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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국채 바이백 확대…연준 물가잡기 ‘엇박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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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국채 바이백 확대…연준 물가잡기 ‘엇박자’ 우려

베선트, 10~30년물 회당 40억달러로 매입 2배 확대
장기금리 낮추면 금융여건 완화…연준 긴축과 상충 가능성
워시 ‘시장에 수익률곡선 맡겨야’ 구상도 시험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운용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등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두 기관의 정책 방향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이 물가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정책 운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만기 10~30년 국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서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두 배 확대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우려로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도 이날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6540조원)를 넘어섰다.

재무부 발표 직후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장기금리는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20일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베선트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백 규모를 추가로 늘릴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최근 장기금리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바이백 확대에는 시장에 이를 알리려는 신호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장기금리 낮추고 연준은 물가 잡아야

문제는 재무부의 장기금리 안정 정책과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금융시장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실물경제의 자금조달 비용도 떨어진다. 이는 전체적인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반면 연준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필요할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낮춰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연준이 단기금리를 올려 경제를 긴축하려 한다면 두 정책이 서로 상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재무부와 연준이 대차대조표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경우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연준의 잠재적인 금리 인상과 이번 국채 바이백 결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워시 ‘시장에 금리 맡긴다’ 구상과도 긴장

재무부의 적극적인 장기금리 개입은 워시 의장의 기존 정책 철학과도 미묘한 긴장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이끌었다. 당시 표결 결과는 9대3이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워시 의장은 연준이 금융시장을 이끌기보다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 움직임을 정책 판단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전략가는 “워시 의장은 시장 스스로 수익률곡선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비전통적인 주장을 펴왔지만 투자자들이 베선트 장관을 장기금리를 직접 관리하려는 인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논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가 장기 국채를 직접 사들이면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형성한 수익률곡선을 연준이 순수한 정책 신호로 해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 직접 국채 매입 가능성은 아직 낮아

그렇다고 연준이 재무부와 함께 장기 국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당장 커진 것은 아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정책에 오랫동안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 약 6조8000억달러(약 9612조원)인 연준의 대차대조표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현재 국채시장이 연준의 직접 개입을 필요로 할 정도로 기능이 훼손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연준이 시장안정을 위해 자산매입에 나서려면 유동성이 크게 악화되고 시장 기능이 무너지는 징후가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가 연준의 단기금리 통제 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수단은 여전히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라는 것이다.

◇연준까지 장기채 매입하면 ‘통화완화’ 논란

다만 장기금리 상승세가 다시 심해져 연준의 개입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문제는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연준은 재무부보다 훨씬 큰 규모로 장기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낮출 능력이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 목표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연준이 장기채 매입에 나선다면 사실상 통화완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유지하는 연준의 목표와 양립하기 어렵다.

뉴욕 연은과 미 재무부에서 근무한 달리프 싱 PGIM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장기금리 상승의 원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 AI 인프라 건설을 위한 기업들의 막대한 자금조달,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가 당장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베선트 장관의 장기금리 개입이 확대될수록 시장금리를 정책 판단의 주요 신호로 활용하려는 워시 연준의 통화정책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