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방문객 감소세 지속…항공·육로 여행 모두 위축
정치적 반감에 소비 행동까지 변화…美 관광업계 타격 확산
정치적 반감에 소비 행동까지 변화…美 관광업계 타격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일변도 행보로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 보이콧이 장기화하자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주요 관광도시들이 할인과 환율 우대까지 내걸며 관광객 되찾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고율 관세에 이어 최근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개명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하자 연방정부와는 별개로 미국 지방정부와 관광업계가 캐나다인에게 직접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으로 캐나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뉴욕,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미국 관광도시와 업계가 할인행사와 우대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인들을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지난 2024년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반대로 미국인의 캐나다 방문은 증가했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캐나다인이 2025년 미국 여행에 쓴 돈은 전년보다 33억캐나다달러(약 3조2800억원) 줄었다.
◇ 뉴욕 “캐나다 사랑해요”…호텔·식당·관광지 할인
FT에 따르면 캐나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뉴욕은 특히 적극적이다.
뉴욕에서는 올여름 약 3주 동안 일부 호텔과 항공편, 식당, 관광시설 등이 ‘노던 네이버 딜’이라는 이름으로 캐나다 관광객에게 대폭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뉴욕주 공식 관광사이트도 ‘뉴욕은 캐나다를 사랑합니다. 여러분 같은 이웃이 있어 행운입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별도의 관광객 유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최근 캐나다가 뉴욕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맹이라며 관광업계가 방문객 감소의 충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주를 찾은 캐나다 관광객은 지난해 26% 이상 줄었고 이들의 지출도 28% 감소했다.
FT는 뉴욕 주민과 관광업계의 분위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캐나다 발언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 뉴욕 관광업체 “캐나다 고객 40%→10%”
실제 관광 현장의 타격도 크다.
뉴욕에서 음식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바이럴 푸드 투어의 공동창업자 바룬 디드와니야는 “과거에는 고객 가운데 캐나다인이 30~40%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약 10%로 줄었다”고 FT에 말했다.
캐나다 국경은 뉴욕에서 자동차로 약 6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캐나다인은 전통적으로 영국인에 이어 뉴욕을 가장 많이 찾는 해외 관광객 집단 가운데 하나였다.
뉴욕시장실에 따르면 캐나다 관광객은 2024년 뉴욕에서 10억달러(약 1조3810억원) 이상을 소비했다.
뉴욕 관광업계 입장에서는 단순히 해외 관광객 한 시장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규모도 큰 핵심 고객층이 빠져나간 셈이다.
◇ 라스베이거스는 캐나다달러를 美달러와 1대1 대우
캐나다 관광객 잡기에 나선 곳은 뉴욕뿐만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일부 호텔은 ‘베이거스 앳 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관광객이 특정 호텔과 카지노, 식음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캐나다달러와 미국달러를 사실상 1대1 가치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시장 환율보다 캐나다 관광객에게 크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미국 여행의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업계는 캐나다인의 방문이 급감하자 캐나다 현지 여행업계에도 직접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버몬트주의 스키리조트도 캐나다인을 상대로 공개서한을 내는 등 국경지역 관광업체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제이피크리조트의 스티브 라이트 총지배인은 “관세나 무역정책, 정치에 대해 누구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좋은 이웃 사이가 멀어지게 만드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트럼프 “우린 캐나다 필요 없다”…관광업계는 정반대
이 같은 관광업계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캐나다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광업계의 체감은 다르다.
캐나다는 미국 관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 고객 가운데 하나로, 특히 뉴욕과 버몬트 등 국경지역과 라스베이거스 같은 관광도시는 캐나다인의 소비 감소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복귀한 뒤 급격히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했고 캐나다산 철강과 자동차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도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무역갈등은 양국 소비자의 일상적인 구매와 여행 결정으로까지 확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호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면서 캐나다 내 반감은 다시 커졌다.
◇ 캐나다 ‘팔꿈치 들기’ 운동 다시 확산
캐나다에서는 미국 상품과 여행을 피하자는 ‘엘보스 업’ 운동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팔꿈치를 드는 동작에서 나온 표현으로 미국의 압력에 맞서겠다는 캐나다의 결속을 상징하는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 급락한 뒤 올해 2분기 들어 일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최근 미·캐나다 관계가 다시 악화하면서 보이콧 움직임이 되살아났다고 FT는 전했다.
뉴욕시 관광·컨벤션 당국의 줄리 코커 최고경영자(CEO)는 “양국의 정치적 관계에는 부침이 있다”면서도 “캐나다 방문객들이 돌아올 준비가 됐을 때 뉴욕은 언제든 이들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내 반감이 단기간에 사라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토론토 소재 대학의 재러드 퍼디 교수는 “미국 여행을 계속 보이콧할 생각”이라며 “미국산 제품도 가능한 한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관광업계가 캐나다인의 소비를 원한다면 먼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동안 미국 지방정부와 호텔, 카지노, 관광업체들은 정반대로 할인과 환대 메시지를 앞세워 캐나다 고객을 다시 데려오려 하고 있다.
양국의 정치갈등이 관세와 외교 문제를 넘어 국경을 오가던 관광객의 지갑까지 움직이면서 미국 관광업계가 그 경제적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