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칩 임대료까지 '하락 보험'…월가 AI 파생상품 확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칩 임대료까지 '하락 보험'…월가 AI 파생상품 확산

코어위브 풋옵션 거래 사상 최대…아마존·MS 등 5개사 신용위험 비용 상승
점프트레이딩·서스퀘하나, 컴퓨팅 가격 급락 대비 상품 개발…AI 투자 위험회피 확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행사에서 방문객이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행사에서 방문객이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월가에서 엔비디아 반도체의 컴퓨팅 연산능력 임대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파생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반도체 임대료 급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위험회피 수단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주식의 풋옵션 거래도 급증하고 있으며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기술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산업에 수조달러의 자금이 투입된 가운데 투자자와 기술기업 경영진들이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금융상품뿐 아니라 컴퓨팅 연산능력 자체를 거래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파생상품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코어위브 풋옵션 급증…2028년 주가 급락까지 대비


WSJ에 따르면 AI 투자에 대한 위험회피 수요는 주식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신생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주가 하락에 대비한 풋옵션 거래가 급증했다.

미국 옵션거래소 운영업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글로벌마켓츠에 따르면 지난달 코어위브 주식과 연계된 풋옵션 거래량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8년 만기 풋옵션 가운데 코어위브 주가가 35달러(약 4만6750원)까지 떨어질 경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계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주 약 55달러(약 7만347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일부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풋옵션은 투자자가 정해진 미래 시점에 주식 등을 사전에 약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옵션을 활용해 손실을 줄이거나 하락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솔라카 수석부사장은 주가 하락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강하다고 밝혔다.

솔라카가 관리하는 투자자 가운데는 대형 기술기업 주식에 자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개인들이 많다.

일부는 해당 기술기업의 전직 직원으로 주가 상승을 통해 막대한 자산을 형성한 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

솔라카는 “일부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의 가격 하락 위험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알파벳·MS 등 5개사 CDS 비용 2021년 이후 최고


AI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채권 정보업체 솔브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MS, 메타, 오라클 등 주요 기술기업 5곳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CDS 비용이 지난 한 달 동안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CDS는 채권 발행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CDS 비용이 상승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라클의 CDS 스프레드는 1%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솔브의 공동창업자인 유진 그린버그는 주요 기술기업 모두에서 CDS 비용이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특정 기업의 개별적인 신용 문제보다 AI 산업 전반의 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구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차입 규모와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 칩 임대료도 파생상품 대상…시간당 7.56달러


월가는 AI 산업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주식·채권 파생상품을 넘어 새로운 금융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컴퓨팅 연산능력의 임대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상품이다.

미국의 퀀트 거래업체 점프트레이딩은 최근 컴퓨팅 연산능력을 거래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점프트레이딩은 컴퓨팅 서비스 제공업체 사이의 가격 차이를 활용한 거래뿐 아니라 향후 임대가격 급락에 대비하는 장외파생상품도 설계하고 있다.

이같은 상품은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해 다른 기업에 임대하는 AI 인프라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컴퓨팅 수요가 줄어들어 반도체 임대료가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정한 가격으로 연산능력을 판매할 수 있는 풋옵션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임대업체는 약정한 가격으로 연산능력을 판매할 권리를 확보하고 점프트레이딩은 거래 상대방으로서 해당 위험을 인수한다.

계약에 따라 실제 컴퓨팅 연산능력을 임대하거나 가격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반도체 임대가격이 하락해도 파생상품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영업손실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는 구조다.

실리콘데이터 지수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B300 반도체 임대료는 올해 약 56% 상승해 시간당 7.56달러(약 1만100원)에 도달했다.

점프트레이딩은 예를 들어 임대가격이 시간당 4달러(약 5340원)까지 떨어질 경우 해당 가격에 컴퓨팅 연산능력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점프트레이딩의 데이브 올슨 사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AI 산업에서 어떤 업체가 성공하고 실패할지 더욱 신중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AI 사업의 경제적 구조와 수익성을 이전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프트레이딩 역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의 신용도와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서스퀘하나도 컴퓨팅 파생상품 검토…자금조달 지원 기대


미국의 대형 거래업체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도 컴퓨팅 연산능력과 관련된 파생상품 거래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

서스퀘하나의 닉 볼비 기관 예측시장 책임자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비상장 신생 클라우드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 변동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직접 또는 중개업체를 통해 위험회피 거래 가능성을 문의하고 있다.

컴퓨팅 연산능력 가격지수와 연계된 풋옵션은 향후 수요 감소나 공급 증가로 임대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이같은 상품은 AI 인프라 업체들의 은행 대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반도체 임대료 하락 위험을 파생상품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대출기관에 사업의 위험관리 능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비는 AI 인프라 업체가 금융기관에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회피 수단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지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거래소와 금융업체들도 컴퓨팅 연산능력을 활용한 새로운 파생상품 시장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미국의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는 뉴햄프셔주, 미시간주, 메인주 등에서 2028년 이전에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중단하는 조치가 도입될지를 대상으로 거래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상품의 실제 거래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 낙관론 유지 속 위험회피 수요 확대


AI 관련 위험회피 상품의 거래가 늘고 있지만 전체 AI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수준이다.

점프트레이딩의 올슨 사장은 위험회피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반드시 AI 산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에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더라도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AI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가격 급락이나 사업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AI 투자 열풍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가운데 주식과 회사채뿐 아니라 컴퓨팅 연산능력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위험회피 거래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기업들이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손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