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7가지 단어', 월가를 공포에 떨게 하다

글로벌이코노믹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7가지 단어', 월가를 공포에 떨게 하다

파월 시대 가고 '트럼프의 전사' 워시 취임…연준 역사상 유례없는 권력 이양 완료
"정책 수행 방식의 정권 교체" 선언…월가 지탱하던 금리·통화 정책 예측 가능성 소멸 위기
9조 달러 대차대조표 양적긴축 예고…국채 폭탄 매각 땐 금리 인상 효과로 고평가 기술주 직격탄
경직된 '2% 인플레이션 목표제' 및 '점도표' 폐지 시사…통화정책 모호성에 증시 변동성 극대화
월가가 의존해왔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측가능성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월가가 의존해왔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측가능성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올해 미국 월스트리트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뉴욕 주식시장 3대 지수가 지난달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역사상 보기 드문 거대한 권력 이양이 이루어졌다.

지난 5월 15일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의 임기가 종료된 데 이어, 5월 22일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제17대 미 연준 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연준 수장에 오른 워시 의장은 과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을 지낸 베테랑이다.

하지만 월가가 그동안 누려왔던 '연준의 예측 가능성'은 이제 종말을 고할 위기에 처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인 지난 지난 4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연준의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고 선언하며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4일(현지시각)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이 워시 의장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치명적 정책 오류 바로잡겠다"…7가지 단어의 파장


워시 의장은 2021년과 2022년 연준이 단행한 일련의 조치들을 "치명적인 정책 오류"라고 규정했다. 당시 연준의 오판으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향후 연준이 나아갈 해결책을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했다.

"제 생각에는 그것은 정책 운영 방식의 체제 변화(Regime change in how policy is conducted)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 일곱 단어(영어 원문 기준)로 구성된 짤막한 답변은 월가를 깊은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을 예측할 때 신뢰해 온 연준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6.7조 달러' 대차대조표 축소 예고…고평가 기술주에 직격탄


워시 의장은 연준의 무기가 되는 두 가지 축, 즉 '금리 정책'과 '대차대조표(자산) 정책' 중 금리 정책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보유한 천문학적인 자산을 대거 매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금융위기였던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양적완화(QE)의 여파로 10배 가까이 폭증하며 약 9조 달러까지 불어났다. 2026년 5월 말 기준 연준의 자산 규모는 약 6조 7,000억 달러 수준이다.

워시 의장은 장기 국채와 모기지 담보 증권(MBS)으로 구성된 이 자산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강하게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수조 달러 규모의 국채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경우, 채권 가격은 폭락하고 채권 수익률(시장 금리)은 급등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효과를 내기 때문에, 현재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가로 치솟은 고평가 기술주 중심의 주식시장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2% 물가 목표치·점도표' 폐지 시사…모호해지는 연준의 입


통화정책 운용 방식의 변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4년 동안 FOMC가 고수해 온 '2%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절대적인 기준점이었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이 같은 경직된 수치적 목표는 물론,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 등의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조치를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물가 안정이란, 경제 주체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가격 변동을 의미한다."

새로운 연준 의장이 제시한 이 모호한 정의는 향후 FOMC가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 가이드라인에 얽매이지 않고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장이 연준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사라짐을 뜻한다.

현재 뉴욕증시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거의 없을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이러한 시점에 유례없는 '매파적 변신'을 예고한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은 완만하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에 중독되어 있던 월가에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