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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SK하이닉스가 연 ‘주주환원' 경쟁,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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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SK하이닉스가 연 ‘주주환원' 경쟁,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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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필 산업부장
그동안 국내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낮은 주주환원율과 불투명한 자본 배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면서 ‘주주환원 경쟁’의 포문을 열어서다.

특히 이번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환원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이제 성장의 과실을 주주와 나누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주주환원 규모를 약 90조~110조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20년 약 20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최대 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기존 정책을 사실상 충실하게 이행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행보는 더욱 공격적이다. SK하이닉스는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히 현금을 배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 뒤 없애는 방식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와 지분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이외에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누적 FCF의 50% 이상을 환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정 배당금도 주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높였다.

이처럼 같은 반도체 기업이지만 두 회사의 주주환원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 환원에 무게를 둔다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방식이 더 좋은지를 놓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해야 할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뿐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주주와 나누느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주환원은 숫자만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일회성 특별배당으로 끝나는 것인지,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매년 이어질 수 있는지, 성장 투자를 훼손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주당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크다. 지금은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강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몇 년 뒤에도 현재와 같은 호황이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 기업이 호황기에 현금을 모두 주주에게 돌려주고 불황기에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두 기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주주환원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한국 자본시장에는 긍정적인 변화다.

한 기업이 환원을 확대하면 다른 기업도 시장의 눈높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경쟁이 확산되면 국내 기업 전반의 자본배분 관행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한국 증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이 얼마나 많이 버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돌려주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AI와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면 주주환원은 그 성장의 과실을 자본시장에 연결하는 통로다.

진정한 주주환원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느냐에 있지 않다.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주당 가치 상승으로 연결하느냐가 진짜 승부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일회성 ‘통 큰 환원’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자본배분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여준 주주환원의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