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까다로운 ‘현지 실사’ 통과…부마르-와벤디, 포즈난 제치고 대규모 수주 최종 낙점
3500억 원 긴급 자본 투입…2029년 전력화 향한 국산화 ‘분산 생산’ 시동
3500억 원 긴급 자본 투입…2029년 전력화 향한 국산화 ‘분산 생산’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유럽 방산 지형의 핵심 이정표가 될 폴란드형 차세대 주력 전차 ‘K2PL’의 최종 폴란드 내 생산 거점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폴란드의 쟁쟁한 국방 도시 간의 치열한 암투 끝에, 과거 T-72와 PT-91 ‘트바르디’를 양산했던 유서 깊은 장갑차의 성지 실롱스크주 글리비체(Gliwice)가 K-전차의 새로운 심장부로 공식 낙점됐다.
9일(현지 시각) 포르탈 오브론니(Portal Obronny) 등 폴란드 매체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국유재산부(MAP)는 최근 마리우시 블라슈차크(Mariusz Błaszczak) 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공식 답변서를 통해 한국의 현대로템(Hyundai Rotem Company)과 폴란드 국방그룹 PGZ가 추진 중인 K2PL 전차의 현지 조립 및 전방위 MRO(유지·보수) 중심 기지로 ‘부마르-와벤디(Bumar-Łabędy)’를 최종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로템의 깐깐한 ‘실사’…글리비체가 포즈난 압도한 이유
이번 입찰 결과는 지난 수년간 폴란드 군수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글리비체와 포즈난(Poznań) 간의 ‘세기의 기갑 대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정무적 파장이 대단하다. 그동안 포즈난의 보이스코베 자콰디 모토리즈치네(Wojskowe Zakłady Motoryzacyjne) 역시 강력한 전차 건조 인프라를 내세워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부마르-와벤디는 냉전기 옛소련제 T-54, T-72 전차를 찍어내던 노후 정비창에서, 디지털 전장 관리 시스템과 능동방어체계(APS)를 결합한 서방 최고 수준의 6세대급 전차 K2PL을 생산하는 첨단 국방 인프라로의 가치 혁신에 성공하게 됐다.
‘K2 갭필러’ 운용 데이터 기반 2029년 첫 출고
폴란드 정부는 이번 K2PL 생산 라인의 조기 안착과 공장 확충을 위해 총 8억 5000만 즈워티(약 350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자본 확충(Dokapitalizowanie) 및 보조금 투입을 확정했다. 이 막대한 자금은 글리비체 공장의 디지털 조립 라인 구축과 한국 현대로템으로부터 전수받을 핵심 기술 이전(Transfer Technologii) 자산 취득에 전액 투입되며, 당장 수백 명의 고품질 하이테크 일자리가 실롱스크 지역에 창출될 전망이다.
마리아 크루체크(Maria Kruczek) 부마르-와벤디 CEO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실전 배치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크루체크 CEO는 “우리 엔지니어들은 이미 한국에서 직도입해 전방 부대에 실전 배치된 ‘K2GF(Gap Filler)’ 전차의 정비와 기술적 결함 피드백을 군부대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며 단단한(bezcenne) 숙련도를 쌓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한국 기술진과의 교차 검증 및 모의 공정을 완료하고, 2029년 폴란드산 최초의 K2PL 프로토타입 전차를 출고해 국방과학연구소(WITPIS)와 공동으로 완벽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전역 엮는 ‘분산형 생산 모델’ 가동
여기에 장갑차 설계 역량을 지닌 OBRUM, 변속기와 구동계를 담당할 부마르-미쿨치체(Bumar-Mikulczyce), 첨단 사격통제 레이더와 광학 장비를 책임질 전술전자창(WZE) 및 PCO, 포탑 구조물을 생산할 후타 스탈로바 볼라(HSW), 탄약을 책임질 메스코(Mesko)와 스토밀-포즈난까지 PGZ 산하 방산 생태계가 총출동한다.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포즈난의 WZM 역시 최종 조립 라인 대신, 전차의 핵심 구동 컴포넌트 생산과 서부 전선 후방 보급기지(MRO)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구제됐다.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폴란드 중공업의 부흥을 견인할 K2PL 프로젝트는, 한국산 무기체계의 탁월한 확장성과 파격적인 기술 공유 정신이 결합해 탄생한 K-방산 수출의 모범 답안이다. 규칙이 무너진 글로벌 안보 지형 속에서 대한민국과 폴란드가 함께 구축한 글리비체의 거대한 용접 불꽃은, 다가오는 2029년 동유럽의 지상 전력을 수호할 가장 강력한 장갑 벽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