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임실근의 단상] 부활절, 한국 교회의 신앙 실천 과제

글로벌이코노믹

[임실근의 단상] 부활절, 한국 교회의 신앙 실천 과제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예수 그리스도는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며 세상과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권력과 무력 대신 나귀를 타고 입성해 겸손과 평화를 드러냈다. 이는 고난을 피하지 않겠다는 결단이자 힘과 지배를 넘어선 새로운 선언이었다. 그의 선택은 신앙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의 행보는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였다. 그는 십자가의 극한 고통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인간의 연약함을 받아들였다. 이는 신앙이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의 삶은 믿음이 실제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드러낸다.

십자가에서 그는 “다 이루었다”라며 자신의 사명을 완성했음을 드러냈다. 이어 “내 영혼을 맡기나이다”라는 고백은 절대적 신뢰를 상징한다. 이는 죽음을 넘어 인간이 신에게 자신을 모두 맡기는 신앙의 표현이다. 이 사건은 믿음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방향을 깊이 묻는 장면이다.

위르겐 몰트만은 이 사건을 하나님이 인간 고통에 직접 참여한 사건으로 해석했다. 신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 현실 속에서 함께 감당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서방 신학도 십자가를 인류 구원의 중심 사건으로 이해하며, 신앙의 중심을 고통과 연대 속에서 찾도록 안내한다.
부활절은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절기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선언으로,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활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도 계속 해석되고 실천되어야 할 신앙의 핵심이다.

초대 교회는 부활 신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하나의 신앙 고백으로 연결되며, 교회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신앙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적 삶으로 확장되었으며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책임을 포함했다.

특히 니케아 공의회는 부활절의 기준을 정립하며 교회의 일치를 제도적으로 확립했다. 이는 단순한 날짜 조정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전통 속에서도 하나의 신앙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러한 과정은 교회가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역사적 기반을 잘 보여준다.

복음서는 예수를 단일한 존재가 아닌 복합적 인물로 증언한다. 그는 왕이면서 종이며, 인간이면서 신적 존재로 나타난다. 이러한 다층적 모습은 신앙을 단순한 교리로 환원하지 않고 깊은 성찰로 이끈다. 부활 사건은 믿음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는 기준으로 신앙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신앙 이해는 문익환 목사의 설교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1983년 EYC 부활절 설교에서 부활을 단순 기적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사건으로 해석했다. 그의 메시지는 신앙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믿음의 본질을 묻게 한다.
그는 부활 기록이 완전하게 증명되지 않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불확실성이 오히려 신앙을 더 깊게 만든다고 보았다. 부활은 과학적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결단이자 인간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신앙을 실천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 탄생은 부활의 중요한 결과로 이해된다. 교회는 건물과 제도가 아니라 부활 신앙을 공유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이며 그 자체가 부활의 증거이다. 초기 공동체의 연대와 헌신은 신앙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힘임을 보여주며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활절은 이러한 신앙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절기로, 공동체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공의회를 통해 기준이 정립되며 교회의 통일성과 보편성이 강화되었다. 이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도 하나의 믿음을 유지하려는 역사적 노력의 결과로, 신앙 공동체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본래의 본질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부활의 의미가 개인적 위로와 구원에 머무르고 사회적 책임으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앙과 삶의 간극을 더 넓히고 공동체적 의미를 약화시키면서, 신앙의 공공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교회의 과제는 신앙을 언어의 유허가 아닌 삶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 예배와 선언에 머무르는 신앙은 쉽게 형식화되어 본질을 잃는다. 부활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힘이어야 하며, 교회는 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