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2027년 피크아웃" 월가 경고 바뀌나… 삼성·SK하이닉스, '역대급 롱런' 근거 늘어나

글로벌이코노믹

“2027년 피크아웃" 월가 경고 바뀌나… 삼성·SK하이닉스, '역대급 롱런' 근거 늘어나

토큰 폭증에 하이엔드 메모리 '부분적 수주화'… 선수금 유입에 실적 변동성 완화
골드만삭스, P/E 멀티플 15배 상향… 2028년 완만한 '플랫폼형 고점' 전망
반도체 공급 부족 국면이 당초 시장이 예상하던 2027년 하반기를 넘어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골드만 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파격적인 진단이 잇따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공급 부족 국면이 당초 시장이 예상하던 2027년 하반기를 넘어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골드만 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파격적인 진단이 잇따른다. 이미지=제미나이3


생성형 인공지능(AI) 패러다임이 자율형 에이전트 중심의 추론 단계로 전격 전환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 지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국면이 당초 시장이 예상하던 2027년 하반기를 넘어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골드만 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파격적인 진단이 잇따른다.

'대역폭 병목'과 토큰 폭증이 불러온 메모리 스퀴즈


AI 하드웨어 및 반도체 공급망 전문 리포트 기관인 세미어낼리시스와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 등은 최근 보도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의 컨텍스트 윈도우 확장이 메모리 시스템의 물리적 부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특성상 입력 데이터가 길어질수록 어텐션(Attention) 연산량은 제곱으로 증가하고, -밸류(KV) 캐시는 선형적으로 누적되며 메모리 대역폭 부담이 급증한다.

에이전트 가동 조건에 따라 수천 토큰 분량의 기사 한 건을 처리하는 데 최대 수십에서 100기가바이트(GB) 수준의 일시적 메모리를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전 세계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에이전트를 가동하는 토큰 폭증 국면에 진입하면서 AI 추론 비용 중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병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엔드 중심 '계약 기반 산업' 전환… 멀티플 15배 상향의 비밀


폭발하는 수요와 달리 메모리 제조사의 신규 전공정 팹(Fab) 증설 리드타임은 최소 16개월이 걸린다. 공급 한계에 직면한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물량 선점을 위해 일부 최신 HBM 제품군에서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을 40% 안팎까지 확대하기 시작했다.

파운드리 시장의 전유물이던 '선수금 10% 유입'이 하이엔드 메모리 중심으로 정착되는 현상도 전례가 없다. 빅테크가 계약 대금의 10%를 선지급하며 생산 라인을 묶어둠에 따라 메모리 산업은 과거 천수답식 사이클에서 탈피해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부분적 수주형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메모리 섹터 분석 보고서에서 하이엔드 메모리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 멀티플 상단을 기존 10배에서 15배로 상향 조정했다. 월가가 가치 재평가(Re-rating)를 단행한 근거는 명확하다. LTA 확대로 인한 실적 변동성 축소, HBM 믹스 확대에 따른 ROIC 개선,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결정력 강화에 근거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제품의 계약 기반 전환이 범용 D램의 주기적 다운사이클 충격을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2027년 피크아웃 깬다… 월가가 분석한 3대 시나리오


해외 리서치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한 국내 메모리 양강의 2028년 시나리오는 세 갈래로 압축된다. 다만 구조적 쇼티지인 HBM과 달리 범용 D램은 여전히 수급 사이클에 따른 단가 변동성이 존재해 두 시장의 디커플링을 감안해야 한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AI 전력망 한계를 뚫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가 지속돼 쇼티지가 2028년 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하이어 포 롱어(Higher for Longer)' 기조가 안착한다.

기본 시나리오는 신규 라인이 가동되는 20272분기에 마진 변곡점을 지나 3분기부터 가격 상승률이 다소 둔화하는 경로다. 다만 40%에 달하는 LTA 물량 덕분에 2018년과 같은 급격한 절벽 없이 2028년까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완만한 '플랫폼형 고점'을 형성한다.

반면 비관적 시나리오는 AI 서비스의 자체 현금 창출력 저하로 2027년 하반기 빅테크가 투자를 보수적으로 선회하는 상황이다. 알고리즘 효율화로 토큰당 소요 메모리가 줄어들 위험도 존재하나, 고정 계약의 존재로 과거 다운사이클 수준의 적자 늪에 빠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알고리즘 혁신(양자화, KV 캐시 압축, 소형언어모델 확산)을 통한 '토큰당 소요 메모리 절감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할 경우 수요 증가세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점은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중장기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4대 체크포인트


향후 반도체 대호황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려는 투자자들은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체크포인트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분기별 CAPEX 집행 실적 추이다. 설비투자 규모가 둔화하면 메모리 수요 진작 엔진이 식어 호황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

둘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정 수율 확보다. 수율 안정이 지체되면 공급 부족이 심화되어 단가는 치솟으나 양사 출하량은 제한된다.

셋째, 글로벌 AI 추론 서비스의 실질 현금 창출력이다. 에이전트 서비스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빅테크의 LTA 유지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넷째, 엔비디아 등 특정 AI 가속기 설계자에 대한 의존도다. 특정 설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가속기 공급 병목이 발생하면 HBM 수요도 동반 둔화될 수 있다.

토큰 경제학이 지배하는 추론 시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의 생명줄을 쥔 '인프라 통제자'로 격상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