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 구동 5지(指) 20관절 로봇 손 개발 착수…테슬라 옵티머스 넘어 2033년 235억 달러 시장 정조준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인 '정밀 로봇 손' 개발을 위해 독립 연구 조직 '핸드랩(Hand Lab)'을 출범했다. 걷는 로봇이 아닌, 인간처럼 도구를 다루는 로봇을 완성하겠다는 선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테슬라·피규어·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에 삼성이 승부를 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확대보기모터 버리고 힘줄을 택했다…인간 근골격 모방한 기술 선택
지난 16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보도를 보면, 핸드랩이 추진하는 핵심 기술은 5개 손가락, 20개 관절로 구성된 고자유도(High-DOF) 로봇 손이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산업용 로봇이 채택한 모터 직접 구동 방식 대신, 인간의 근육·인대 구조를 모방한 '힘줄 구동(Tendon-driven)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팔뚝 쪽에 배치된 케이블이 손가락 관절을 당겨 움직임을 제어하는 원리로, 정밀 제어가 가능하고 전력 소모도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질감과 경도(硬度)까지 감지하는 독자 개발 촉각 센서를 탑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인공지능이 가상 공간을 벗어나 물리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실현으로 평가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도 대량생산 국면에서 손가락 정밀도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산업용 로봇 팔 끝단은 2~3개 손가락짜리 집게형(Gripper)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이 완전한 5지형 로봇 손 개발에 착수한 것은 이 기술 격차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030 자율 공장' 직결…레인보우 로보틱스와 수직 계열화 박차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초 2030년까지 전 제조 라인을 AI 기반 자율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핸드랩이 개발하는 로봇 손은 이 전환의 핵심인 조립 공정 로봇에 우선 적용된다.
삼성전자 내 로봇 전담 조직 '미래 로봇 기획팀(Future Robot Task Force)'은 하드웨어(기계 시스템·액추에이터)와 AI(강화 학습 기반 자율 도구 사용 알고리즘) 두 축으로 운영된다. 아마존 로보틱스 등 글로벌 기업 출신 전문 인력을 대거 수혈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계열사를 통한 수직 계열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레인보우 로보틱스는 2028년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투입할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이며, 핸드랩의 정밀 손 기술을 이식받는다. 삼성SDI의 로봇 전용 배터리, 삼성전기의 액추에이터 부품이 결합해 '설계→부품→제조'로 이어지는 독립적 로봇 공급망이 완성되는 구조다.
2033년 235억 달러 시장…"나사 조이는 능력이 승패 가른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3억 달러(약 3조 4300억 원)에서 2033년 235억 달러(약 35조 원)로 10배 이상 팽창할 전망이다.
미국은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칩을, 일본은 정밀 부품 경쟁력을, 중국은 정부 주도의 물량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이 이 혼전 속에서 '손'에 집중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명확하다. 전 세계 공장과 물류센터의 도구 및 설비는 인간의 손 크기와 움직임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도구를 쥐고 조작할 수 있다면, 수십조 원에 달하는 공장 설비 교체 없이도 기존 제조 라인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계에서는 "로봇이 얼마나 유연하게 걷느냐보다, 나사를 얼마나 정확히 조이느냐가 상업적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새 판돈…삼성 로봇 전략의 파장
삼성전자의 핸드랩 전략은 한국 제조업 전체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 분야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 공백을 채울 경우, 삼성이 자체 로봇을 자사 공장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한국 제조업 전반에 공급하는 '수요-공급 선순환'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반도체가 그랬듯, 로봇의 '엄지손가락'을 누가 먼저 쥐느냐가 다음 산업 패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의 핸드랩은 단순한 부품 연구소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적 첫 결단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