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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탄소 반도체’ 양산 성공…70년 실리콘 신화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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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탄소 반도체’ 양산 성공…70년 실리콘 신화 붕괴 위기

력 효율 10배 탄소나노튜브(CNFET) 공정 확립, ‘미세 공정’ 한계 돌파
삼성·SK ‘실리콘 성벽’ 흔드는 소재의 역습… 미국 주도 차세대 패권 재편
2024년 7월 25일 싱가포르에 있는 지속 가능한 AI 공장의 지속 가능한 금속 클라우드(SMC) 하이퍼큐브에 칩이 잠긴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7월 25일 싱가포르에 있는 지속 가능한 AI 공장의 지속 가능한 금속 클라우드(SMC) 하이퍼큐브에 칩이 잠긴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지탱해온 실리콘의 시대가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온 실리콘 패권을 끝내고 그 자리를 대체할 탄소 나노튜브(CNFET) 기반의 칩이 드디어 실험실을 넘어 대량 생산의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MIT와 아날로그디바이스(ADI)가 공동으로 일궈낸 이 성과는 단순히 새로운 소재의 등장을 넘어, 미세 공정 한계에 다다른 반도체 산업의 물리적 지형도를 완전히 재편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시작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com)가 4월 1일 '탄소 나노튜브 현장 효과 트랜지스터의 상업용 웨이퍼 제조 자동화(Automated wafer-scale fabrication of carbon nanotube field-effect transistors)'라는 제하의 아티클에서 전한 바에 의하면,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 파운드리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탄소 나노튜브를 정밀하게 배치하는 상용화 공정을 증명해냈다. 이는 그동안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탄소 반도체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열과 전력의 굴레에서 벗어난 꿈의 소자


실리콘 반도체는 3나노 이하로 내려갈수록 누설 전류와 발열이라는 가혹한 물리적 벽에 부딪혀왔다. 반면 탄소 나노튜브는 실리콘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면서도 열 발생이 극히 적다. 동일한 전력으로 실리콘 칩보다 10배 이상의 연산 성능을 내거나, 같은 성능에서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력 고갈 위기에 처한 AI 데이터 센터와 주행 거리에 목매는 전기차 시장이 탄소 나노튜브에 열광하는 이유다.

한국 반도체 70년 성공 방정식의 붕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나노 단위의 미세 공정을 깎아내는 기술로 세계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판 자체가 탄소로 바뀌면 기존의 노광 장비와 식각 공정 노하우는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이 될 위험이 크다. MIT가 보여준 공정 혁신은 실리콘 기반의 초미세 공정에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 한국 반도체 전략에 근본적인 실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소재 패권 재편


탄소 나노튜브 반도체 기술의 주도권이 MIT와 아날로그디바이스(ADI)로 각각 대표되는 미국 학계와 설계 전문 기업으로 넘어가는 시나리오는 한국에 치명적이다. 제조 기술력으로 버티던 파운드리 시장에서 소재와 설계 도구(EDA)를 선점한 미국이 제조 공정의 표준까지 장악하게 되면, 한국은 다시금 미국의 기술 라이선스 아래 종속되는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재 혁명이 가져올 비정한 지정학적 결말이다.

실리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최후통첩


CNFET의 웨이퍼 배치 성공은 반도체 산업의 시계바늘을 포스트 실리콘 시대로 강제로 돌려놓았다. 이제 1나노 경쟁은 의미가 없다. 누가 먼저 탄소 기반의 양산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다음 70년의 패권을 결정한다. 한국 반도체가 실리콘의 영광에 취해 있는 사이, 보이지 않는 탄소의 물결이 이미 우리의 발밑까지 차오르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