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사회 ‘2030 미래 계획’ 만장일치 통과
獨 공장 4곳 미래 불투명…유럽 생산능력 50만대 과잉
獨 공장 4곳 미래 불투명…유럽 생산능력 50만대 과잉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최대 완성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기존 인력 감축에 더해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줄이고 차종도 절반으로 축소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노동조합과 니더작센주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진 여부가 불투명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감독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폭스바겐의 비용 절감 작업이 본격화하게 됐다.
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해온 대대적인 경영 쇄신안을 전날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폭스바겐은 이를 회사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혁신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계획에 따라 폭스바겐은 경영진을 포함해 그룹 전체에서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이후 진행돼온 약 5만명 규모의 감축 프로그램에 추가되는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전체적인 인력 감축 규모는 약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 폭스바겐은 현재 전 세계에서 약 65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 中 공세·美 관세·유럽 판매 부진 ‘삼중고’
폭스바겐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거센 공세와 미국의 관세, 유럽 자동차시장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1.6% 줄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높은 생산비용을 유지해온 폭스바겐에 부담을 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현재 유럽 공장의 생산능력이 실제 수요보다 50만대 이상 많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엠덴, 츠비카우, 하노버, 네카르줄름 등 공장 4곳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블루메 CEO는 이들 공장이 비용을 충분히 낮추지 못할 경우 새로운 차량 생산 물량을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폭스바겐도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 공장의 대체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공장 폐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생산 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산 중단이나 다른 용도로의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 차종 절반 없애고 영업이익률 9% 목표
폭스바겐은 인력과 공장뿐 아니라 판매 차종도 대폭 정리한다.
향후 9년 동안 그룹의 자동차 모델 가운데 약 절반을 없애 제품군을 단순화할 계획이다.
판매량이 적거나 수익성이 낮은 모델을 정리하고 남은 차종의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으로써 차량 한 대당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통해 2030년 영업이익률을 9%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8%에 그쳤다.
회사는 조직구조와 관리계층도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비용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 노조·니더작센주 반대 넘고 ‘깜짝 합의’
이번 계획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예상 밖의 결과로 평가된다.
감독이사회 승인 하루 전까지도 경영진과 노동조합, 니더작센주 사이의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폭스바겐 본사와 다수 공장이 있는 니더작센주 정부는 폭스바겐 의결권 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중요한 경영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노동자 대표들도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에 따라 감독이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블루메 CEO가 지난 6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뒤 양측은 감원과 공장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러나 장시간 협상 끝에 노동계와 니더작센주가 구조조정 필요성을 받아들이면서 감독이사회가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다만 폭스바겐 브랜드와 부품사업을 그룹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놓고는 논란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은 사업 분리 방안이 철회됐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네 베너 IG메탈 위원장과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공동성명에서 “어떤 공장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폭스바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FT에 사업 분리 방안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밝혀 최종적인 구조조정 형태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폭스바겐이 대규모 감원과 차종 축소를 실제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과제다.
톰 나라얀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감독이사회와 노동계의 만장일치 승인을 ‘긍정적인 놀라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폭스바겐이 계획을 실행해 조직을 더 작고 민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이번 구조조정이 폭스바겐의 비용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