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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뒤에 숨은 美 자동차 산업… 정치적 빗장에 막힌 ‘역기술 이전’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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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뒤에 숨은 美 자동차 산업… 정치적 빗장에 막힌 ‘역기술 이전’ 시나리오

유럽·캐나다, 中 전기차 자본 유치로 산업 강화 노선 선회… 美는 ‘고립주의’ 고수
폴스타 신차 판매 금지 등 초당적 규제 격상… 전문가 “보호무역 과도해 혁신 동력 마비 우려
”中 24시간 R&D·디지털 하드웨어 가치사슬 외면… “안방 펜스만 치다 글로벌 경쟁력 실각할 것”
GM 로고는 2026년 1월 12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 본사의 새 위치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GM 로고는 2026년 1월 12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 본사의 새 위치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수십 년 동안 서방의 글로벌 완성차 거두들은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안방 시장 접근권을 대가로 외산 기술의 강제 이전을 압박해 왔다고 불평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파브 기술로 다져진 중국계 전기차(EV) 진영이 글로벌 지배력을 장악한 현재, 공수 교대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캐나다 등 서방 진영조차 중국의 첨단 배터리·소프트웨어 노하우를 수송받아 자국 제조업을 심폐소생하려는 ‘역기술 이전(Reverse Technology Transfer)’ 전략을 채택하고 나섰으나, 유독 미국만은 정치적 저항 펜스를 치며 이 같은 혁신 통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7월 1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와 워싱턴 외교·통상 가치사슬 분석에 따르면, 미 정계의 초당적 보호무역주의와 간첩 첩보 우려, 지역 사회의 거부 정서가 복합 작용하면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의 초고속·저비용 전기차 기술을 수용해 경쟁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마비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중국 자본 120% 관세로 묶고 폴스타 신차 전격 판매 금지… 빗장 닫은 미국


중국-미국연구소(ICAS)의 수라브 굽타 선임연구원은 “중국 테크 기업에서 미국 전통 제조사로의 기술 이전 여지가 정치적 역풍 탓에 지극히 좁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존 미니치 런던정경대(LSE) 조교수 역시 “워싱턴 당국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대규모 그린필드(신설 법인) 투자를 승인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영토 내에 팩토리를 건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발언을 간헐적으로 뱉었으나, 행정부의 실질적 가이드라인은 철저한 배격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20% 이상의 가혹한 보복 관세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 소유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의 미국 내 신차 판매를 전격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 확정되어 트럼프 행정부가 가동한 상무부의 ‘커넥티드 차량 규제(Connected Vehicle Rule)’ 펜스가 작동한 결과다. 이 규제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위성 통신 등 중국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단 1개라도 탑재된 차량의 유통 및 수입을 전면 차단한다.

중국 지리(Geely) 홀딩스 그룹이 소유한 폴스타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에서 차량을 직접 조립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보 빗장에 걸려 도로 진입이 막혔고, 결국 유럽 유통망으로의 전략적 집중을 선언하며 미국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미국에 자본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어떠한 규제 완화 혜택도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포드가 중국 정부 지시 따르는 BYD와 손잡아선 안 돼”... 의회·지역 사회의 파상 공세

미 의회의 법제화 압박은 더욱 거세다. 공화당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과 존 물레나르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중국 연계 커넥티드 카 부품과 하드웨어 전체의 제조·판매를 형사 처벌 수준으로 금지하는 ‘연결 차량 보안법’을 공동 발의했다.

모레노 의원은 미국기업연구소(AEI) 통상 포럼에서 “미국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포드(Ford) 같은 민간 기업이, 국가가 기업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중국 비야디(BYD) 등과 합작 법인을 맺는 것은 불균형하고 위험한 거래”라고 맹비난했다.

물레나르 위원장 역시 “만약 우리가 안방에서 제조업 혁신 능력을 잃고 중국의 강제 노동 및 불공정 덤핑에 유통망을 내어준다면, 민주주의의 무기고 자체가 붕괴해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같은 정치적 광풍은 실제 미-중 배터리 동맹의 잔존 장부마저 파기하고 있다. 미시간주 마샬에 건설 중인 포드와 중국 고성능 배터리 거두 CATL 간의 라이선스 합작 공장은 수년째 격렬한 지역 주민 시위 펜스에 가로막혀 수율 안정화 기획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계 또 다른 배터리 거두인 고션(Gotion)이 추진하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시간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는 지속적인 시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최종 백지화(포기) 장부를 기록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창 대변인은 “미국 국회의원들이 국가 안보 개념을 심각하게 과도 확장하여 경제, 무역, 테크 문제를 정치화·도구화하고 있다”며 조작된 선전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3년 숨겨주면 혁신 안 해”... 미국 자동차의 ‘안일한 정체’ 시나리오 작동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차별적 고립주의 펜스가 단기적으로는 디트로이트 3대(포드·GM·스텔란티스)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가치사슬에서 미국 제조사들을 영원히 낙오시키는 독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동차 컨설팅사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투 레 창립자는 “관세 장벽 뒤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앞으로 3년 동안 과보호해 준다면, 이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재창조에 나설 긴박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산업 전반이 도태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라리아 마조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역시 “미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 인센티브마저 철회하며 국내 업계의 안일함을 부추기고 있다”며 경쟁 없는 보호무역은 산업 정체를 낳는다고 명시했다.

존 미니치 교수는 지난 2018년 중국 정부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를 유치하기 위해 상하이에 지분 100%의 독자 기가팩토리 건설을 예외적으로 승인했던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 전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력 있는 메기(외국 기업)를 수조 내부로 끌어들여 현지 원정 장비 생태계와 부품 부속 공급망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던 중국식 성공 모델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산업 활성화에도 이득이 된다는 논리다.

투 레 창립자는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위험 부품만 솎아내는 투명한 ‘데이터 주권 프레임워크’를 제도화하면 충분하다고 지적했으나, 워싱턴의 눈먼 보호주의 장벽은 요지부동이다.

최근 샤오미가 AI 기반 24시간 R&D와 무인 자동화 팩토리로 무장하고 글로벌 차 판매 점유율을 25%까지 올리며 일본 완성차 진영(26%)을 턱밑까지 밀어붙이고, 혼다·토요타마저 자존심을 버린 채 중국 플랫폼을 수용하는 흐름 속에서, 오직 미국만이 정치적 격랑에 갇혀 기술 단절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된 채 안방 스크린만 바라보는 미국의 자동차 안보 전술은 하반기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미국 완성차의 지배력 상실을 결정할 중대한 거시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