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60일 후 통행료 부과' 꺼내들어…미·이란 합의 해석 정면충돌
글로벌 원유 재고 2003년 이후 최저·美 전략 비축유 43년 만에 바닥
글로벌 원유 재고 2003년 이후 최저·美 전략 비축유 43년 만에 바닥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9일 제네바 서명식과 동시에 해협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기뢰 제거 작업에만 최대 50일이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이란이 합의 해석을 둘러싸고 '통항 서비스 요금' 부과 의사를 공개 천명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정상화 시점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체코 보도 매체 노빈키(Novinky.cz)가 16일(현지시각 )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방송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중심으로 최신 뉴스와 자료를 종합했다.
"기뢰 제거에 최대 두 달"…트럼프 장담과 현장의 괴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에서 "발견된 몇몇 기뢰를 제거하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 선박들이 출항하기 시작했다"며 "19일에는 모든 해상 활동이 완전히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은 냉정하다. 노빈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예비역 해군 제독 마크 몽고메리는 BBC에 "기뢰를 수색하고 제거해야 미국과 여타 군함들이 계속 항로를 청소하지 않고도 무제한 통항이 가능하다"며 이 작업에 최대 두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1주일 안에 부분적 통항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 안보 소식통들도 로이터 통신에 재래식 소해함(掃海艦)과 수중 드론을 동원하더라도 기뢰 제거에 40~50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 이후에야 대다수 보험사와 선사, 정유사들이 이 항로를 안전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이 올해 3분기에 재개될 것으로 가정하면서도, 교통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은 2027년 초로 예상했다.
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혼란으로 중동 산유국들은 지난달 전쟁 이전 수준 대비 하루 1100만 배럴 이상의 생산량을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협상 기대감에 따른 단기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며 "해협 개방 이후에도 선박 운항 정상화와 보험료 안정, 재고 재축적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60일 후 통행료' 예고…미·이란 합의 해석 정면충돌
기뢰 제거보다 더 복잡한 변수는 이란의 해협 관리권 주장이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미·이란 협상 막바지에 양해각서(MOU) 문안이 이란의 주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며, 최종안에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고 주장했다.
파르스 통신은 이를 이란의 요금 징수권을 미국이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MOU 체결 뒤 60일 동안만 상선의 무료 통행이 한시적으로 허용될 뿐, 60일이 지난 이후에는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을 관리하며 서비스 요금을 징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통행료를 징수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tolls)'가 아닌 '해상 서비스 요금(fees)'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달리 붙였을 뿐 사실상 유료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중국과의 협의 뒤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는 과거와 다르다. 이란이 조치를 시행하고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으며, 이란 측 협상 관계자는 "수수료 징수 권리는 이란과 오만이 독점적으로 보유하며, 이는 어떤 합의에도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전쟁연구소(ISW)는 "설령 이것이 이란 내부 여론을 위한 발언이라 해도, 이란의 해협 관리라는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미·이란 간 합의 해석이 서명식도 열리기 전부터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美 전략 비축유 43년 만에 바닥…한국 선박 24척도 발 묶여
원유 수급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국 전략 비축유(SPR) 재고는 3억 4030만 배럴로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략 비축유는 한주 만에 890만 배럴이 빠져나갔으며, 이는 역대 세 번째로 큰 인출 규모다. 미국석유협회(API) 마이크 소머스 최고경영자는 "전략 비축유가 정상 가동되려면 최소 20%는 채워져 있어야 한다"며 "지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원유 재고도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영향도 가시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 갇힌 국적 선박은 24척, 선원은 137명이다. 이 가운데 국적 선박에는 103명, 외국 선박에는 34명이 탑승해 있다.
해협 안에는 6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 중이며, 기뢰 제거 순서와 방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데다 선박들이 한꺼번에 출항하면 병목 현상이 불가피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은 우리 선박이 언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며 기뢰 상황, 해협 개방 속도, 이용 가능한 항로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도입 원유의 95% 이상을 중동에서 조달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 없는 공급선은 사실상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약 13만 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19일 전면 개방' 공언과 이란의 '통행료' 역공 사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진짜 개방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에너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