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질환부터 암 영상까지 ‘디지털 금광’ 수익화… 제약·AI 기업에 매각
정부 주도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 정책… ‘비식별화’ 의무 속 데이터 품질 확보가 관건
정부 주도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 정책… ‘비식별화’ 의무 속 데이터 품질 확보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임상 데이터가 알고리즘이나 컴퓨팅 파워보다 더 희귀한 자원으로 평가받으면서, 병원 내 잠들어 있던 기록들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공공병원들은 최근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비식별화된 의료 데이터셋을 AI 및 제약 기업에 매각하며 본격적인 ‘의료 데이터 경제’ 시대를 열고 있다.
◇ 간 질환에서 종양 영상까지… 현금화되는 임상 기록
최근 산둥 제1부속병원은 환자 1000여 명의 신원 정보를 제거한 간 질환 및 이식 관련 임상 데이터셋을 기술 기업에 약 3만 위안(약 4400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산둥성 내 첫 의료 데이터 거래 사례로 기록됐다.
수도의과대학 현무병원은 경동맥 스텐트 시술 기록 2550건을 베이징 국제 빅데이터 익스체인지에 판매해 국산 의료기기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다.
선전 인민병원은 2015년부터 축적된 고품질 노인 데이터 세트를, 선전 산모보건병원은 수십만 명의 임산부 초음파 이미지와 임신성 고혈압 환자 기록을 시장에 내놓았다. 시안과 광저우의 데이터 거래소 역시 폐암, 간암 등 고발생률 암 관련 데이터셋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AI 진단 모델을 개발하는 테크 기업,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혁신 제약사, 그리고 의료기기 제조업체 및 학술 연구기관들에 의해 빠르게 인수되고 있다.
◇ 정부의 전폭적 지원… “데이터 경제 가치 실현”
이번 의료 데이터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저우시와 같은 지자체는 연말까지 최소 45개의 의료 데이터 제품 상장과 10건의 거래 완료를 의무화하는 등 행정적 압박을 통해 시장 형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류리홍 국가 데이터관리국장은 “고품질 데이터에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 합의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병원들이 최상위 데이터셋을 적극적으로 상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 ‘비식별화’ 장벽과 데이터 품질의 역설
의료 데이터 상용화의 대전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비식별화(De-identification)다. 거래되는 모든 정보는 특정 환자와 연결될 수 없도록 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안보다 더 큰 장애물은 데이터의 ‘품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원의 역사적 기록들은 체계적인 거버넌스 없이는 AI 학습에 사용하기 힘든 ‘더러운 더티(Dirty)’ 데이터인 경우가 많다. 이를 정제하고 주석을 다는 과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병원은 정제 비용이 부담스러워 원초적 데이터를 내놓고, 기술 기업은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에는 가치를 느끼지 못해 거래가 지연되는 이른바 ‘미완성 아파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한국 의료 AI 및 헬스케어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사례처럼 공공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자산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거래 표준과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여, 국내 AI 기업들이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더티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자동 데이터 정제 및 비식별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의료 데이터 유통 시장의 기술적 주도권을 잡아야 할 것이다.
환자의 민감 정보를 완벽히 보호하면서도 임상적 가치를 보존하는 차세대 암호화 기술(동형암호 등)을 실제 데이터 거래 모델에 적용해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