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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 사태 직전 수준"… 국제 원자재 가격, 18년 만에 최고치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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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 사태 직전 수준"… 국제 원자재 가격, 18년 만에 최고치 '육박'

CRB 지수 420선 돌파, 2월 미·이란 충돌 이후 30% 급등… 사상 최고치(474)에 10% 차 접근
호르무즈 봉쇄발 에너지 위기·AI 데이터센터발 구리 폭등·중앙은행 '탈달러 금 사재기' 3각 파도
IMF "2026년 세계 인플레이션 4.7%로 재가속"…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 속 연준 셈법 복잡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2년 이후 금 구매를 늘려왔고, 이는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2년 이후 금 구매를 늘려왔고, 이는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 원자재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역사적 고점 수준에 바짝 다가서며 전 세계를 강타할 '2차 인플레이션 쇼크'의 공포를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대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이 유발한 구리 등 비철금속 수요 폭발, 그리고 미국의 재정적자와 자산 동결 위험을 피해 금을 대거 사들이는 '탈(脫)달러화' 흐름이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다.

이로 인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기조를 전제로 피벗(통화정책 완화)을 추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경로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9월 1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19개 핵심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FTSE/코어커머디티 CRB 지수’는 8일 기준 약 420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이란 무력 분쟁 직전이던 지난 2월 말 대비 불과 6개월여 만에 약 30% 폭등한 수치다.

현재 지수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직전 원유와 원자재 투기 붐이 절정에 달했던 2008년 8월 초 수준에 도달했으며, 2008년 7월에 기록했던 역사상 최고치(약 474)와 비교해도 불과 10% 이내의 격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원자재 랠리를 이끄는 '3각 복합 파도'


전문가들은 이번 원자재 가격 폭등이 단일 변수가 아닌 3대 구조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됐다. 국제 원유 벤치마크는 분쟁 이전보다 30% 이상 치솟았고,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2배 이상 폭등했다.
전력망 인프라의 핵심인 구리 가격은 8일 7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무라 카즈토모 미즈호은행 이사는 "AI 컴퓨팅 인프라 확대와 글로벌 탈탄소 전기화가 맞물리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부문에서 구리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재정 악화와 지정학적 자산 동결에 불안을 느낀 각국 중앙은행들은 2022년 이후 금 보유고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호주 ABC 정유공장의 니콜라스 프래펠 글로벌 기관 책임자는 "공공 부채 폭증과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금 가격은 2008년 저점 대비 5배나 폭등했다"고 분석했다.

다이이치라이프 경제연구소의 후지시로 코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위기발 공급 차질, AI 인프라의 구조적 수요, 그리고 달러화 회피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상승세가 에너지를 넘어 귀금속과 산업용 비철금속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독주였던 2008년·2022년과 다르다… "전 품목 동반 폭등"


주목할 점은 이번 랠리가 과거의 원자재 위기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2008년 폭등은 중국의 경이적인 산업화에 따른 원유·철광석 수요 독점에 기인했고, 2022년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특정 공급망 쇼크였다.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연구 공동 책임자는 "2008년이나 2022년과 달리 지수 내 비중이 가장 큰 원유 단일 품목이 전고점을 뚫지 않았음에도 CRB 종합 지수가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셰일 원유 증산과 전략 비축유가 유가의 극단적 폭등을 일정 부분 막아내고 있지만, 정제 마진이 치솟고 구리·금·곡물 등 비에너지 품목들이 일제히 신고가를 쓰며 지수 전체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 "세계 물가 4.7%로 재가속"…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에 연준 '딜레마'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충격은 전 세계 거시경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8.7%로 정점을 찍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25년 4.1%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으나, 최근 7월 세계경제전망(WEO) 수정 보고서를 통해 2026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4.7%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

IMF는 "2024년 초부터 이어져 온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완전히 멈춰 섰다"고 공식 경고했다.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을 극심한 정책적 딜레마로 몰아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 부양과 차환 부담 완화를 위해 연준에 연일 공격적인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다시 튈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오히려 긴축을 재검토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타격은 더욱 치명적이다.

우에노 츠요시 NLI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대급 통화 약세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수입 물가가 복합적으로 증폭되고 있다"며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제조업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경제 전반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원자재 지수의 18년 만의 최고치 근접은, 향후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AI 인프라 확장이라는 실물 수요가 결합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무력화하는 거대한 인플레이션 2차 파동의 시작’인 동시에 ‘탈달러화와 자원 블록화 속에서 원자재를 자급하지 못하는 수입 제조국들의 마진율과 거시경제를 시험대에 올리는 냉혹한 경제적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