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부터 국내외 진단·전망까지, 탄탄한 경험과 지식 망라
RE100 통렬한 지적... 호남 전력·용수 인프라 등 설명 부족 아쉬움
RE100 통렬한 지적... 호남 전력·용수 인프라 등 설명 부족 아쉬움
이미지 확대보기반도체와 반도체 소자로부터 시작된 반도체 여정은 나노의 세계를 헤매다 수백조 수천조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 사이를 뚫고 거대 공룡 빅테크의 머리 싸움을 헤집다 보면 '해변의 스노클링' 아닌 '급류를 횡단하는, 헤엄 못치는 맥주병' 같다.
거기에 소부장을 거쳐 대만 TSMC 대목에 이르면 안타까움과 함께 깊이를 알 수 없는, 두텁지 않은 애국심이 은근 발동하기까지 한다. 책 순서를 그렇게 잡은 것 같지만 반도체의 발달 과정과 산업의 줄기를 더듬는 데 이만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읽으면서 저절로 밑줄 쫙 긋게 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이 시대 화두가 됐고 지금 정부 최대 현안이자 목숨줄처럼 팽팽한 긴장의 끈이다. 함부로 당길 수 없고 무심코 느슨하게 할 수도 없는 정치와 경제의 혼합물, 아니 그 이상 단군 이래 최대 국가적 존망의 방아쇠 같다. 이 대목을 저자 이봉렬은 자신있게 설파한다. 용인 클러스터의 지리적 문제와 전력망 구축의 근시안적 실수, 그리고 해외에서 보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담아 호남 클러스터의 장점과 당위성을 대비해 보여준다.
여기서 저자가 매우 중요하게 언급하는 게 바로 RE100.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테크는 대체로 2030년부터 자신 회사의 완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탄소중립 출신이 아니면 안쓰겠다는 철칙을 정했다. 이런 원칙을 지킨다면 지금의 삼성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HBM 등도 판로를 보장할 수 없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호남은 RE100에 맞게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갖추고 풍부하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넘치게 풍부하다고 한다. 이 책 후반부 130여 쪽을 대부분 RE100 실행의 불가피성과 우리 대응의 미흡함, 그리고 거의 유일한 대안이 호남 클러스터라는 것.
그러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용인 공사 완공에만 집중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 호남권 투자는 유야무야 무산시키겠다는 계산을 품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들 대기업이 정확한 타임라인을 발표하지 않았기에 그렇다.
궁금한 것이 있다. 재생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호남에 현재 생산되는 전력량은 얼마이며,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때 필요한 전력량은 얼마이며, 태양광 전력과 풍력 발전량을 각각 얼마이며, 이들 에너지의 안정성은 과연 충분한 것인지 등의 설명은 저자는 하지 않았다. 숫자가 없으니 논리적 설득도 다소 빈약해 보인다.
반도체에 대한 교양 수준을 HBM처럼 획기적으로 쌓을 수 있는 호기였지만 앞에 읽은 주요 용어와 숫자들이 뒤로 갈수록 희미해지는 건 단순히 기자 기억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친절함과 명쾌함은 반도체 근육이 몸에 밴 저자의 노력의 산물임을 확인했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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