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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쏜 불화살, 누가 웃고 누가 우나... ‘이란발 에너지 쇼크’, 세계 경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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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쏜 불화살, 누가 웃고 누가 우나... ‘이란발 에너지 쇼크’, 세계 경제 재편

유가 100달러 돌파 시 세계 성장률 0.5%p 증발... 러시아·캐나다·브라질은 뜻밖의 특수
호르무즈 봉쇄에 직격탄 맞은 걸프국과 아시아... 유럽은 제2의 에너지 위기 공포
지난 2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이 촉발한 경제적 충격파가 전 세계 구석구석을 흔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세계 경제가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중동 분쟁이 조기에 종료되어 여름까지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에너지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어 식료품값과 여행비 등 일상 물가를 집어삼키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포인트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3월 11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에너지 자급력이 높은 미국조차 이번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년간의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순 에너지 수출국이 되었지만, 휘발유 가격 폭등은 피하지 못했다. 전쟁 시작 이후 미국 내 일반 휘발유 가격은 20% 급등했으며, 이는 가계 소비 위축과 항공·물류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8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물가는 0.2%포인트 오르고 성장은 0.1%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부국 중동의 역설과 아시아의 비명


전통적인 유가 상승의 수혜자인 걸프 지역 국가들은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덫에 걸렸다. 해상로가 막히면서 판매가 제한되고 강제 감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쟁 장기화 시 걸프국 경제가 최대 15%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같은 야심 찬 개혁안이 흔들리고 있으며, 중동 관광 수입 역시 최대 560억 달러가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이집트 파운드화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며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의 제2차 에너지 쇼크와 국가별 희비


유럽은 이제 막 시작된 경제 회복세가 꺾일 위기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의 5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주요국 중 한국과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중동 의존도가 낮더라도 글로벌 가격 상승의 영향은 피할 수 없어 이번 달 유럽 가스 가격은 50% 이상 폭등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럽의 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보다 3배나 클 것으로 예상했으며, 특히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만큼의 극단적인 폭등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의 방어막과 러시아의 뜻밖의 생존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수년 전부터 구축한 방어막으로 버티고 있다. 중국은 수개월을 견딜 수 있는 10억 배럴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국내 석탄 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비축유는 풍부하지만 저장과 운송이 까다로운 LNG 공급망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서방의 제재로 고전하던 러시아 원유는 중동발 공급 차질로 인해 다시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고, 유가 상승으로 전쟁 자금을 충당하며 경제적 숨통을 틔우고 있다.

미주 대륙의 반사이익과 글로벌 재편의 끝


러시아 외에도 원유가 풍부한 캐나다와 브라질, 그리고 최근 정권 교체 이후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비록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값과 항공료가 오르는 부작용은 있겠으나, 이들 산유국은 경제 전반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결국 이란 전쟁은 단순히 중동의 비극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수입국과 수출국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놓으며 글로벌 경제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