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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 여인의 삶과 서사에 걸친 미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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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 여인의 삶과 서사에 걸친 미학적 고찰

2026 윤성주춤아카데미 창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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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호연'
7월 18일 오후 7시와 19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윤성주춤아카데미(예술감독·안무 윤성주, 대표 정은미)의 '월(月)'이 공연되었다. 윤성주춤아카데미가 주최·주관하고, 국악방송·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문무용수지원센터·아르떼예술재단의 후원과 안덕기가 영상 제작을 지원했다. 공연은 송영인(무용학 박사)의 사회로 양일간 진행되었다. 이번 창단 공연 '월(月)'은 윤성주가 평생 구축해 온 춤의 미학을 하나의 예술적 담론으로 제시한 상징적 출발점이었다.

춤은 몸에 새겨진 시간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예술이다. 한 예술가의 움직임의 시간은 어느 순간 제자의 몸으로 이행되며 또 다른 생명력을 획득한다. 윤성주춤아카데미의 창단 공연은 바로 그 '몸의 계보'가 무대 위에서 현재형의 예술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윤성주는 한국춤의 전통적 어법을 깊이 체화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신체 언어로 확장해 왔다. 몸의 기억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생성하는 살아 있는 미학적 매개로 기능한다.

국립무용단 무용수와 국립국악고 교사, 국립무용단 및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윤성주는 오랜 예술 여정 속에서 한국춤의 전통성과 창조성 사이의 긴장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그녀의 춤은 호흡과 여백, 움직임의 생명성을 통해 한국춤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하며, 절제된 신체 안에서 깊은 정서와 사유를 길어 올리는 독자적인 춤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녀의 안무는 신체를 통해 시간과 정신을 사유하는 한국춤의 존재론적 지평을 확장한다.

윤성주 춤의 독창성은 '몸의 기억'을 매개로 한 전승 방식에 있다. 스승의 움직임은 제자의 신체 안에서 감각과 호흡, 리듬과 정서로 재 체화되며, 전승은 형식의 반복뿐만 아니라 예술적 정신과 미학적 감수성이 새로운 몸을 통해 재창조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오랜 시간 스승과 호흡을 나누며 성장한 제자들의 창단 공연은 그러한 전승이 현재의 예술적 생명력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몸은 전통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갱신하는 창조적 주체가 되었다.
'월(月)'은 윤성주의 춤 세계와 후학들의 신체성이 만나는 예술적 접점이었다. 스승으로부터 이어진 미학은 제자들의 몸을 통과하며 새로운 감각과 해석으로 확장되었고, 전통은 현재의 예술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무대 위에서 구현된 각각의 작품은 한국춤이 지닌 신체성과 음악성, 수행성과 즉흥성이 하나의 미학 체계 안에서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따라서 '월(月)'은 한국춤의 현재성과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 하나의 미학적 선언이었다.

'월(月)'이 지향하는 것은 오래도록 스며들어 존재를 비추는 달빛과 같은 춤의 지속성이다. 화려한 선언보다 깊은 울림으로 몸과 기억 속에 머무는 춤, 전통을 살아 있는 현재의 감각으로 호흡하게 하는 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한국춤의 미학을 이어가는 일이야말로 이 아카데미가 나아갈 방향이다. '월(月)'은 전통과 창조, 기억과 미래가 신체를 매개로 순환하는 한국춤의 동시대적 비전을 제시한 예술적 서문이었다.

음악감독 성시영(피리. 태평소)의 지휘 아래 타악(황민왕, 김성현), 가야금(이준), 거문고(전우석), 대금(정동민, 허준혁), 아쟁(김용성), 구음(박경민, 이승민), 장구(성휘경), 철가야금 산조(김영재류, 이정민), 가야금산조(서공철류, 김용건), 대금산조(이생강류, 강병하)는 객석에서 멀리 있는 중앙 상무대(Upstage)에 포진하여 적극적 사운드를 과시했다. 음악은 소리의 공간과 움직임의 공간이 교차하는 순간 한국춤 특유의 생동하는 시간성과 미학적 깊이를 완성했다.

이틀간 공연에서 ‘시나위 본체(本體)’, ‘비상(飛翔)’, ‘화·접(華·蝶)’, '풍류지혼(風流之魂)'을 공통 작품으로 삼고, 18일은 ‘월하(月霞)’, ‘살풀이’, ‘담청(淡青)’을 19일은 ‘월영(月影)’, ‘적월(赤月)’, ‘호연(浩然)’을 차이를 두어 공연하였다. 첫날의 공연은 이튿날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윤성주는 '달(月)'이라는 전체 주제(월하-월영-적월-담청)을 관통하며 달의 상징, 시간성, 여성성, 자연성을 드러내었고, '시나위 본체'를 축으로 한 윤성주 춤의 미학을 연결하였다.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적월'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적월'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풍류지혼'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풍류지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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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월하'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시나위본체'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시나위본체'

‘시나위 본체(本體)’: 불협과 화음이 교차하는 시나위 기악합주의 유동적 음악 구조 위에서 즉흥적 춤의 생성 원리를 펼쳐 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가락의 흐름을 좇는 춤은 호흡과 신체의 감각으로 응답하며,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되는 움직임을 통해 시나위가 지닌 생명성과 풍류의 미학을 몸으로 드러낸다. 음악과 춤은 서로를 이끌고 밀어내는 긴장 속에서 독립성과 조응을 동시에 획득하며, 그 사이에서 춤은 정해진 형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으로 존재한다.

이 작품의 미학적 토대는 1990년부터 최현이 추구한 풍류 정신과 자유 춤 철학이다. 이후 제자 윤성주는 손놀림과 발디딤, 특유의 호흡법과 신체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994년 시나위 기본의 형식으로 완성함으로써, 즉흥성과 전승 가능한 움직임의 언어를 구축했다. 경중(輕重)이 교차하는 호흡의 밀도, 정중동과 동중정이 교직 되는 신체 리듬은 한국춤 특유의 미감을 응축하며, 자유와 절제, 생성과 균형이 공존하는 시나위의 본질을 선명하게 환기한다.

이번 공연의 ‘시나위 본체’는 전통무용의 새로운 기본무로 부각되었고, 한국춤의 신체 원리와 미학을 체화하는 핵심 레퍼토리로 제시되었다. 국립무용단과 인천시립무용단을 비롯한 여러 전문 예술단체에서 후학들의 필수 교육과정으로 전승되며, 한국춤이 지닌 호흡의 깊이와 즉흥적 신체성을 계승하는 살아 있는 미학적 원형으로 지속적인 생명력을 이어가는 근거를 제시했다. (출연: 강채연, 김성연, 김진아, 박수정, 성예진, 안나영, 이영은, 이은진, 제지나, 조은주)

‘월하(月霞)​’: 달빛이 숲에 스며드는 자연의 시간을 신체의 호흡으로 번안한다. 무대는 풍경 재현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몸이 서로를 감응시키며 감각을 생성하는 현상학적 장(場)이다. 달빛 아래 미세하게 흔들리는 반딧불의 떨림은 무용수의 호흡과 신체 내부의 진동으로 이행되고, 그 미세한 파동은 여울처럼 공간을 따라 번지며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가시적인 움직임으로 변환한다. 춤은 몸을 통해 자연의 리듬을 체현하는 수행적 사건으로 완성된다.

윤성주의 안무는 호흡의 존재론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움직임은 선명한 동작보다 호흡의 축적과 해소, 응축과 확산의 과정에서 생성되며, 몸은 끊임없이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는 유기체로 존재한다. 미세한 긴장과 깊은 여운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그 시간은 관객의 감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이처럼 월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 움직임이 생성되는 이전의 호흡과 감각의 층위를 경험하게 하는 춤이다.

‘월하(月霞)​’는 자연의 기운이 몸을 통과하며 생성되는 존재의 순간을 사유한다. 몸은 달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매개이자 세계로 환원하는 통로가 된다. 그 순환 속에서 삶의 기쁨은 고요하게 피어나는 생명의 빛으로 경험된다. 사라지는 빛과 머무는 호흡, 침묵과 울림이 교차하는 무대는 한국춤이 지닌 풍류의 시간성과 신체의 시학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환기한다. (안무: 윤성주, 출연: 김희원, 김영재류 철가야금 산조: 이정민, 장구: 성휘경)

‘월영(月影)’: 기울어가는 달빛 아래 희미하게 번져가는 그림자를 통해 인간 내면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응시한다. 달의 빛이 옅어지듯 삶도 선명했던 감정과 기억을 희미한 잔상으로 남긴다. 작품은 한 여인의 생애를 시간의 층위를 따라 흔적을 더듬는 내면 여정의 춤이 된다. 절제된 호흡과 침잠하는 움직임, 버선발이 조용히 쓸어내는 디딤은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존재의 흔적을 몸의 언어로 새기며, 움직임 하나하나를 응축된 기억의 표면으로 전환한다.

작품의 정서는 서공철류 가야금산조의 깊고 유장한 선율과 호흡하며 선명한 미학적 깊이를 획득한다. 산조 특유의 농현과 여백은 무용수의 미세한 떨림과 호흡의 결을 섬세하게 이끌고, 몸은 음악의 시간을 따라 머뭇거리고 스며들며 진전한다. 섬세한 디딤은 삶을 견뎌온 시간의 무게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기호가 된다. 가야금의 음색과 맞물려 내면의 기억을 공간 위에 조용히 새겨 넣는다. 음악과 춤은 하나의 호흡과 리듬을 공유하는 감각적 구조를 이룬다.

‘월영(月影)’은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비추는 그림자를 응시하며 존재의 본질을 성찰한다. 그 그림자는 삶을 통과하며 축적된 기억과 감정을 지닌 또 하나의 자아로 확장된다. 윤성주의 춤 언어는 절제된 움직임과 여백의 미학으로 시간의 흐름을 신체 안에 응축시켜, 한국춤의 내면성과 서정성을 환기한다. 이 작품은 신체와 음악, 시간과 기억이 하나의 미학적 장을 이루는 가운데, 삶의 유한성을 고요하게 끌어안는 한국춤의 서정적 미학을 구현한 일 편이다. (안무: 윤성주, 출연: 정희담,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김용건, 장구 김성현)

‘적월(赤月)’: 붉게 물든 달빛은 기억과 그리움을 환기한다. 세월이 흘러도 소멸되지 않는 내면의 정서가 반영된다. 붉은 달빛이 하얀 창호를 물들이는 풍경은 현실과 기억, 현재와 과거가 맞닿는 심리적 공간을 형성한다. 그 아래에서 되풀이하여 떠오르는 한 사람의 뒷모습은 삶 깊숙이 각인된 존재의 흔적으로 남는다. 절제된 몸짓과 길게 이어지는 호흡은 침묵의 시간을 품어내며 몸속에 스며든 기억을 서서히 현재로 불러오는 수행적 움직임으로 확장된다.

춤은 아쟁이 지닌 깊고 낮은 음색과 긴밀하게 교감하며 농밀한 감각의 층위를 형성한다. 길게 이어지는 농현과 음의 미세한 흔들림은 무용수의 호흡과 몸의 떨림을 이끌며, 느린 움직임은 음악이 품은 시간의 밀도를 몸의 리듬으로 치환한다. 아쟁은 기억의 깊이를 환기하는 또 하나의 신체로 기능하며, 춤은 그 울림을 시각적 감각으로 전환한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손끝과 시선, 조용한 디딤은 음향의 여백과 공명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을 공간 위에 새긴다.

‘적월(赤月)’은 그리움을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존재의 기억으로 승화시킨다. 붉은 달은 삶과 사랑, 상실과 기다림을 응축한 상징이다. 몸은 그 상징을 매개로 기억과 현재를 이어주는 감각의 통로이다. 윤성주의 춤 언어는 절제된 움직임과 여백의 미학으로 한국춤 특유의 내면성과 사유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은 신체와 음악, 기억과 시간이 하나의 호흡으로 응축되며, 그리움의 심연을 춤으로 형상화하며, 삶과 존재를 성찰하는 우리춤의 깊이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안무 윤성주 출연 박수정 아쟁 김용성 구음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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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비상', 이영은 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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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화·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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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살풀이'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비상', 김진아 박상주 이인무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비상', 김진아 박상주 이인무

담청(淡青): 새벽과 아침이 맞닿는 경계, 어둠이 푸른빛으로 스미는 순간의 정적은 ‘담청’의 미학적 출발점이다. 작품은 당첨 빛 하늘이 품은 고요한 생명력과 관조의 정서를 호흡과 움직임으로 치환하며, 선계(仙界)를 향해 비상하는 신선의 정신세계를 형상화한다. 절제된 동선과 여백의 움직임은 내면의 맑은 기운을 발현하며, 학의 자태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은 비움과 충만의 한국춤의 미학을 드러낸다. 몸은 자연과 인간, 현실과 이상을 잇는 사유의 공간이 된다.

거문고 산조는 춤의 반주를 넘어 움직임을 생성하는 미학적 구조다. 깊고 절제된 음색은 무용수의 호흡과 미세한 신체의 진동을 끌어내며, 아쟁의 떠는소리는 내면에 잠재된 한의 결을 은은하게 흔들고, 장구의 장단은 침잠과 비상의 리듬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버선발의 섬세한 디딤과 유장한 발놀림은 산조의 시김새와 호흡을 시각적으로 번안하며, 고요와 생동, 한과 신명이 교차하는 심층적 정서를 구현한다. 춤과 음악은 하나의 감각 체계로 융합된다.

윤성주의 ‘담청’은 동시대적 감각의 몸으로 쓴 동화이며, 신체가 축적한 수행성과 정신성을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춤사위 곳곳에 스며든 단아한 품격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절제와 수양으로 얻은 존재의 기품으로 확장한다. 학의 몸짓은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비상이며, 자연과 인간 합일의 호흡으로 공명하는 한국춤 철학을 담아낸다. ‘담청’은 담백한 움직임 안에 깊은 정신성을 길어 올리며, 신체와 음악, 자연의 기운이 하나의 미학적 장을 이루는 작품이다. (안무, 출연: 윤성주, 거문고 전우석, 아쟁 김용성, 장구 황민왕)

‘비상(飛翔)’: 최현의 대표작(1974년 초연), 한국 남성춤이 지닌 호방한 기상과 선비적 풍류를 하나의 신체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당대 남성춤의 장중한 기개와 절제된 품격은 선비의 도량, 장인의 치열한 예술혼, 풍류의 정신을 하나의 움직임 안에 응축하며, 전통춤이 지닌 남성적 신체성의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였다. 이 작품은 몸을 통해 정신을 드러내고 기개를 수행하는 한국춤의 미적 원형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움직임은 경상도 덧배기춤 특유의 '당기는 맛'과 '푸는 멋'이 근간이다.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는 호흡의 리듬은 신체 내부의 에너지를 응축하고 유연하게 확장하며, 그 흐름 속에서 학(鶴)의 고고한 자태와 자유로운 비상의 이미지가 형상화된다. 최현의 ‘비상(飛翔)’ 하늘을 향해 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내적 열망과 정신적 자유를 몸의 결을 통해 드러내는 과정이며, 신체는 중력을 거스르는 힘과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균형 사이에서 풍류의 미학을 완성한다.

‘비상(飛翔)’은 윤성주가 1999년 초연한 재구성 작업의 혼성 이인무로 선보인다. 원작이 지닌 한량춤의 호연지기와 남성적 기상을 유지하면서도, 여성 무용수의 유연한 호흡과 섬세한 결이 더해져 작품은 새로운 미적 층위를 획득한다. 두 신체는 강인함과 유연함, 직선과 곡선, 기개와 품격이 서로를 비추며 공명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비상(飛翔)’은 시대를 넘어 신체성과 풍류의 미학을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동시대적 해석으로 확장된다. (출연: 18일=김진아 박상주(이인무), 19일=이영은(독무))

‘화·접(華·蝶)​’: 봄의 생명력이 피어나는 순간을 한국춤 특유의 풍류와 신명의 미학으로 창조한다. 철쭉 위를 스치는 어린 나비의 날갯짓은 자연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생명의 기운이 몸 안에서 움트고 다시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순환의 시간을 상징한다. 꽃과 나비, 몸과 음악은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리듬을 이루고, 무대는 자연과 인간이 호흡을 나누는 풍류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의상과 장식은 꽃과 나비의 색상과 조화하는 배려를 한다.

작품의 움직임은 굿거리장단의 너른 호흡 위에서 여백을 품고, 엇모리장단에 이르러 응축된 에너지를 신명으로 꽃피운다. 느림과 빠름,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는 장단의 흐름은 형식적 음악 구조가 아니라 신체의 시간성을 조직하는 힘이 되며, 무용수들은 그 결을 따라 각자의 몸을 하나의 살아 있는 악기처럼 울린다. 몸짓은 장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장단과 함께 생성되고 소멸하며, 그 과정에서 희로애락은 감정의 표현을 넘어 생명의 율동으로 승화된다.

군무는 개별 신체의 움직임을 하나의 호흡으로 엮어낸다. 서로 다른 몸들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꽃잎 사이를 유영하는 나비 떼처럼 유기적인 질서를 이루고, 공간은 무릉도원의 감각을 환기한다. 이때 무릉도원은 몸과 자연, 음악과 시간이 하나의 리듬으로 합일되는 풍류의 시간이다. 결국 ‘화·접’은 생명의 순환과 공동체적 신명을 몸으로 체현하는 한국춤의 시학이 된다. 절제된 호흡 위에 피어나는 흥과 여백의 미학은 자연과 인간이 본래 하나의 숨결임을 일깨운다. (출연: 강채연, 박소연, 성예진, 안나영, 이은진, 제지나, 조은주, 정승연, 정희담)

‘살풀이’: 여인의 내면에 침전된 애환과 한(限)의 정서를 신체의 시간성과 움직임의 결로 서서히 가시화한다. 한(限)은 몸에 축적된 기억과 삶의 흔적이 응축된 존재론적 정조로 드러난다. 낮게 가라앉은 시선, 절제된 호흡, 느린 동선, 여백의 몸짓은 신체가 기억하는 시간을 호출하며, 응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움직임의 리듬 속에서 내면의 서사를 축적해 간다. ‘살풀이’는 몸이 스스로 정서를 생성하고 해원(解冤)의 과정으로 이끄는 수행적 신체의 미학을 구현한다.

무악 시나위의 유장한 비정형적인 선율은 움직임의 호흡과 시간을 조직하는 또 하나의 신체로 기능한다. 장단의 느슨한 확장과 즉흥적 음의 흐름은 무용수의 호흡, 시선, 미세한 떨림과 긴밀하게 공명하며, 춤과 음악은 상생 관계를 형성한다. 시나위의 음향적 여백은 몸짓의 침묵을 더욱 깊게 드러내고, 움직임은 음악의 흐름을 시각적 리듬으로 환원한다. 음악과 춤은 하나의 감각 체계로 융합되어, 한의 정서를 미학적 울림이자 영적 승화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윤성주는 최현의 '限'을 최현 1주기 추모 공연(2003)에서 초연한 이후, 원작 정신을 계승하고 자신의 신체 감각과 움직임 어법의 독자적 미학을 구축해 왔다. 그녀의 ‘살풀이’는 수행된 몸이 축적한 감각과 시간, 예술적 사유가 겹겹이 스며든 새로운 해석의 결과물이다. 신체적 전승은 몸을 매개로 미학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창조적 계승의 과정임을 증명한다. ‘살풀이’는 개인의 한을 공동체적 기억으로, 신체 경험을 시대를 관통하는 미학적 언어로 환가한다. (출연: 민정희, 구음: 박서온)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담청'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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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주 예술감독·안무의 '월(月)_월영'
윤성주(윤성주춤아카데미 이사장,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역임)이미지 확대보기
윤성주(윤성주춤아카데미 이사장,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역임)

‘풍류지혼’(風流之魂): 시나위의 원초적 생명력과 풍류 정신을 신체의 역동성으로 전환한다. 한국춤의 즉흥성과 공동체적 에너지가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태평소의 강렬하고도 투명한 음색이 공간을 가로지르면 긴장감은 춤의 시작을 알린다. 무용수의 몸은 그 음향적 자극에 응답하듯 끊임없이 생성과 변주를 반복한다. 풍류는 절제와 분출, 긴장과 해방 공존의 미학적 태도를 보인다. 호방한 기세와 섬세한 움직임의 결은 상반된 에너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한다.

무속 기원의 시나위는 춤의 시간과 공간을 조직하는 미학적 구조가 된다. 향피리와 대금, 해금, 장구가 창조하는 즉흥적 음향은 서로의 호흡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생동의 음악적 흐름을 형성한다. 몸은 그 유동의 리듬 위에서 순간마다 새로운 움직임을 생성한다. 빠른 발디딤과 힘 있는 디딤새, 유연한 선과 과감한 회전은 장단의 미세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몸과 음악은 서로를 견인하는 공명 속에서 오랜 수행을 통해 체화된 즉흥성의 미학을 완성한다.

최현 15주기 추모 공연 '최현춤전'(2017)에서 군무로 초연된 ‘풍류지혼’은 한국춤이 지닌 즉흥성의 본질과 풍류 정신의 심층을 새롭게 환기한 역동적 춤의 미학이다. 독립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획득한 군무는 서로 다른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공명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 작품은 전통춤의 형식을 풍류와 신명이라는 한국적 미학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신체와 음악, 공동체적 호흡이 하나의 예술적 사건으로 융합되는 장을 제시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출연: 김성연, 김진아, 김희원, 박소연, 박수정, 안나영, 이영은, 제지나, 정희담)

‘호연(浩然)’: 천지를 가득 채우는 호연지기의 정신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한 남성 2인무이다. 소나무의 기개와 보름달이 품은 생명의 기운은 절제된 몸짓과 강인한 에너지 속에서 조형적 풍경이 된다.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은 단단한 디딤과 길게 뻗어가는 선이 되고, 허공을 가르는 팔의 궤적과 응축된 호흡은 정신적 기백을 신체의 언어로 전환한다. 이 작품에서 남성성은 절제와 균형, 내면의 수양이 빚어낸 품격이며, 움직임은 존재의 기개를 드러낸다.

2인무는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가는 관계 미학을 구축한다. 두 무용수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긴장과 이완을 주고받는 대립적 존재로서 독립성과 연대성을 형성한다. 공간을 가르는 도약과 회전, 절제된 디딤과 섬세한 손끝의 흐름은 역동적인 긴장을 만든다. 정교한 기교는 즉흥적 생명력과 어우러져 남성춤의 신명과 멋을 극대화한다. 몸은 음악의 장단과 호흡하며 공간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고, 리듬의 순환은 작품을 생동하는 유기적 구조로 이끈다.

윤성주의 초연작 ‘호연(浩然)’은 전통춤 기반의 동시대적 감각의 ‘남성춤의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 작품은 남성춤을 정신성과 신체성, 절제와 역동이 공존하는 몸 언어로 재구성했다. 듀엣의 호흡적 교감과 공간의 밀도는 공동 기운을 생성하며, 호연지기를 생동의 신체 경험으로 체현한다. ‘호연(浩然)’은 기백과 신명, 절제와 자유의 남성춤 미학의 지평을 열고, 전통적 정신성과 현대적 감각이 역동적으로 공명하는 윤성주 춤 세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안무: 윤성주, 출연: 박상주 손동근 이생강류 대금산조 강병하 장구 김성현)

춤은 시간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신체의 언어이며, 전승은 그 기억이 다른 몸을 만나 새로운 감각과 의미로 다시 태어나는 창조의 과정이다. 윤성주춤아카데미 창단 공연 「월(月)」은 축적된 몸의 기억과 미학적 사유가 제자들의 신체를 통해 현재형의 예술로 갱신되는 과정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무대에 펼쳐진 작품들은 개별 레퍼토리를 넘어 호흡과 장단, 여백과 즉흥성, 한과 신명, 풍류와 수행성이 하나의 미학적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음악과 춤은 신체의 시간을 함께 생성하는 공동의 언어이며, 윤성주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춤의 철학과 한국춤의 심층적 정신성이 하나의 예술적 세계로 응축되었다. 이 공연은 전통을 동시대의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살아 있는 신체 문화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성주춤아카데미가 지향하는 전승은 미학의 계승이며, 신체적 사유의 확장이다. 전통은 새로운 몸과 시대를 통과하며 재생성될 때 현재의 예술이 된다.

몸에 새겨진 기억은 또 다른 몸에서 새로운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은 다시 다음 세대의 예술을 잉태한다. 계승과 창조, 교육과 연구, 공연과 비평이 서로를 견인하는 이러한 순환 구조 속에서 윤성주춤아카데미는 한국춤의 전통적 원형을 미래의 감각으로 확장하는 동시대적 플랫폼이자, 신체와 예술, 문화적 사유가 유기적으로 교차하는 살아 있는 미학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월(月)'은 한국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미학적 선언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양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