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정기 주주총회서 '10년 임기 연장' 재확인... 5남매 경영 전면 배치
아르노 가문 지배력 50% 돌파, '상속 전쟁' 대신 '안정적 세대교체' 전략
아르노 가문 지배력 50% 돌파, '상속 전쟁' 대신 '안정적 세대교체' 전략
이미지 확대보기르몽드(Le Monde)와 AFP 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열린 LVMH 연례 주주총회서 아르노 회장이 후계자 지명 시기를 묻는 주주의 질문에 "오는 2032년 이후에나 논의하자"며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은퇴설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직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이사 임기를 10년 연장하는 안을 99%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킨 바 있다.
이번 발언은 그가 80대 중반까지 경영 일선을 지키며 가문 중심의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스트 아르노' 시계 멈췄나... 아르노 회장 "7~8년 뒤 다시 오라"
이날 주총의 핵심 쟁점은 단연 '포스트 아르노' 시대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였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특유의 여유 있는 태도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지난해 10년 임기 연장이 승인됐으니, 후계 문제는 7~8년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아르노 가문이 LVMH 지분을 50.01%까지 확보하며 과반 지배력을 확보한 시점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아르노 일가는 전체 의결권의 65.94%를 장악하고 있다.
외부의 경영권 간섭을 완벽히 차단한 상태에서 자녀들 간의 내부 경쟁과 경영 능력을 검증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주총을 두고 아르노 회장이 자녀들을 단순한 후계 후보군이 아닌, 그룹의 각 핵심 포스트를 책임지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대외적 승인을 받는 자리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부서 장악한 5남매... '분할 통치' 통한 실무 검증 가속화
현재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는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완벽한 '가족 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이들은 단순한 지분 상속을 넘어 각 사업 부문의 의사결정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장녀인 델핀 아르노는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Dior)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장남 앙투안 아르노는 그룹 전체의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동시에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올 SE의 부회장직을 맡아 가문의 지배력을 관리한다.
차세대 경영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최근 티파니 부사장에서 모에 헤네시(Moët Hennessy)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겨 주류 부문을 책임지게 됐으며, 삼남 프레데릭 아르노는 로로피아나(Loro Piana) CEO와 LVMH 시계 부문 총괄을 겸임하며 그룹 내 신성장 동력을 이끌고 있다.
막내인 사남 장 아르노 역시 루이비통(Louis Vuitton) 시계 부문의 마케팅 이사로 재직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배치는 자녀들이 각기 다른 영역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게 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승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그룹 전체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아르노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력 50% 돌파한 '명품 제국', 승계 리스크 관리 주력
이번 주총에서 아르노 회장은 차남 알렉상드르와 삼남 프레데릭을 이사회 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다섯 자녀 중 네 명을 이사회에 입성시켰다. 그는 자녀들을 차례로 단상에 세우며 "아이들이 야심 있어 보이냐"는 농담을 던져 장내 분위기를 주도했다.
최근 아르노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엘렌 메르시에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자녀들 사이에 갈등은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향후 7~8년이 이들의 서열과 역할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르노 회장이 당분간 자녀들에게 각 사업부를 맡겨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분석가는 "아르노 회장은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단순화하고 가문 지분을 과반 이상으로 높여놓았다"며 "이는 특정 개인에게 권력을 몰아주기보다 가문 전체가 경영권을 방어하며 연착륙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총은 '은퇴 선언'이 아닌 '장기 집권'의 공식화였다. 아르노 회장은 향후 10년 동안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며, 자녀들이 제국의 후계자로서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한 셈이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아르노 회장의 구상대로 2030년대에 이르러서야 그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