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달러 조달 완료 주장에도 가격 협상 진행 중…AI 인프라 기업 신용위험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들의 대규모 도태와 통합을 경고한 가운데 스페이스X 역시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AI 반도체 구매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대규모 차입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채권 발행 가격을 둘러싼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로 기술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 가운데 머스크가 전문 AI 클라우드 업체인 네오클라우드의 대규모 도태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이외의 사업에서 상당한 매출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최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네오클라우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 AI 기업에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클라우드 업체다.
머스크는 이들 기업 상당수가 생존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에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0곳이 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작은 물고기인 구피가 대량으로 죽는 것과 같은 수준의 도태와 통합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이스X 53조원 조달 완료 주장…블룸버그 "협상 진행 중"
머스크는 경쟁사들의 자금난을 경고하면서 스페이스X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가 투자등급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 사업에서 상당한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자금조달 계약이 최종 확정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스페이스X의 400억달러 자금조달 계약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채권 발행 가격을 둘러싼 협상이 25일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계약 완료를 주장한 것과 달리 구체적인 자금조달 조건을 확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AI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스페이스X의 차입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투자등급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회사채 관련 신용위험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시각도 드러났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채무를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으로 가격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평가하는 신용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 주가 하락…차입 부담 우려 확산
머스크의 경고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AI 인프라 기업들은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왔다.
그러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과 장기적인 사업 지속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NYT는 앤스로픽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코어위브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주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26일 미국 주식시장 개장 전 거래에서도 약세를 나타냈다.
코어위브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늘어난 차입금과 향후 수익 창출 능력 사이의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는 관련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자금조달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AI 연산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사업을 집중한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은 다른 사업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대형 기술기업보다 자금시장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이들 네오클라우드 업체를 인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빅테크 실적·앤스로픽 IPO, AI 투자 신뢰 시험대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문제는 이번 주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맞물려 금융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주에는 SK하이닉스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들 기업이 발표하는 AI 관련 설비투자 계획과 수익성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모델 개발업체 앤스로픽의 기업공개(IPO)도 시장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앤스로픽은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개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앤스로픽이 이르면 다음 달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NYT는 앤스로픽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이 최근 확산한 AI 거품 우려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월가의 기대를 전했다.
반면 앤스로픽은 스페이스X, 아마존, 구글 등으로부터 클라우드 및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도 주요 평가 대상이다.
메타도 이날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50억달러(약 46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주식 발행과 향후 600억달러(약 79조5000억원)의 추가 주식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자금조달 계획은 950억달러(약 125조9000억원)에 달한다.
AI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성장 전망뿐 아니라 차입 부담과 실제 현금 창출 능력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NYT는 머스크의 네오클라우드 도태 경고와 스페이스X의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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