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상선 2척 나포·미군은 인도양서 이란 유조선 나포 '맞불'
IEA "역사상 최대 에너지 안보 위기"… 하루 1300만 배럴 공급 차단, 한국 연간 에너지 비용 10조 원↑
IEA "역사상 최대 에너지 안보 위기"… 하루 1300만 배럴 공급 차단, 한국 연간 에너지 비용 10조 원↑
이미지 확대보기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3달러(약 15만2285원) 선을 넘어섰고, 전문가들은 봉쇄 장기화 시 한국의 연간 에너지 비용이 10조 원 이상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포 vs. 차단… 호르무즈 '이중 봉쇄' 격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현지시각 2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나마 국적 컨테이너선 MSC 프란체스카(MSC Francesca)와 라이베리아 국적 에파미논다스(Epaminondas)를 나포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으로 끌고 갔다. 혁명수비대는 두 선박이 항행 허가 없이 운항하고 항법 장치를 무단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23일 그리스 외무장관 요르고스 게라페트리티스는 "에파미논다스는 현재 이란인 없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고 밝혔다.
에파미논다스의 선원 21명(우크라이나·필리핀 국적)을 관리하는 그리스 해운사 테크노마 쉬핑은 "선원 전원 안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운송사 MSC가 운항하는 MSC 프란체스카에는 몬테네그로 선원 4명(선장 포함)이 승선해 있으며, 몬테네그로 해사부 장관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선원들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혁명수비대는 세 번째 선박에도 총격을 가했으나 피해는 없었다고 해양 보안 당국이 확인했다.
미군은 맞불을 놨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23일 인도양에서 이란 원유를 싣고 운항 중이던 제재 대상 선박 마제스틱 엑스(Majestic X)에 해병대원을 헬기로 투입해 승선 검색을 실시했다.
이란 원유 유조선 도레나(Dorena)는 미군 구축함이 에스코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Centcom에 따르면 봉쇄 개시 이후 31척을 회항시켰으며, 현재 1만 명의 병력, 항공기 100여 대, 군함 17척이 호르무즈 해역에 투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는 선박은 모두 격침하라고 해군에 명령했다. 주저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기뢰 제거 작전을 "3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해협 내 기뢰가 20개 이상 매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미군이 해협을 완전히 소해(掃海)하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을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번 주 정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선언하면서도 해상 봉쇄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는 23일 "해협에 대한 제한 조치는 외부 위협에 맞서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돌렸다.
"역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 하루 1300만 배럴 공급 차단
IEA 수장 파티흐 비롤은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CNBC 컨버지 라이브(CONVERGE LIVE) 행사에서 "현재 세계는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비롤은 "현재까지 하루 13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단됐고, 핵심 원자재 공급도 대규모로 교란됐다"고 설명했다.
비롤은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 때 각각 500만 배럴씩의 일일 공급이 중단됐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대규모 가스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환기하며 "지금의 위기는 그 사태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IEA 4월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전 세계 원유 공급은 하루 1010만 배럴 급감해 97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제품 수출 흐름이 지금은 하루 200만 배럴 안팎으로 줄었다.
국제유가는 23일 오전 기준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103달러 38센트(약 15만2765원, 1달러=1,482.3원 기준), 미국산 원유(WTI) 선물이 배럴당 94달러 46센트(약 13만 9611원)를 기록했다.
SEB 분석가 비야르네 실드롭은 "시장이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에서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며 "5월 초 재개방 기대가 무너지면 유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앞서 봉쇄 장기화 때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약 20만692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산유국들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체 항로를 찾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IE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과 UAE의 하브샨-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을 합친 가용 처리 용량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에 그쳐 전쟁 전 해협 통과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은 이란의 공격으로 처리량이 하루 70만 배럴 줄었고, 푸자이라 항도 이란 드론 공격으로 원유 선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의 야스크(Jask) 원유 터미널도 현재 사실상 비가동 상태다. IEA는 "2024년 말 시험 출하 이후 추가 원유 수출이 없었으며, 현재로선 실질적 수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터키 연결 파이프라인(총용량 하루 160만 배럴)은 봉쇄 이후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초기 처리량은 하루 25만 배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롤은 유럽의 제트 연료 위기에도 경고를 날렸다. "유럽은 제트 연료의 약 75%를 중동 정유소에서 공급받았는데, 그게 지금 사실상 제로가 됐다"며 "항공 여행을 줄이는 조치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루프트한자는 23일 이란 전쟁에 따른 항공유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오는 10월까지 단거리 노선 2만 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30개국 이상의 군사 기획자들이 해협 재개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런던에 모였다.
영국 국방장관 존 힐리와 프랑스 국방장관 카트린 보트랭은 공동 성명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으나, 영국 정부는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지속 가능한 정전 합의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한국은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전쟁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률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이 근거가 된 국제유가 가정치는 배럴당 60달러였다. 현재 유가 수준은 그 가정치의 1.7배에 이른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기초 원료인 납사(나프타)의 54%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탓에 봉쇄가 장기화하면 공정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를 때마다 한국의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이 약 10조 원 늘어나며, 50달러 상승 시에는 25조 원대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분석이다.
전쟁 발발 전 기준 배럴당 60달러 선이었던 국제유가가 현재 103달러 수준이니 상승 폭만 43달러에 달해 연간 추가 비용은 20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계산도 나온다.
스팀슨 센터 제임스 김 한국 프로그램 국장은 "단기적인 분쟁은 비축분으로 견딜 수 있지만, 봉쇄가 수개월 이상 지속 되면 한국의 제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프랑스와의 정상회담 후 "호르무즈 해협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외 지역 원유 구매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90%에서 100%로 확대하고,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가동도 준비 중이다.
협상 재개 전망은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새 협상 시작에 "시간 압박이 없다"며 "전쟁을 끝내는 데도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알렉산더 더 크루 사무총장은 "이번 전쟁의 영향으로 3000만 명 이상이 다시 빈곤층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비료 부족이 이미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