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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국산’ 버린 미 육군…차세대 자주포 獨·瑞·佛·이스라엘 4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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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국산’ 버린 미 육군…차세대 자주포 獨·瑞·佛·이스라엘 4파전

자체 장포신 개발 실패 후 기성 첨단 무기 속전속결 조달 선회
달리며 쏘는 독일 RCH부터 이스라엘 시그마까지 기술 격돌
미 육군은 자체 무기 개발 프로젝트의 한계를 인정하고, 독일의 RCH 155를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성 자주포 4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성능 평가 및 국산화 조립 인프라 검증에 착수했다. 사진은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스라엘의 자주포를 평가하는 구글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 육군은 자체 무기 개발 프로젝트의 한계를 인정하고, 독일의 RCH 155를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성 자주포 4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성능 평가 및 국산화 조립 인프라 검증에 착수했다. 사진은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스라엘의 자주포를 평가하는 구글 생성 이미지

미국 육군이 수십 년간 미군 포병 전력의 중추를 담당해 온 노후 자주포 ‘M109 팔라딘’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성능 조달 시험에 본격 착수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기술적 결함으로 좌초했던 자체 장포신 자주포 개발 프로젝트를 뒤로하고,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기성 첨단 자주포들을 후보 테이블에 올리는 실리주의 카드를 선택한 결과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독일 자동차·방산 전문 매체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auto motor und sport)에 따르면, 미 육군은 독자적인 장포신 자주포 개발 프로젝트였던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 프로그램을 최종 폐기했다. 대신 이미 성숙한 글로벌 방산 솔루션을 신속 조달하겠다는 ‘자주포 현대화(SPH-M)’ 전략으로 전격 선회했다. 이번 성능 시연 평가에는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차륜형 자주포 강국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 전장에서 포병의 생존성이 ‘고도의 자동화’와 ‘속도’에 달려 있음이 증명된 만큼, 미군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간 지상 포병 전술의 판도를 흔들 전망이다.

각기 다른 설계 철학으로 무장한 4대 후보


이번 미 육군 SPH-M 조달 테스트에 참여한 후보들은 모두 나토(NATO) 표준 규격인 ‘155mm 52구경장’ 포신을 공유하고 있으나, 세부 작전 전술과 구동 방식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독일 KNDS의 ‘RCH 155’는 궤도형 PzH 2000의 검증된 포탑을 복서(Boxer) 8x8 차륜형 장갑차에 이식한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이다. 최대 강점은 세계 최초로 구현된 ‘주행 중 사격(Schießen aus der Fahrt)’ 능력이다. 적의 대포병 레이더가 발사 원점을 탐지해 보복 포격을 가하기 전, 멈추지 않고 달리며 포탄을 쏟아붓고 이동할 수 있다. 무인 자동화 포탑 덕분에 단 2명의 승조원만으로 운용이 가능해 인력 감축을 원하는 미군의 시선을 끌고 있다. 향후 사거리를 최대 100km까지 확장할 수 있는 L58 포신(LORAS 시스템)으로의 진화 로드맵도 확보한 상태다.

이스라엘 엘비트(Elbit Systems)와 미국 법인이 제안한 ‘Sigma 155’는 미군에게 익숙한 오시코시(Oshkosh) 사의 10x10 5축 대형 트럭 샤시를 플랫폼으로 채택해 물류 호환성이 뛰어나다. 거대한 동체 덕분에 참가 기체 중 가장 많은 40발의 탄약을 내부에 탑재할 수 있다. 완전 자동화 포탑을 채택해 승조원을 3명으로 줄였으며, 특수 유도탄 사거리가 최대 80km에 달하는 고성능 리치 능력을 자랑한다. 이미 중동 실전을 거치며 화력을 증명했다.

스웨덴 KNDS 보포스의 ‘Archer’는 철저하게 ‘치고 빠지기’ 전술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디지털 사격통제장치와 자동장전장치의 결합으로 진지 방열부터 초도탄 발사, 그리고 진지 이탈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 몇 십 초 단위로 단축시켰다. 적의 보복 궤적을 원천 차단하는 뛰어난 기동성이 무기다.

프랑스 넥스터의 ‘Caesar Mk II’는 거대한 무인 포탑을 단 경쟁작들과 달리,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오픈 형태의 설계를 고수한다. 이는 정비(MRO) 소요와 후속 군수지원 단가를 낮추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기록을 쌓으며 신뢰성을 완벽히 입증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단발성 사격 대회 넘어서는 수명 주기 비용 검증…장기 평가 돌입


미 육군은 이번 사업을 단순히 훈련장에 모여 포탄 몇 발을 쏘고 끝내는 단발성 비교 사격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군은 후보 기체들을 장기간 부대에 입고시켜 이동성(Mobility), 가혹 환경 신뢰성, 고장 주기(RAM), 기존 미군 물류 체계와의 디지털 통합성을 정밀 현장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미국 현지 내에 직접 공장 라인을 건설하고 조립 인프라를 국산화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외국 기업들의 현지 지사 및 미국 내 협력 파트너십 유치전도 치열하다.

유럽의 메이저 방산 연합체들이 각자의 장단점을 무기로 펜타곤의 최종 서명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건 가운데, 미 육군의 이번 장기 기성 자주포 성능 평가가 무너진 미국의 지상 제조업 생태계를 부활하고 미군 포병의 사거리 리치를 어디까지 고도화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 군사 자본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