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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절단돼도 즉각 복구… ‘불사신’ 같은 인공지능 로봇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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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절단돼도 즉각 복구… ‘불사신’ 같은 인공지능 로봇 나왔다

노스웨스턴대 연구팀, AI 진화 알고리즘 기반 ‘레그드 메타머신’ 개발
부품마다 독립적 지능 탑재… 재난 구조·극한 환경 탐사 패러다임 변화 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신체가 여러 조각으로 잘려도 각 부위가 스스로 움직여 다시 합체하거나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혁신적인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s)'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신체가 여러 조각으로 잘려도 각 부위가 스스로 움직여 다시 합체하거나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혁신적인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s)'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신체가 여러 조각으로 잘려도 각 부위가 스스로 움직여 다시 합체하거나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혁신적인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s)'을 개발했다.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인공지능(AI)이 설계한 이 기괴한 형태의 로봇이 야외 실습에서 유연한 이동성과 강력한 자가 회복 능력을 입증했다고 지난 9일(현지 시각) 전했다.

AI가 설계한 ‘에일리언’ 로봇, 자연계 움직임 그대로 재현


샘 크리그먼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존 로봇 설계 방식의 틀을 깨기 위해 ‘진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이는 다윈의 적자생존 원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것으로, 수만 번의 돌연변이와 선택 과정을 거쳐 이동 효율이 가장 높은 형태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그 결과 탄생한 로봇은 인간 엔지니어가 화이트보드에 그릴 법한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는 이 로봇은 0.5m 길이의 막대 모양 다리 두 개가 중앙 구체에 연결된 모듈을 기본 단위로 삼는다.

재미있는 점은 AI가 설계한 이 기계들이 물개처럼 몸을 흔들거나 도마뱀처럼 빠르게 달리고, 캥거루처럼 높이 뛰어오르는 등 자연계 동물의 움직임을 스스로 체득했다는 사실이다.

크리그먼 교수는 "컴퓨터 내부에서 진화한 로봇이 실제 야외 환경으로 걸어 나온 첫 사례"라면서 "복잡한 수동 보정 없이도 모래사장이나 엉킨 나무뿌리 같은 험난한 지형을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잘려도 죽지 않는다”…개별 모듈이 ‘신경·근육’ 공유


이번 연구의 핵심은 ‘운동 지능’을 내장한 독립 모듈에 있다. 각 모듈의 중앙 구체 안에는 회로 기판(신경계), 배터리(대사), 모터(근육)가 모두 들어있다. 레고 블록처럼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이 모듈들은 하나로 합쳐졌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분리되는 순간에도 죽지 않는 ‘기능적 영생’을 보여준다.

실험 과정에서 로봇이 반으로 잘리거나 여러 조각으로 파손됐을 때, 본체는 즉시 보행 방식을 수정해 남은 다리로 균형을 잡았다. 동시에 잘려나간 다리 부분은 쓸모없는 고철이 되는 대신, 스스로 구르거나 기어다니며 본체와 다시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는 독자적인 지능형 요원 역할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3개에서 5개의 다리를 가진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로봇이 뒤집어지면 본능적으로 몸을 바로 세우고,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즉각 재설정되는 모습은 기존 로봇 설계로는 불가능했던 영역이다.

자가 수리 로봇 시대 개막…재난 현장 투입 기대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된 이번 연구 성과는 앞으로 로봇공학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로봇은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전체 시스템이 멈추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반면 레드그 메타머신은 파손이 곧 새로운 형태의 시작이 되는 구조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인명 구조가 시급한 재난 현장이나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우주 공간, 심해 탐사 등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서진 조각들이 각자 정보를 수집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군집 로봇’과 ‘자가 치유 로봇’의 장점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크리그먼 교수는 "메타머신은 신속하게 조립하고 수리하며, 필요에 따라 형태를 다시 조합할 수 있는 존재"라면서 "비정형화된 야생 환경에서도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로봇의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