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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미국서 희토류 거점 구축…중국 의존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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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미국서 희토류 거점 구축…중국 의존 벗어나나

중국 의존 낮추고 IRA·보조금·북미 고객 잡기…핵심광물 공급망, 한·미 산업동맹으로 확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에 위치한 MP머티리얼스 희토류 광산 전경. 사진=로이터연합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에 위치한 MP머티리얼스 희토류 광산 전경. 사진=로이터연합


한국 기업들이 중국 중심 희토류 공급망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에 분리정제·영구자석 생산 거점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한·미 산업 협력의 새 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S전선, 제이에스링크, 고려아연 등 한국 기업들이 최근 1년 사이 미국 내 희토류 분리정제·영구자석 생산 투자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로봇, 방산, 항공우주 산업에 쓰이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중국은 희토류 정제와 영구자석 생산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어, 수출 통제와 허가제 강화 때마다 완성차·전장·방산 기업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는 구조다.

1년 새 4건…한국 기업 미국 러시


대표적인 사례는 제이에스링크다. 제이에스링크는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에 2억2300만달러를 투자해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조지아 주정부에 따르면 이 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520개 이상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LS전선도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버지니아주 체사피크를 신규 투자 후보지로 선정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LS전선은 자회사 LS에코에너지를 통해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와 협력하며 비중국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첫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거점 구축 계획도 알려지며 원료 확보부터 정련, 최종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달 미국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합작법인 설립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총 2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미국 내 연 6000톤 규모의 희토류 분리정제 공장을 신설하고, 향후 영구자석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산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 4분기 시범 생산을 거쳐 2028년 정식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고려아연도 미국 현지 파트너와 희토류 공급망 협력에 나섰다. 회사는 미국 희토류 기술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폐영구자석에서 희토류 산화물을 회수·정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부지에 연 100톤 규모 처리시설을 구축해 2027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비철금속 제련과 리사이클링 역량을 기반으로 희토류와 영구자석 밸류체인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중국 의존 탈피 + 미국 정책 수혜, 두 마리 토끼

미국이 공통 목적지가 된 배경에는 정책 수혜가 있다. 미국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가 안보 과제로 보고 희토류 채굴·정제·자석 생산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해 광산 폐기물과 전자폐기물 등 비전통 원료에서 희토류를 회수·정제하는 프로젝트에 최대 1억3400만달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기업들의 미국행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핵심광물과 배터리 부품의 조달 요건을 따진다. 희토류 영구자석이 IRA 세액공제 항목에 단순히 일대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전기차·전장 고객사의 공급망 재편 요구와 맞물려 미국 현지 생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개입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 규모 우선주 투자를 결정했다. 전환과 워런트 행사 기준으로 약 15%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다.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민간 기업 지분 투자까지 동원한 것이다. 국방부는 신설 자석 공장 생산분에 대해 10년간 구매 기반을 제공하고,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에 kg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선도 보장하기로 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가격 변동성을 막아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한·미 동맹의 산업적 전환


한국 기업들에는 미국 투자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보험이다. 둘째는 북미 완성차·전장·방산 고객사를 선점하는 시장 전략이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 고객사의 공급망 심사와 장기 공급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한·미 산업 협력의 성격도 강해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협약식에는 미국 국무부·상무부·에너지부 관계자와 주미한국대사관 인사가 참석했다. LS전선의 버지니아 투자 논의에도 주정부와 미국 측 인사들이 관여했다. 개별 기업의 설비 투자를 넘어 한·미 핵심광물 협력의 상징성이 부여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희토류 분리정제와 영구자석 생산 기반이 단기간에 충분히 갖춰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기존 공급망을 대체하려면 원료 확보, 정련 기술, 환경 규제 대응, 고객사 인증, 가격 경쟁력까지 모두 맞물려야 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보조금과 구매 약정, 가격 하한선까지 동원해 공급망 재건에 나선 만큼 현지 생산 거점을 먼저 확보한 기업이 북미 시장에서 구조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한국 기업들의 발걸음을 미국으로 이끌고 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