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베선트 국채 바이백 역풍…장기 국채금리 되레 급등

글로벌이코노믹

베선트 국채 바이백 역풍…장기 국채금리 되레 급등

60억달러 매입에 월가 “기대 이하”…10년물 금리 약 3년 만에 최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향정부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 규모를 대폭 늘렸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장기채 시장 안정을 위해 직접 개입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바이백만으로 미국의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비롯된 금리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매입) 규모를 전날 60억달러(약 8조646억원)로 정했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달 발표한 바이백 확대 방침 이후 실시하는 첫 매입이다.

재무부는 앞서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최소 40억달러(약 5조3764억원)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60억달러는 그보다 늘어난 규모지만 월가 일각에서 예상했던 80억달러(약 10조7528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3조441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FT에 따르면 발표 직후 시장은 실망으로 반응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0.05%포인트 올라 4.86%에 육박하며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올랐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는 “60억달러는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며 “투자자들이 베선트 장관이 더 큰 규모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 금리 상승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도 일부 투자자들이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강력한 조치를 기대했던 만큼 시장이 60억달러 발표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시장 달래려다 기대만 키웠나


이번 조치는 베선트 장관이 급등하는 미국 장기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또 하나의 시장 개입책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국채시장은 약 32조달러(약 4경3011조2000억원) 규모로 세계 금융시장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소비자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장기 국채 매도세가 시장의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바이백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직접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려 할수록 투자자들이 더 큰 개입을 기대하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무부가 지난달 처음 제시한 40억달러 규모 바이백 확대 역시 채권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커지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재무부의 개입이 기관의 신뢰를 훼손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의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리서치 책임자 수바드라 라자파는 바이백이 국채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물 매도세의 중요성을 재무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가 향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 390억달러 입찰 강한 수요에 금리 상승폭 축소


다만 국채금리는 오후 들어 장중 고점에서 일부 내려왔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90억달러(약 52조4199억원) 규모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비교적 강한 수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 입찰 국채는 4.834%의 금리에 낙찰됐다. 지난 8월 12일 입찰 당시 4.683%보다 높은 수준이다.

입찰 수요도 양호했다.

BMO캐피털마켓의 베일 하트먼에 따르면 투자자가 사들이지 않은 국채를 떠안는 역할을 하는 프라이머리 딜러의 매입 비중은 2025년 9월 이후 실시된 10년물 입찰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사들이려는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했다는 의미다.

◇ “금융공학으로 경제 기초여건 못 이겨”


재무부의 바이백은 과거 발행돼 거래가 상대적으로 뜸해진 10년·20년·30년 만기 국채를 사들이고 최근 발행된 국채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목적은 대규모 국채 거래가 가격을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있다.

재무부는 10일 오전 바이백 대상 국채를 최종 발표하고 미 동부시간 오후 1시40분부터 2시까지 실제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날 30년 만기 국채 입찰도 실시된다. FT는 입찰금리가 투자자들이 베선트 장관의 장기금리 억제 정책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에 하락 압력을 가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조치가 경제의 기초여건을 압도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이 바이백을 확대할수록 시장이 더 큰 규모의 개입을 기대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다시 국채를 매도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재무부의 시장 개입 효과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결국 미국 장기금리의 향방은 바이백 규모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등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달려 있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