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율 22%→2%대 급락… 아이폰17 공세에 안방 프리미엄 시장 내줘
엔비디아 대항마 '어센드' 칩, 美 장비 봉쇄로 수율 한계… '설계보다 제조'가 관건
스마트카 매출 72% 폭증하며 '플랫폼 기업' 변신 가속… 구조적 정체 돌파구 될까
엔비디아 대항마 '어센드' 칩, 美 장비 봉쇄로 수율 한계… '설계보다 제조'가 관건
스마트카 매출 72% 폭증하며 '플랫폼 기업' 변신 가속… 구조적 정체 돌파구 될까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화웨이의 2025년 매출이 8809억 위안(약 192조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기록했던 22% 성장률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진 수치다. 이번 실적 둔화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화웨이가 지향해온 '중국식 폐쇄 루프(Closed Loop)' 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시장의 귀환… 아이폰17에 밀린 '애국 소비'
화웨이 성장을 견인하던 스마트폰 사업부의 부진이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으나, 출하량은 오히려 전년보다 2% 감소했다.
반면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7 시리즈의 흥행을 발판 삼아 중국 내 출하량을 4% 늘렸다. 중국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0.6%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이는 화웨이가 주도하던 '애국 소비' 열풍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애플의 반격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노리던 고가 시장 주도권을 애플이 다시 잠식하면서 화웨이의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설계는 엔비디아급, 생산은 '병목'… AI 칩의 이중고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공백을 메울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기술력보다는 '제조 공급망'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3년 단위의 칩 로드맵을 가동 중이나,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원천 봉쇄되면서 위탁 생산을 맡은 SMIC의 제조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 "설계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미세한 공정을 수율 있게 찍어낼 수 있느냐"는 제조 게임에서 수세에 몰린 셈이다.
여기에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캄브리콘 테크놀로지 등 전문 팹리스의 부상과 알리바바, 바이두 등 빅테크의 자체 칩 전환은 화웨이를 '외부 봉쇄'와 '내부 경쟁'이라는 이중 압박 구조로 몰아넣고 있다.
스마트카, '체면치레' 넘어 차세대 탈출구로 급부상
전체적인 정체 속에서도 스마트카 솔루션 부문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자율주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이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 위안(약 9조 8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폭증했다.
이는 화웨이가 단순 가전·통신 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21%가 넘는 1900억 위안(약 41조 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안드로이드 독립 운영체제(OS)와 전기차 기술 고도화에 올인하고 있다. 스마트카 사업은 이제 보조 수단이 아닌, 하드웨어 제조의 한계를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돌파하려는 화웨이의 핵심 축이 됐다.
'제조의 벽' 앞에 선 화웨이, 향후 시나리오는?
화웨이의 미래는 이제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닌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화웨이의 명운을 가를 두 가지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재도약이다. SMIC와의 협력을 통해 7나노 이하 공정 수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스마트카 플랫폼이 중국 표준으로 정착할 경우, 화웨이는 '내수 기반의 종합 AI 기업'으로 부활할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장기 정체다. EUV 장비 접근 불가 상황이 지속되어 최첨단 AI 칩 공급에 차질을 빚고, 프리미엄 폰 시장을 애플에 지속적으로 내준다면 화웨이는 '중저가 내수 전용 기업'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신질생산력'을 강조하며 화웨이와 같은 기술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지원만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첨단제조 장비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화웨이가 직면한 성장 급제동은 단순한 실적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기술 자립 모델이 맞닥뜨린 '거대한 제조의 벽'을 상징하고 있다. 향후 화웨이의 생존은 △SMIC의 미세공정 수율 개선 여부 △화웨이 독자 OS의 생태계 확장 속도 △미국의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 통제 강도에 달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