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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달러 쏟았는데 라인이 멈췄다"… 북미 배터리 공장, 'ESS'로 긴급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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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달러 쏟았는데 라인이 멈췄다"… 북미 배터리 공장, 'ESS'로 긴급 유턴

美 설비용량 275GWh vs 수요 182GWh 불일치… '7,500弗 세액공제 종료' 직격탄
포드·GM·LG엔솔·SK온, 공장 개조·매각 착수… AI 데이터센터용 BESS서 활로 모색
NMC서 LFP 전환에 18개월 소요 '병목'… 유럽도 '메이드 인 유럽' 의무화 속 혼선
LG에너지솔루션 ESS. 사진=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 ESS.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5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북미 전기차(EV) 배터리 공장들이 심각한 가동률 저하에 직면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 라인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BESS)로 긴급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한 데다 구매 보조금 일몰로 수요 절벽이 현실화되자, 막대한 고정비가 발생하는 유휴 라인의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정식 배터리 시장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모양새다.

10월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자동차 전문매체 로토 저널(L'Auto Journal)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미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연간 설치 생산능력(CAPA)은 275GWh에 달하지만 2026년 예상 실제 수요는 182GWh에 머물며 전례 없는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보조금 종료에 EV 등록 25% 급감… 포드·LG엔솔 등 '라인 개조' 총력


공급과잉을 촉발한 결정적 요인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7,500달러 연방 세액공제 혜택의 종료(2026년 9월 30일부)다.

보조금 중단 여파로 북미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가 6개월 만에 25% 이상 급감하면서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기업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파나소닉 등 합작 파트너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조용히 라인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포드는 이미 60억 달러가 투입된 켄터키주 글렌데일 합작공장의 유휴 설비를 연간 20GWh 규모의 대체 생산 라인으로 개조하기 위해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테네시 공장은 파트너사인 SK온에 매각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역시 전기차 전용 라인 재개발에 7,000만 달러를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3개 생산거점의 설비 전환을 추진 중으로, 이는 북미 전체 생산능력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밥 리(Bob Lee) LG에너지솔루션 북미 담당 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모든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잡는 BESS 급부상… 테슬라는 '마진 30%' 순항

제조사들이 대안으로 낙점한 분야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다.

특히 전력 소모가 극심한 생성형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흡수할 대용량 백업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BESS가 새로운 출구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북미 고정식 저장장치 수요는 2026년 76GWh에서 2031년 125GWh로 급증할 전망이다.

상업용 저장장치 '메가팩'을 선제 구축한 테슬라는 약 30%의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규제 크레딧을 제외한 전기차 부문 마진(15%)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만 하더라도 2025년 테슬라 메가팩 구매에 4억 3,000만 달러를 지출한 바 있다.

화학 조성 교체에 '최장 18개월'… 유럽 '메이드 인 유럽' 장벽도 가세


하지만 전기차 라인을 BESS 라인으로 즉각 바꾸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미국 내 배터리 라인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전지에 맞춰 설계된 반면, 고정식 ESS는 화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이 표준으로 쓰인다. 기존 팹의 화학 공정과 장비를 LFP 체제로 전환하는 데만 최장 18개월이 소요된다.

유럽 시장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국내 기업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EU가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ion Act)'은 세제 혜택 요건으로 배터리 모터·셀·양극재 등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하는 '메이드 인 유럽' 쿼터를 2027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현지 배터리 공급망 구축 속도가 뒤처진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스텔란티스의 ACC 합작 팹과 베르코어 등 역내 기가팩토리 프로젝트 다수가 지연·동결 상태에 빠져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전동화 속도 조절이라는 거대한 역풍 속에서, 유휴 배터리 공장의 대규모 고정비 부담을 BESS 전력망 인프라 시장으로 얼마나 신속히 흡수해 내느냐가 글로벌 배터리 연합의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