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30년물 6% 돌파·프랑스·일본도 다년 고점…FT “매도가 매도 부르는 악순환”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국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약 13만6400원)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국채 발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 유럽과 일본으로 번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가파른 매도세로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34%까지 상승하면서 약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10년물 금리는 이후 5.29%로 내려가며 전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폭을 반납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32조달러(약 4경3660조8000억원) 규모의 미 국채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추가 금리 상승을 우려해 채권을 내다팔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37달러(약 13만6900원)로 2.4% 상승한 것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 미·영·프랑스·일본 국채금리 동반 급등
채권 매도세는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6%를 넘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이 수준을 돌파했다. 이후 5.94%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도 한때 0.1%포인트 오른 4.96%까지 치솟아 거의 25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4.81%로 내려왔다.
모히트 쿠마르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가 채권시장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며 “높은 변동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뜻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각국 채권시장의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글로벌 금리를 함께 끌어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이 밀러 취리히 수석 시장전략가는 각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서로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 손절·포지션 청산이 다시 매도 불러
최근 채권금리 상승폭이 커진 배경에는 대형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FT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이 전체 채권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거나 손실이 난 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장기채 보유자들이 손절에 나서고 그 매도가 다시 금리를 끌어올려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구조다.
마이크 벨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 시장전략 책임자는 “많은 투자자가 장기채 포지션에서 손절하거나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채권을 보유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시장에서 나타난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시장에서는 매도가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유가 100달러 재돌파…인플레 우려 재점화
최근 수개월간 글로벌 채권시장을 압박해온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이다.
FT는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가격과 미 국채금리 사이의 연관성이 1990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브렌트유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에 전이되고 중앙은행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금리를 밀어올렸다.
채권시장의 불안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스톡스유럽600지수는 0.6% 하락했고 영국 FTSE100지수는 1.2% 떨어졌다.
반면 미국에서는 S&P500 선물이 0.3%, 나스닥100 선물이 0.68% 상승하는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해리엇 밸러드 아비바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높은 금리에도 AI 관련 업종은 강한 실적으로 비교적 충격에서 보호받고 있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국채 불안 회사채로 번지나
국채시장 변동성이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확산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기업이 국채금리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투자등급 회사채가 국채보다 추가로 지급하는 금리는 이번 주 약 0.9%포인트까지 올라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앤드루 잭슨 본토벨자산운용 투자책임자는 국채금리를 따라 회사채 스프레드도 더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돈 것도 에너지 가격 충격이 경제 전반의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FT는 미국과 유럽, 일본 채권시장에서 각기 다른 재정·통화정책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를 연결하면서 글로벌 국채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