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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흔들리는 나이키…“토종 브랜드에 밀려 성장엔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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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흔들리는 나이키…“토종 브랜드에 밀려 성장엔진 ‘빨간불’”

애국소비·토종 브랜드 급성장에 위기…“중국 소비자에 더는 특별한 브랜드 아냐”
지난 2021년 3월 25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나이키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3월 25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나이키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때 중국 시장 공략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나이키가 현지 토종 스포츠 브랜드의 급성장과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온 미국 브랜드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이키의 중국 사업이 최근 수년 사이 급격히 흔들리며 글로벌 사업 가운데 가장 부진한 부문으로 전락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나이키의 최근 3개 분기 중국 매출은 5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반면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 전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중국·대만 매출이 오는 5월 말 종료되는 분기에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후 회사는 전체 인력의 약 2%인 1400명 감원 계획도 발표했다.

◇ “미국 브랜드 안 멋있다”…토종 브랜드 급부상


WSJ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애국소비 흐름이 나이키 부진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토종 브랜드인 안타(ANTA)와 리닝(Li-Ning)이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에서 미국 브랜드를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는 중국 과학자들과 협업해 질소 기반 쿠션 폼 기술을 개발했고, 리닝의 고급 러닝화 ‘엘리트’는 일부 리뷰에서 나이키 대표 제품인 ‘베이퍼플라이’와 비슷한 수준 평가를 받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카이리 어빙과 클레이 톰프슨도 안타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27세 농구 팬 쭝하오린은 WSJ와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돈을 모아 나이키를 샀지만 지금은 리닝 제품을 더 선호한다”며 “중국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채웠다”고 말했다.

◇ “중국용 전략 늦었다”…틱톡 대응도 후발주자


나이키 내부에서는 중국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나이키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2024년에야 열었다. 현지 경쟁사들보다 수년 늦은 대응이었다.

또 중국 젊은층 관심이 농구 중심에서 요가·등산·러닝 등으로 이동했지만 나이키는 이런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안타는 일본 스키 브랜드 데상트와 협력하고, 아크테릭스·윌슨 등을 보유한 아머스포츠(Amer Sports)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세분화된 스포츠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안타의 딩스중 회장은 지난해 “중국의 나이키가 아니라 세계의 안타가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신장 논란·애국소비 겹쳐 타격


나이키는 지난 2021년 신장 위구르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중국 내 거센 반발에도 직면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이 퍼졌고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 계약을 끊었다. 중국 유명 가수 왕이보는 이후 안타 모델로 이동했다.

WSJ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궈차오(國潮)’로 불리는 애국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해외 브랜드 선호도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아디다스는 중국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탕 재킷’으로 인기를 끌었고, 룰루레몬과 온(On) 같은 브랜드도 요가·러닝 중심 이미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나이키는 여전히 마이클 조던 브랜드를 밀고 있지만 젊은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과거만큼 강한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BNP파리바의 로랑 바실레스쿠 애널리스트는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나이키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