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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RAI 연구소, 바퀴 달린 로봇 '로드러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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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RAI 연구소, 바퀴 달린 로봇 '로드러너' 공개

15㎏ 이족 바퀴 로봇, 계단·경사로·외발 균형 구현…휴머노이드 대안 부상
시뮬레이션 훈련만으로 실제 즉시 구동 성공…현대차 2028년 로봇 3만 대 양산 직결
두 바퀴로 계단 오르고 한 발로 균형 잡는다…현대차 6000억 원 베팅한 'RAI 로봇'의 정체
현대차 RAI 연구소가 개발한 이족 바퀴형 로봇 '로드러너'가 한 바퀴만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사진= 현대차 RAI 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RAI 연구소가 개발한 이족 바퀴형 로봇 '로드러너'가 한 바퀴만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사진= 현대차 RAI 연구소


로봇이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런데 발 대신 바퀴를 달고, 상체도 없이 다리 두 개만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한 바퀴만으로 균형을 잡는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4억 달러(약 6000억 원)를 쏟아부은 미국 로보틱스·인공지능(AI) 연구소(RAI Institute·이하 RAI 연구소)가 이달 공개한 이족 바퀴형 로봇 '로드러너(Roadrunner)'가 로봇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테크놀로지 전문매체 뉴아틀라스(New Atlas)가 29일(현지시각) 이를 보도했다. 단순한 시제품 발표가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업들이 저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금, RAI 연구소는 "인간의 몸을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는 역발상으로 로봇 이동성의 새 판을 짜려 하고 있다.

무릎이 앞뒤로 다 굽힌다…로드러너의 3가지 파격


로드러너의 외형은 단순하다. 15㎏(33파운드)짜리 두 다리에 바퀴가 달린 것이 전부다. 상체도, 팔도 없다. 그런데 이 단순한 구조 안에 세 가지 핵심 기술이 녹아 있다.

첫째는 '이중 주행 모드'다. 로드러너는 좌우 나란히 놓인 바퀴 배열과 앞뒤 일렬 배열 두 가지 방식을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단일 제어 정책으로 두 가지 주행 방식을 모두 처리하도록 훈련됐다. 좁은 통로에서는 일렬로, 넓은 공간에서는 나란히 달리는 식이다.

둘째는 '완전 대칭 관절'이다. 무릎이 앞으로도, 뒤로도 모두 굽혀진다. RAI 연구소는 "무릎을 앞뒤 어느 방향으로도 구부릴 수 있어 장애물 회피와 방향 전환에 활용된다"고 밝혔다. 로봇의 바퀴는 장애물을 오를 때 발의 역할도 겸해 계단을 한 칸씩 밟아 오른 뒤 경사로에서는 다시 바퀴 주행으로 전환하며, 역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올 때도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셋째가 이번 공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이다. 지면에서 다양한 자세로 스스로 일어서는 동작과 한 바퀴만으로 균형을 잡는 동작 등이 추가 훈련 없이 실제 하드웨어에서 즉시 구현됐다.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제어 정책을 실제 기체에 그대로 이식해 바로 작동시키는 이른바 '제로샷 전이(zero-shot transfer)'다.

이 제로샷 전이는 로봇 분야의 오랜 난제였다. 이를 달성하면 기존에 수개월이 걸리던 시뮬레이션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로봇 개발 주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현대차 로봇 2028년 양산의 두뇌…'피지컬 AI' 경쟁의 판도


로드러너 한 대가 불러일으킨 관심의 이면에는 현대차그룹의 거대한 로봇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RAI 연구소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가 출자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가 지분 투자해 설립됐으며, 연구소장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창업자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가 맡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스팟(Spot), 아틀라스(Atlas) 등 제품 상용화를 담당한다면, RAI 연구소는 로봇에 심을 AI 두뇌를 연구하는 역할을 맡는 구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양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만 총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이 가운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하드웨어 경쟁력에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기반 모델을 결합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이끌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로보틱스 비전이 분명하지만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20분의 1에 불과해 과소평가된 상태"라며 물리적 AI 투자의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했다.

또한, "2027년부터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외부 고객 확보를 본격 추진하고 현대차는 테슬라가 독점해온 자율주행·로보틱스 미래 가치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로봇 업계 안팎에서는 로드러너가 단순히 연구용 시제품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업계에서는 "바퀴와 다리를 결합한 경량 플랫폼은 풀 사이즈 휴머노이드보다 제조 단가와 유지 비용이 낮아 물류·설비 점검 분야에서 먼저 상용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피규어AI(Figure AI)는 피규어 02를, 그리고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각각 공장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검증을 밟고 있다.

로드러너는 그 경쟁 구도에서 '상체 없이도 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다. 현대차그룹이 RAI 연구소에 베팅한 6000억 원이 어떤 형태의 로봇으로 돌아올지, 2028년 양산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