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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돋보기] 美·이란 ‘출구 없는 대치’에 세계 경제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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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돋보기] 美·이란 ‘출구 없는 대치’에 세계 경제 피가 마른다

美·이스라엘 공습 후 3개월…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글로벌 오일쇼크 현실화
美 “20년 핵 동결” vs 이란 “생존 걸린 미사일·핵 포기는 항복” 평행선
양측 모두 “시간은 우리 편” 오판…우발적 충돌 땐 전면전 재개 일촉즉발
미국과 이란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결국 전면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결국 전면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미국·이스라엘 동맹국과 이란이 3개월 전 전격적인 무력 충돌을 벌인 이후,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이 맞물리면서 중동 정세가 출구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 모두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소모전(War of attrition)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우발적 오판으로 인한 전면전 재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큰 걱정은 '타결이 임박했는가'가 아니라 미국이나 이란의 사소한 오판이 언제쯤 전면적인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로 집약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군사적 압박을 더 키워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전문가들의 진단은 회의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이란 전문가 다니엘 시트리노비치는 "이미 수없이 테스트해 본 이론이지만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압박 위주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핵·미사일·호르무즈' 이란의 3대 레드라인…협상 아닌 '생존'의 문제


파키스탄의 중재로 막후에서 간접 대화가 진행 중이지만 양측이 제시한 조건의 격차는 메울 수 없을 만큼 크다. 미국은 이란에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비축량을 미국으로 이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군사 공습의 완전한 종식, 안전 보장, 전쟁 배상금 지급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고위 관료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핵 능력,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이슬람 공화국 생존의 '이념적 기둥'이라고 못 박았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항복'이자 '굴욕'이라는 입장이다. 이란 관료는 "우리는 싸우다 죽을지언정 굴욕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간 없다, 빨리 움직여라" 최후통첩성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시계가 가고 있다"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전직 미 국무부 이란 담당관인 알란 에어는 "트럼프는 단순한 승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을 완전히 짓밟고 굴복시키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며 타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현재 대치의 주무대가 된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5%,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담당하던 핵심 수로다. 이곳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정치적 합의 없이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 개방하려 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장기 점령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어 결국 협상 외에는 군사적 해결책이 없다고 분석한다.

깊어지는 경제난…이란 내부의 딜레마와 가짜 평화의 위험성


겉으로는 대미 항전 승리를 주장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란 내부의 현실은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악화,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공습 여파로 경제가 피를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전면전도 가짜 평화도 아닌 현재의 상태를 끝내기 위해 '이란의 감시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대신 미국의 봉쇄를 해제하는' 예비적 합의를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 문제에 대해서도 우라늄 비축량을 러시아로 보내 희석할 용의가 있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양측 모두 시간은 자기 편이며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믿는 오판(Delusion)이야말로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미사일 능력을 끝장내지 못한 채 정권을 더욱 극단화시켰다는 지적 속에서, 테헤란의 맷집을 과소평가한 미국이 또다시 무력 충돌을 선택할 경우 세계 경제는 감당할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