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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는 역대급인데, 일자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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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는 역대급인데, 일자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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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다현 기자
한국 반도체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및 6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5% 증가했다.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신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숫자만 보면 축제다.

고용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는 딴판이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 줄었다. 감소세는 24개월째 이어졌다. 20대 취업자는 19만9000명 감소했고, 청년층 고용률은 43.9%로 1.7%포인트 떨어졌다. 반도체가 수출과 성장을 끌어올리는 사이 취업준비생이 마주한 채용문은 오히려 좁아졌다.

제조업 고용 부진의 책임을 반도체에 돌릴 수는 없다.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 원을 투자해도 자동차 공장이나 조선소처럼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하지 않는다. 첨단 장비와 자동화 설비가 생산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생산과 이익이 급증해도 고용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은행도 지난 19일 발표한 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에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의 자본집약도와 수입의존도가 높아 생산·고용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중심 성장의 혜택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수출 신기록이 국민의 소득과 소비로 확산하는 힘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한 것은 업계가 줄곧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은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개발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인재다.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신입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반도체 인재난과 청년취업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다.

기업에 필요 이상의 인력을 뽑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세제와 금융, 용수와 전력, 산업단지 조성까지 전방위로 지원한다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수출액과 기업 이익뿐 아니라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일감이 얼마나 퍼졌는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생겼는지, 정부가 육성한 인재가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는지도 따져야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업만 웃고 국민이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말은 공허해진다. 반도체의 성적표에는 수출액과 영업이익만 적혀선 안 된다. 그 호황이 얼마나 많은 좋은 일자리로 이어졌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