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무기 사들이던 한국 방산, 10년 만에 유럽 재무장 시계 앞당겼다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무기 사들이던 한국 방산, 10년 만에 유럽 재무장 시계 앞당겼다

- 수개월 단위 신속 납기 결합… 유럽 각국 화력 공백 메운 즉시 공급 체계
- 폴란드·북유럽 계약 확산… K9·K2·FA-50 앞세워 주력 공급국 도약
- 유럽 자국 방산 육성 기조 맞서 현지 공동 생산과 생산 체계 안정이 당면 과제
경남 사천시 공군3훈련비행단에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기가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남 사천시 공군3훈련비행단에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기가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방위산업이 지난 10년 사이 미국산 무기 주요 도입국에서 나아가 유럽 주요 군대의 무기고를 채우는 핵심 공급 축으로 도약했다.

포르투갈 경제 매체 저널 인사이드(Jornal Inside)는 2026년 10월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탄약 부족과 재보충 압박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수개월 단위로 무기를 인도하는 한국의 납기 역량에 주목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한국 주요 기업은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협력과 기술 지원을 결합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공급망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10년 만에 일어난 무기 수급 지형 변화

한국 방위산업의 도약은 국가 주도 산업 계획과 대기업 중심의 정밀 제조 생태계가 맞물린 성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공격기는 유럽 각국 군대의 전력 교체 사업에서 새로운 납기 기준을 세웠다.

유럽 국방 당국에서는 '속도는 억제력의 새로운 화폐'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서방 기존 방산 대기업들은 주문을 받은 뒤 인도까지 수년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했다. 한국 기업들은 수개월 단위 납기 일정을 제시했다. 즉각적인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유럽 정부에 이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완제품 공급에 머물지 않았다. 현지 정비 지원 체계, 생산 기술 협력, 유연한 금융 지원을 하나로 묶어 협상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 군이 곧바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가동 준비 상태를 제공하는 접근 방식이 주효했다.

동유럽과 북유럽 잇는 계약 행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련장 로켓을 아우르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초기 공급 물량은 단계별 납품 일정과 현지 조립 방식을 연계해 전력화 시점을 대폭 앞당겼다.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도 방위 전력을 보강하며 한국산 장비를 잇따라 도입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나토 연합 작전 호환성과 정비 자율성, 부품 확보 안정성을 고려해 K9 자주포를 실전 배치했다. 에스토니아는 포병 화력을 늘리고자 같은 장비를 들여왔고, 루마니아도 전력 규모 확충을 위해 K9 자주포 확보 절차를 밟고 있다.

저널 인사이드는 비축 물자를 서둘러 채워야 하는 국가일수록 현장에 들어오는 즉시 작동하고 전력 공백을 지워내는 한국산 무기를 찾는다고 전했다. 무기 체계 자체의 도입 가격뿐 아니라 실제 전투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서 한국산이 높은 효율을 입증한 결과다.

서방 공급망 결함 보완과 현지 경쟁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은 미국을 대체하는 구도가 아니다. 미국이 마주한 생산 능력 부족을 메우는 상호 보완 관계에 가깝다. 미국이 155밀리미터 포탄 공급선 등에서 심각한 병목을 겪는 사이, 한국이 서방 무기와 호환되는 화력을 뒷받침하는 안정된 제조 기지 구실을 해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유럽 내 입지를 다지고자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피지제트(PGZ)와 손잡고 공동 생산 라인과 정비 기지를 구축하는 식이다. 이는 유럽 현지 일자리를 늘리고 부품 조달 기간을 단축해 계약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정치 부담을 덜어준다.

다만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생산 주문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안정적인 하위 부품 공급망을 유지하고 숙련된 제조 인력을 지속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북유럽 국가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금과 자체 발주를 쏟아부으며 자국 방산 부흥에 나선 점도 중장기 경쟁을 달구는 요인이다.

시장의 관심은 단거리 방공망, 지능형 탄약, 유도 로켓 분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나토 규격에 맞춘 디지털 통합 체계와 현장 소프트웨어 개선 역량이 주요 시험대로 꼽힌다. 신속한 인도 능력과 장비 운용 신뢰성을 꾸준히 증명하는 공급자만이 치열해진 유럽 재무장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