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해진 임단협 흔드는 중도 요구
전문가들 "성과 배분, 파업 명분 삼기 어려워"
전문가들 "성과 배분, 파업 명분 삼기 어려워"
이미지 확대보기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23일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쟁점은 요구 방식이다. 노조는 높은 경영 성과를 근거로 추가 보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임금과 성과급의 기본 틀은 이미 전년도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정리된 사안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협약이 유효한 기간에 중도 요구를 새롭게 제기하고 이를 파업 압박과 연결하는 것은 노사 합의의 안정성을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당성은 없다고 본다"며 "임금과 성과급은 이미 전년도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윤곽이 정해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약이 유효한 기간에는 이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 협상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이미 정해진 협약이 있는데도 중간에 요구를 바꾸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업 카드를 꺼내는 방식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생산 중단과 재가동에 따른 비용이 큰 장치산업이다. 한 번 차질이 생기면 단기 손실뿐 아니라 고객사 신뢰와 공급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마 수석연구원은 "생산 차질이 고객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업종 특성상 노사갈등 자체가 경쟁사 대비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과 보상은 필요하지만 보상 체계는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특정 시점의 성과를 곧바로 대규모 성과급 요구로 연결하면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배당 규모보다 훨씬 큰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이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미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성과를 냈느냐가 아니라 그 성과를 둘러싼 요구가 정당한 절차와 지속 가능한 기준 안에서 제기됐느냐다. 이미 정해진 협약을 흔들고 파업을 압박 수단으로 삼는 방식은 보상 요구의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킨다. 성과급 논의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와 투자 여력을 흔드는 리스크로 번지는 순간, 노조의 청구서는 내부 배분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 훼손의 문제로 바뀐다.
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