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가 던진 '지방은행 통합' 화두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 사이서 경쟁력 저하
성급한 찬반보다 미래 경쟁력 위한 공론화 필요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 사이서 경쟁력 저하
성급한 찬반보다 미래 경쟁력 위한 공론화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시장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무엇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방금융지주 간 합병은 금융당국은 물론 지역사회와 노동조합, 주주, 심지어 정치권까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지방은행 직원들은 물론, 지역상공인들까지 나서 반기를 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합병론을 꺼내든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주주이익 최우선'이 내재화된 행동주의 펀드의 정체성이 반영됐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경쟁력 논란은 비단 한두 해에 걸쳐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10년, 아니 20여 년 전에도 지방은행의 경쟁력 약화와 해법을 둘러싼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합병 논의 자체마저 무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은행이 처한 환경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영·호남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수도권 대비 영·호남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도 2016년 66.6%에서 지난해 59.3%까지 하락했다. 지방은행의 기반이 되는 지역 경제도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지역민의 충성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이들 금융그룹에서는 은행이 아닌 캐피탈 자회사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옛 DGB금융지주(대구은행)가 iM금융그룹으로 '신분 세탁(시중은행 전환)'에 나선 것도 지방은행으로서 성장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방은행들도 수도권 영업 확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투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이버 보안, 글로벌 사업 확대, 자본 규제 대응 등에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수다. 고만고만한 규모의 지방 금융지주들이 각각 동일한 투자를 반복하는 구조가 과연 효율적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꺼내든 합병론도 이런 시각이 반영됐다. JB금융과 BNK금융을 통합해 총자산 234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 금융지주를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조달비용 절감과 고정비용 축소, AI 투자 확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등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것이다. 양사 통합의 경우 인수합병(M&A) 추진의 최대 기피 요인인 영업권역도 겹치지 않는다. 캐피탈과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도 상호 보완적이어서 자기잠식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얼라인 측 역시 시장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이후에도 지역은행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모델을 제안한 것도, 지역 금융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주 차원의 규모의 경제만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제안의 배경과 그 질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의 지방은행이 향후 10년, 20년에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선뜻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다. DGB의 시중은행 전환 역시 과거에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현실성과 당위성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 산업의 큰 변화는 대개 당위성이 현실성을 앞서갈 때 시작됐다. 지방은행 통합론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찬반이 아니라 지방금융의 생존 전략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하는 일이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