리고 있지만, 실제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따로 있다.

바로 중동 국가들의 생명줄인 '해수 담수화 시설'이다. 석유 공급 차질은 글로벌 시장의 공조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으나, 물 공급이 끊기는 순간 중동의 주요 도시들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담수화 시설, 현대전의 '전략적 아킬레스건'


5일(현지시각) 페르시아어 전문 뉴스 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전 세계 해수 담수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역내 400개 이상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식수의 90%, 오만은 86%, 사우디아라비아는 70%를 담수화 기술에 의존한다. 척박한 기후와 고갈된 지하수 탓에 담수화는 단순한 기반 시설을 넘어 '국가 존립을 가능케 하는 핵심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물리적 타격이나 사이버 공격, 혹은 인근 해역의 오염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동연구소(MEI)는 2025년 보고서를 통해 "중앙 집중식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란의 이웃 국가들에게 명백한 전략적 취약점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일주일이면 수도 리야드 대피해야 할 수도"


과거 유출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식수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주바일(Jubail) 시설이 파괴될 경우, 사우디 정부의 현재 구조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시설이나 송수관이 파괴되면 수도 리야드는 일주일 이내에 도시 전체를 대피시켜야 하는 재앙적 상황에 빠지게 된다.

카타르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카타르 총리는 이란 핵시설 공격 등으로 해역이 오염될 경우 단 3일 만에 식수가 바닥날 수 있다고 판단, 최근 15개의 대형 저수지를 건설해 비상용수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조차도 장기적인 분쟁 앞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석유 전쟁에서 '생존 전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이란이 전장을 국제화하고 아랍 국가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기 위해 담수화 시설을 위협할 경우, 이는 GCC 정부들을 분쟁에 직접적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물 안보는 부수적인 경제 손실이 아닌 '국가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쟁의 향방은 미사일의 궤적이나 유가의 변동폭보다, 누군가 무모하게 중동의 수계(水系)를 전쟁터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극심한 더위 속에서 식수와 전력이 끊긴 도시의 혼란은 그 어떤 에너지 위기보다 파괴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