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 2나노, TSMC 병목이 만든 '구조적 균열' 파고든다…수주 130% 확대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삼성 2나노, TSMC 병목이 만든 '구조적 균열' 파고든다…수주 130% 확대 승부수

CoWoS 패키징 포화에 팹리스 대안 수요 급증…수율 40%→60% 끌어올리는 '신뢰 회복전'
SF2P 공정·턴키 전략·테일러 팹 3월 가동…2026년 파운드리 패권 3대 변수
삼성전자는 올해 1월 29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HPC(고성능컴퓨팅) 응용처를 중심으로 2나노 수주 과제가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올해 1월 29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HPC(고성능컴퓨팅) 응용처를 중심으로 2나노 수주 과제가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키움증권은 현재 연간 36000억 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2027년 영업이익 18000억 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력이 갑자기 앞선 것이 아니다. TSMC가 스스로 만들어낸 '공급의 벽'이 삼성에게 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29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HPC(고성능컴퓨팅) 응용처를 중심으로 2나노 수주 과제가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선언은 단순한 목표치가 아니다. 이미 물밑에서 고객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이며, TSMC의 과부하가 만들어낸 구조적 균열이 삼성의 기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TSMC의 병목, 공정만이 아니다…'패키징 전쟁'이 본질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하나 있다. '공정 부족''패키징 병목'은 다르다는 점이다.

공정 부족은 한마디로 가동률 문제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Front-end) 단계에서 발생한다. 반도체를 찍어낼 웨이퍼 자체의 생산 용량이 부족한 상태다. 기계가 모자라거나 공장(Fab) 가동률이 꽉 차서 설계도대로 칩을 더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상황이다.

반면 패키징 병목은 처리 지연이다. 다 구워진 칩을 보호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후공정(Back-end) 단계이다. (웨이퍼)은 이미 다 만들어졌는데, 이를 조립하고 포장하는 패키징 공정의 처리 속도가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태다.. 최근 HBM(고대역폭 메모리)처럼 여러 칩을 수직으로 쌓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할 때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드웨어프리미엄(HardwarePremium)이 지난달 31(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AI 반도체 산업 분석가들이 지금 가장 주목하는 것은 TSMC 3나노 공정의 포화만이 아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3분기에도 TSMC3나노 및 4/5나노 공정 노드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졌으며, 애플이 3나노 생산의 대부분을 선점하고 엔비디아·AMD AI 칩 기업들은 순번을 기다리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SMCCoWoS(칩온웨이퍼온기판) 패키징 라인은 2026년 내내 사실상 전량 매진 상태다. CoWoS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연결하는 첨단 후공정 기술로, 이 공정 없이는 엔비디아 블랙웰, AMD MI300 같은 AI 가속기 칩을 완성할 수 없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TSMCCoWoS 월 생산량이 75000~8만 장 수준이며, 2026년 말까지 12~13만 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속도조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지금 글로벌 AI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공급 병목은 '칩 공정''패키징 용량'이라는 두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칩 부족의 근본 원인을 공정 부족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절반짜리 분석"이라며 "CoWoS 슬롯 확보 여부가 실제 제품 출하 일정을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이 지점에서 차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Turnkey)' 솔루션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원스톱 솔루션을 원하는 고객사들과 다양한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TSMCCoWoS 병목을 우회하려는 팹리스 기업들에게 삼성의 일괄 공급 체계는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 분산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율 40%대→60% '기술 검증 고비'…양산 기준 70%는 넘어야


130% 목표가 단순한 희망 수치가 아닌 이유는 이미 계약이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2033년까지 22조7000억 원 규모의 AI칩 'AI6'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테슬라 측은 최근 기존 계약 물량에 더해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퀄컴·AMD가 잠재적 2나노 수주처로 거론되고, 미국·중국 대형 고객사들과의 협의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저런 숫자가 구체화된 것은 이미 대화가 진행 중이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핵심은 2세대 2나노 공정 'SF2P'. SF2P1세대 공정(SF2) 대비 성능이 12%, 전력효율이 25% 향상된 차세대 공정으로, 테슬라 수주 이후 미국·중국 대형 고객사들과 협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 P5 공장에는 시장 수요에 따라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생산 구조가 도입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은 지난 3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시험 가동을 시작해 연내 본격 양산 체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봐야 할 숫자가 있다. 수율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의 2나노 공정 수율은 60%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 60%는 초기 GAA 3나노 공정의 20~30% 대비 크게 향상된 수치로, 기술 검증이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형 고객사를 본격 공략하려면 양산 기준인 70~80%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수주 계획과 기술 자신감은 분명해졌지만, 이를 실제 양산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율과 안정적인 공정 운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삼성의 2나노는 '기술 검증 단계'이며, '대형 고객 본격 확보 구간'인 수율 70% 달성이 파운드리 반전의 실질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엑시노스 2600 실전 배치…GAA 상용화의 리트머스 시험지


삼성 파운드리가 직접 양산한 첫 2나노 GAA 제품인 엑시노스 2600은 갤럭시 S26 S26 플러스(한국·유럽 등)에 탑재됐다. 이는 공정 기술 검증의 측면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삼성전자는 CPU 성능을 전작 대비 최대 39% 향상하고, AI 연산을 담당하는 NPU 성능을 113% 끌어올렸다고 발표했다. 업계 최초로 '히트 패스 블록(HPB)' 방열 구조를 적용해 발열 관리를 강화했다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실전 결과는 어떤가. 실사용 배터리 비교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탑재 모델이 9시간 26분을 기록한 반면 엑시노스 2600 탑재 모델은 6시간 48분에 그쳐 약 28%의 배터리 효율 격차가 확인됐다. 게이밍 환경에서는 프레임 방어 능력에서 앞섰지만, 칩 온도가 최고 49도 수준까지 상승하고 후반부에 성능 저하가 관찰됐다.

반도체 설계 전문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업계 최초의 2나노 GAA 공정 양산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면서도 "설계 최적화 영역에서 퀄컴과의 격차를 메우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엑시노스 2600의 성적표는 단순한 스마트폰 칩 문제가 아니다. GAA 공정 자체의 상용화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외부 팹리스 고객들이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참고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TSMC·삼성·인텔 3각 구도…지정학이 '3의 변수'


삼성과 TSMC2강 구도로만 보면 현실을 절반만 읽는 것이다. 인텔이 변수다. 인텔 파운드리는 2나노급 공정인 18A를 앞세워 2026년부터 고객 웨이퍼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수율과 생태계 측면에서 검증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인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국산 제조'라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수혜를 토대로 미국 정부 조달 및 방산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편 지정학 리스크는 삼성에게도 기회다. 대만 해협 불안정성이 장기화할수록 대만 TSMC에 집중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033년까지 22조 원대 규모의 AI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순수한 기술 경쟁력만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 기지(테일러 팹)를 보유한 공급망 안정성이 평가받은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의 테슬라 계약은 기술 역전보다 지정학과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만들어낸 구조적 공간으로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향후 3년의 파운드리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와 함께 신중한 전망을 보인다.

"파운드리는 기술 산업이 아니라 신뢰 산업"…정부 대응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핵심은 수율 데이터보다 고객 신뢰의 회복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에서 수율 부진과 납기 지연으로 퀄컴·엔비디아 등의 물량을 잃은 전례가 있다. 파운드리 산업의 속성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기술 산업이 아니라 신뢰 산업"이다. 기술이 앞서 있어도 납기 안정성과 수율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형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내 테슬라 매출 비중이 20273%에서 20313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 계약 기반의 신뢰가 쌓일 경우 파운드리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뒷받침도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K-칩스법)를 시행하고 있으나, CHIPS Act를 통해 삼성 테일러 팹에 64억 달러(9조 원)의 보조금을 직접 제공한 미국과 비교하면 규모와 속도 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드리 생태계 육성을 위한 팹리스 스타트업 지원, 숙련 엔지니어 양성 인프라 확충, 핵심 공정 기밀 보안 강화 등 소프트웨어적 지원 체계를 함께 갖추지 않으면 하드웨어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2026년 삼성 파운드리, 무엇을 지켜봐야 하는가


2026년 하반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TSMC의 과부하가 만들어낸 기회의 창은 실제로 열려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잡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2나노 수율이 70%를 돌파해 대형 팹리스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 엑시노스 2600으로 확인된 발열·전력 효율 한계를 SF2P 공정 최적화로 극복하는 것, 그리고 테일러 팹 가동률을 끌어올려 미국 고객사에게 '지정학적 안전지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다.

투자자와 산업 관계자라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SF2P 분기별 수율 발표치가 70%를 넘는 시점. 둘째, 퀄컴·AMD 등 상위 팹리스 고객사의 2나노 시제품(MPW) 협업 착수 여부. 셋째, 테일러 팹의 분기 가동률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는 타이밍이다. 이 세 지표가 동시에 녹색 신호를 켜는 순간, 삼성 파운드리의 '만년 2' 꼬리표를 떼는 진짜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