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 연합군 정밀 타격에 발사 빈도 급감… 이란 재고 소모전 '열세' 뚜렷
지하 '미사일 도시'·고체연료 극초음속 무기 등 잔여 히든카드 변수로 남아
에너지 기반시설 위협·집속탄 심리전으로 전선 확대… 호르무즈발 유가 리스크 한국도 촉각
지하 '미사일 도시'·고체연료 극초음속 무기 등 잔여 히든카드 변수로 남아
에너지 기반시설 위협·집속탄 심리전으로 전선 확대… 호르무즈발 유가 리스크 한국도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5명의 군사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 이란 미사일 지속 능력을 집중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강도 공세가 이어질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이란의 핵심 전력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는 그 시한을 "1~2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쏘고 싶어도 못 쏜다"… 발사 플랫폼 자체가 무너지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빈도가 줄어든 근본 원인은 재고 관리가 아닌 물리적 능력의 훼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박사는 FT에 이란의 발사 시스템과 지휘 네트워크를 겨냥한 연합군의 공습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신중하게 재고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가용 능력 자체가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사 메커니즘의 구조적 취약점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 정부 정보 자문 경험이 있는 리넷 누스바허 박사는 이란 미사일의 발사 준비 과정이 은폐·이동·액체 연료 주입이라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며,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위치가 노출돼 연합군의 즉각적인 역타격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한 번에 쏠 수 있는 미사일 수를 결정하는 것은 보유 재고가 아니라, 보복을 피해 살아남은 발사대의 숫자라는 뜻이다.
공급망 파괴도 치명적이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짐 램슨 연구원은 FT를 통해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미사일 모터, 추진제, 유도 장치 등 핵심 부품의 생산 시설과 조달망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비축 부품으로 단기 조립은 가능하지만, 대규모 전력을 재생산할 능력은 사실상 마비 상태라는 진단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란의 미사일 부품 상당수가 러시아·중국산 이중 용도 소재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한다. 제재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급망 복원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지하 '미사일 도시'·극초음속 무기… 아직 꺼내지 않은 패
전문가들은 이란이 탄도미사일 1000~1500기와 다수의 순항 미사일,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이란이 압도적 공세 대신 장기 소모전을 겨냥한 '버티기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소수의 미사일만으로도 걸프 지역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 테헤란이 쥔 최후의 협박 카드라는 설명이다.
이 전쟁에서 이란의 진짜 비대칭 무기는 드론이다. 2026년 3월 5일, 이란군 소식통은 개전 이후 500발 이상의 탄도·해상 미사일과 함께 약 200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으며, 발사체의 약 60%는 걸프 지역 내 미군 목표물을 겨냥했다.
이란이 집중 투입한 기종은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이다. 샤헤드 드론 1대 생산 비용은 약 5만 달러(약 7540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약 400만 달러(약 60억 원), 사드(THAAD) 미사일은 1200만 달러(약 181억 원)에 달한다. 요격 한 번에 드론 생산비용의 최대 240배를 쓰는 구조다. 이란은 이 원가 격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상대의 방공 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모시키는 '소모 강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드론은 고정 발사대가 필요한 탄도미사일과 달리 트럭에 실어 어디서든 운용할 수 있어 연합군의 사전 탐지와 선제 타격이 훨씬 까다롭다. 실제로 이란은 드론 공격으로 오만의 석유시설을 파괴하는 등 주변국 공항과 부대를 잇따라 타격했으며, 수만 대 이상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형 드론이 매일 걸프 지역 도심을 위협하고 있다.
3월 3일을 기점으로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른바 '분산형 모자이크 방어 지침(DMD)'을 발동해 전국 31개 주 혁명수비대 사령부에 상부 지침 없이 독자적 지휘권을 부여했다. 중앙 지휘 체계가 파괴되더라도 각 지역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드론·미사일 공격을 지속할 수 있는 분산 게릴라전 체제로의 전환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지침이 발동된 순간부터 연합군의 참수 작전만으로 이란의 공세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세질', '하즈 가셈' 같은 고성능 중거리 미사일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반면 '파타-2' 계열의 극초음속 활공체는 아직 실전 배치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를 쓰는 최신형 미사일은 액체 연료 방식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크게 짧아 방공망 침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이란이 마지막 패를 아끼는 이유일 수 있다.
격추율 100% 근접하지만… 집속탄 심리전으로 전선 확산
군사적 효과와 별개로 이란은 '보이는 공격'을 통한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사샤 브루흐만 연구원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집속 탄두를 섞어 쏘는 것은 요격되지 않은 파편이 인구 밀집 지역에 낙하하는 장면을 연출해 공포를 극대화하려는 계산된 전략이라고 밝혔다.
실제 방어 효율은 연합군이 압도하고 있다. 브루흐만 연구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걸프 지역을 겨냥한 공격은 거의 100%에 가까운 요격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란이 실질적 타격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전쟁은 이란의 미사일 재고가 먼저 소진되느냐, 아니면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의 요격 미사일 비축분이 먼저 바닥나느냐의 소모전으로 귀결되고 있다.
호르무즈 리스크… 한국 에너지 수급·방산 수출 촉각
이 전쟁의 파장은 중동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그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봉쇄 또는 공격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란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해협 인근 원유 수송로나 아랍에미리트 정유 시설을 타격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방산 시장에서는 기회의 시각도 있다. 한국의 K방산도 이 전쟁의 한 축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지대공미사일 '천궁'이 이번 전쟁에서 실전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샤헤드 드론과의 교전에서 요격 성공 사례가 쌓이며, 중동 각국의 추가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국가들의 방공 체계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기업의 수출 상담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쟁에서 K방산의 탄약·방공 시스템 성능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
지금 테헤란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생산 시설 파괴, 발사 플랫폼 감소, 공급망 차단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이란이 과거 수준의 파상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1~2주"라는 시한은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지하 벙커에 숨겨진 고체연료 미사일이 변수를 키운다.
문제는 이란이 수세에 몰릴수록 극초음속 무기나 에너지 인프라 공격 같은 비대칭 카드를 쓸 유인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 전쟁이 단순한 소모전으로 끝날지, 아니면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번질지는 이란이 마지막 패를 꺼내는 순간 판가름 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