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하이퍼스케일러 올해 설비투자 7850억 달러, 장부 밖 임차 약정 1조 2000억 달러"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전망치 미달…레버리지 강제 청산이 낙폭 키워
같은 보고서 "4대 기업 재무구조는 세계 최고 수준…투자등급 위협 임박 아니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전망치 미달…레버리지 강제 청산이 낙폭 키워
같은 보고서 "4대 기업 재무구조는 세계 최고 수준…투자등급 위협 임박 아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코스피가 28일 10.84% 내린 6023.66에 마감한 데 이어 29일에도 장중 12%대까지 밀리며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코스피에서 이틀 연속 매매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29일 코스피는 1% 넘게 오르며 출발했지만, 장중 5262.77까지 급락한 뒤 낙폭을 줄여 5.98% 내린 5663.24에 마감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발동한다. 이날은 오후 12시 32분 걸렸다.
28일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떨어졌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6월 22일 사상 최고치 9114.55를 기록한 지 한 달여 만에 지수는 38%가량 빠졌다.
로이터는 28일 급락 요인으로 AI 인프라 자금조달 우려, 중국의 기술 진전,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를 함께 꼽았다. 이 가운데 글로벌 증시를 관통하는 축은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를 빚으로 짓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무디스가 계산한 숫자
CNBC는 24일(현지시각) 무디스 보고서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코어위브 6개사의 올해 설비투자가 7850억 달러(약 1138조 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450조 원)에 근접한다고 보도했다. 6개사의 직접 부채는 4600억 달러(약 667조 원)로 집계됐다.
더 큰 규모는 장부 밖에 있다. 무디스는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약정이 1조 2000억 달러(약 1740조 원)로 불어났고, 이 가운데 8200억 달러(약 1189조 원)는 아직 임차가 시작되지 않은 건설 중 시설이라고 밝혔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무디스는 이를 부채에 준하는 채무로 분류한다. 알파벳은 지난달 850억 달러(약 123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별도 조사에서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5개사의 장부 밖 채무가 4년 만에 8배 늘어 1조 6500억 달러(약 2392조 원)에 이르며 장부상 부채 1조 3500억 달러(약 1957조 원)를 웃돈다고 추산했다. 무디스 수치와 같은 성격의 항목을 다른 방식으로 집계한 결과다.
무디스가 지목한 위험은 당장의 상환 불능이 아니라 현금흐름 잠식이다. 투자가 회수보다 앞서 나가는 상태가 길어지면 신용도와 자금조달 비용이 흔들린다는 논리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밀린 이유
SK하이닉스는 29일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 영업이익률 76%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56.8%, 영업이익은 557.2% 늘었고 상반기 누적 매출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주가는 9.61% 내린 140만 100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6월 25일 전고점 291만 7000원과 견주면 한 달여 만에 반 토막이 났고, 장중에는 19.61%까지 밀리며 시가총액이 1000조 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증권가 전망치인 매출 83조 9400억 원, 영업이익 63조 9900억 원에 못 미친 데다 별도의 주주환원책이 나오지 않은 점이 투자심리를 눌렀다.
수급 요인도 겹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24일 연중 최고치인 38조 6328억 원에서 7월 24일 32조 6716억 원으로 5조 9612억 원(15.43%) 줄었다. 4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감소분 상당 부분이 담보 부족에 따른 강제 청산에서 나왔다. 29일에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하루 32% 넘게 내렸다.
거래대금도 말라붙었다. 상상인증권 집계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5~6월 100조 원 수준에서 7월 들어 67조 원으로 30%가량 줄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8일 83.43으로 마감해 5거래일 이어진 하락세를 끊고 다시 80선 위로 올라섰다. 21일 84.89에서 27일 77.55까지 내리며 변동성이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 직후였다.
만 6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96.94는 아직 넘어서지 않았다. 지수가 고점 대비 38% 밀리는 동안에도 옵션시장이 매긴 불안의 크기는 지난달 수준을 밑돈다는 뜻이다.
반등 근거 세 가지
첫째, 공포를 촉발한 보고서가 안심 근거를 함께 담았다. CNBC에 따르면 무디스는 오라클과 코어위브가 신용등급 압박을 가장 먼저 받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는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축에 드는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등급이 곧바로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부채 문제가 산업 전체가 아니라 재무구조가 약한 일부 기업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둘째, 주문은 줄지 않았다. CNBC에 따르면 알파벳은 22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에서 클라우드 매출이 82% 늘어난 248억 달러(약 35조 9600억 원), 수주잔고 5140억 달러(약 745조 원)를 기록했고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1800억~1900억 달러에서 최대 2050억 달러(약 297조 원)로 올렸다. 데이터센터다이내믹스가 6월 8일 전한 무디스 집계를 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잔여이행의무(RPO)는 1분기까지 두 분기 동안 7000억 달러(약 1015조 원)가량 늘었다.
메모리 값이 오르고 있다는 증거는 고객사 장부에서 먼저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는 4월 29일(현지시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1900억 달러(약 275조 원) 가운데 약 250억 달러(약 36조 원)가 부품 가격 상승분이라고 밝혔다. 빅테크가 더 쓰는 돈의 상당액이 메모리 업체 매출로 흘러든다는 의미다.
셋째, 공급이 잠겨 있다. 포브스는 8일(현지시각) HBM이 2027년 물량 대부분까지 완판됐다고 보도했고, JP모건은 이달 초 의미 있는 신규 생산능력이 2028년 전에 나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를 포함해 10곳가량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표준 계약기간은 통상 5년이나 고객과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투자가 줄어드는 국면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가동률이 오르고 수익화가 빨라지는 단계이며, 생산능력 확대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만큼 중장기 투자가 곧바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월가 바닥론과 중국 변수, 어떻게 볼까
경계할 대목도 있다. 모건스탠리·JP모건·UBS가 22일 내놓은 바닥론은 이번 이틀 급락 이전 진단이다. 모건스탠리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공급이 AI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하고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코스피 목표치 9000을 유지했고, JP모건은 12개월 목표치 1만 2500을 제시했다. 이후 지수는 여기서 다시 크게 밀렸다. 목표 숫자보다 근거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따로 따져야 하는 이유다.
중국 변수는 규모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27일(현지시각) 중국 업체가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전한 생산 계획은 올해 5대, 내년 20대 수준으로 SMIC·창신메모리(CXMT)·화훙반도체가 공급 대상이다. CNBC에 따르면 같은 기간 ASML은 이머전 DUV 장비 130대 생산능력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30%를 더 늘릴 방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디디에 셰마마 애널리스트는 27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위협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DUV 진전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ASML을 대체하려면 생산성과 오버레이 정밀도, 소유비용에서 대등한 국산 대안이 필요한데 이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라고 진단했다. 오도BHF의 스테판 우리 리서치 총괄은 CNBC에 중국이 하는 작업이 매우 저사양 영역에 국한될 수 있다며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진단은 ASML의 사업 위험에 관한 것이다. 한국 메모리 업계가 실제로 재는 잣대는 장비를 받게 될 CXMT의 증설 속도다. CXMT는 27일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해 공모가 8.66위안에서 466% 오른 49위안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3조 3000억 위안(약 4870억 달러, 706조 원)으로 중국 본토 상장사 1위에 올랐다. 다만 유통 물량이 전체의 6.73%에 그쳐 주가 급등폭 자체를 실력으로 읽기는 어렵다.
CNBC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증권신고서 기준 2025년 7.67%다. 삼성전자 약 38%, SK하이닉스 약 29%, 마이크론 약 22%와는 아직 거리가 있고, HBM은 상업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회사는 올해 말 상하이 후공정 시설에서 HBM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 뒀다. 미국 국방부는 상장에 앞서 CXMT를 중국 군사기업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6개월, 확인할 세 가지
첫째, 빅테크 실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미국 현지시각 29일 장 마감 뒤, 아마존은 30일 실적을 공개한다. 한국시각으로는 각각 30일과 31일 새벽이다. 볼 지표는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과 수주잔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제시할 2027 회계연도 설비투자 계획이다. 시장은 2200억 달러(약 319조 원) 안팎을 예상한다. 이 범위를 지키면 지출 속도가 통제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둘째, 10월부터 내년 1월 사이 나올 빅테크의 2027년 설비투자 가이던스다. 유지되거나 늘어나면 반도체에 붙은 할인율이 걷힐 여지가 생긴다.
셋째, 하반기에 진행될 HBM4의 2027년 공급계약 가격이다. 올해 수준 이상에서 타결되면 메모리 사이클 연장이 숫자로 확인된다.
지금 국면은 기술 수요가 꺾인 것이 아니라, 투자 속도가 현금 창출 속도를 앞지르며 생긴 재무 불균형을 시장이 다시 값 매기는 과정에 가깝다. 29일 코스피가 장중 5262.77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6%대로 줄이며 마감한 것도 저가 매수 자금이 여전히 대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세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