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봇 기술, 공공안전 현장으로 확장
산림 복원부터 재난 대응까지 활용폭 확대
산림 복원부터 재난 대응까지 활용폭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로봇 기술이 자동차 밖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차량과 드론, 무인소방로봇을 산림 복원과 재난 대응 영역에 잇달아 투입하며 모빌리티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완성차 판매와 이동수단 개발을 넘어 공공안전, 환경복원, 재난 대응 인프라로 기술의 쓰임새를 확장하는 흐름이다.
현대차는 산림청, 트리플래닛과 손잡고 산불 피해지역 생태 복원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화성시가 주관한 '2026 안전한국훈련'에 참가해 무인소방로봇을 실제 재난 대응 훈련에 투입했다. 하나는 불이 지나간 숲을 되살리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불길 속으로 사람보다 먼저 들어가는 기술이다.
아이오닉 드론 스테이션, 산불 피해지 복원 투입
현대차는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청, 나무 심기 전문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산림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영남 산불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숲 조성 등 산림 복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미지 확대보기핵심 장비는 '아이오닉 드론 스테이션'이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을 기반으로 제작된 산림 특장차량으로, 내부에 드론 관제 시스템을 갖췄다. 산불 피해지역처럼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렵거나 지형이 험한 산림에서 드론을 활용해 씨드볼을 뿌리고, 식재 이후 생장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외부 전력 공급 기능도 현장 활용성을 높인다. 아이오닉 드론 스테이션은 V2L 기능을 통해 외부 전력 없이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 산림 복원 현장은 전력 인프라 접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 전기차가 이동형 배터리이자 현장 관제 거점 역할을 하면서 드론 운용의 제약을 줄일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씨드볼 식재는 기존 인력 중심 복원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다. 씨드볼은 황토 등 친환경 재료와 씨앗을 공 형태로 빚은 것이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경사지나 산불 피해지에도 넓은 범위로 씨앗을 투하할 수 있다. 산림 복원 속도와 작업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2023년 '아이오닉 5 모니터링 드론 스테이션'을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아이오닉 9 씨드볼 드론 스테이션'을 추가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아이오닉 9 씨드볼 드론 스테이션을 활용해 씨드볼 약 600kg, 5000만 립을 안동·산청·울진 등 산불 피해지역에 투하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 모니터링 드론 스테이션은 복원 이후의 관리를 맡는다. 산불 피해지역 식재와 산림 생장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수목 생장 데이터를 축적하며, 탄소 흡수량 측정까지 수행한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수준을 넘어 복원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방식은 전기차 기술과 산림 관리 기술이 결합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기차는 이동과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드론은 넓은 산림 지역의 식재와 관찰을 맡는다. 여기에 생장 데이터와 탄소 흡수량 측정이 더해지면 산림 복원은 일회성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지속 관리가 가능한 환경 데이터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현대차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친환경 사회공헌 프로젝트 '아이오닉 포레스트'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오닉 포레스트는 인천 수도권 매립지 미세먼지 방지 숲 조성을 시작으로 국내외 숲 조성 활동을 이어왔다. 현대차는 브라질, 인도, 베트남,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약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했다.
무인소방로봇, 재난훈련서 현장 대응 수행
재난 대응 영역에서는 무인소방로봇의 현장 적용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안전한국훈련'에 참가했다. 이 훈련에는 현대차그룹이 소방청에 기증한 무인소방로봇 1대가 투입됐다.
이미지 확대보기안전한국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주관해 실시하는 재난 대응 훈련이다. 이번 훈련은 행정안전부 주관 아래 화성시청, 화성소방서, 화성서부경찰서, 현대차그룹 등 민관 11개 기관 150여명이 참여했다.
훈련 시나리오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전기버스 화재, 위험물 누출 등 복합 재난 상황을 가정했다. 무인소방로봇은 붕괴 우려가 있는 건물 내부까지 진입해 화재 진압과 현장 상황 확인 임무를 수행했다. 사람이 먼저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을 로봇이 선제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기아,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소방청이 협업해 개발한 차세대 화재 대응 솔루션이다. 고온, 폭발, 연무, 유독가스 등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재난 현장에 먼저 투입돼 골든타임 확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기술 구성은 재난 현장에 맞춰졌다. 무인소방로봇은 자율주행보조 시스템, 인공지능(AI) 시야 개선 카메라, 고압 축광 릴호스, 6X6 인휠모터 시스템 등을 갖췄다. 자율주행보조 시스템은 주변 지형과 장애물을 인지해 충돌 위험을 줄이고, AI 시야 개선 카메라는 연기와 고열로 앞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 정보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고압 축광 릴호스는 어두운 공간에서 진입 방향과 탈출 경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6X6 인휠모터 시스템은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협소한 공간에서도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제자리 360도 회전이 가능해 복잡한 진입로에서도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열 대응 성능도 핵심이다. 무인소방로봇에는 자체 분무 시스템과 단열 설계가 적용됐다. 장비 외부에 미세 물 입자를 지속 분사해 수막을 형성하고 고열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500~800℃ 수준의 고열 환경에서도 진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무인소방로봇을 단순 화재 진압 장비가 아닌 데이터 기반 재난 대응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제시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확보되는 온도, 연무량, 화재 규모 등 데이터를 축적하고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향후 더 고도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피지컬 AI'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의 무인소방로봇은 자동차와 로봇, AI, 전동화 기술이 재난 현장에서 결합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