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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쏠림에 멈춰 선 성숙 공정…매크로닉스·SK하이닉스, 플래시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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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쏠림에 멈춰 선 성숙 공정…매크로닉스·SK하이닉스, 플래시로 활로 찾는다

- 메모리 값 1년 새 6배 폭등 속 대만 매크로닉스 1조 6000억 원 설비 증설
- AI 서버 랙당 플래시 1000개 소모…고대역폭 플래시 계층 설계 급부상
- SK하이닉스, 기업용 SSD 확대 속 차세대 HBF 규격 개발 집중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인공지능(AI) 기반 시설 확충에 힘입어 2026년 700억 달러에 다가설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인공지능(AI) 기반 시설 확충에 힘입어 2026년 700억 달러에 다가설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4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인공지능(AI) 기반 시설 확충에 힘입어 2026년 700억 달러(약 94조 1850억 원)에 다가설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 매체 EE타임스는 2026년 11월 2일(현지시각) 매크로닉스 마틴 린 마케팅 이사 인터뷰를 인용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쏠림 현상이 플래시와 저장장치로 데이터를 나누는 메모리 구조 개편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연산 병목 현상이 깊어지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사 역시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을 늘리는 한편 차세대 고대역폭 플래시(HBF) 규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품귀 빚는 성숙 공정과 가격 상승 압박

대형 AI 모델이 확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구조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제조사가 HBM과 첨단 서버 메모리로 생산 라인을 집중하면서 성숙 공정 제품 공급 여력이 크게 줄었다. 노어(NOR) 플래시와 단일레벨셀(SLC) 낸드, 저용량 임베디드 멀티미디어카드(eMMC)의 공급 부족이 대표 사례다.

매크로닉스는 공급망 차질과 공정 전환 여파로 메모리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6배 뛰었다고 설명했다. 노어 플래시와 SLC 낸드, 32기가바이트 이하 저용량 eMMC의 합산 시장 규모는 2026년 240억 달러(약 32조 29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 공장을 짓더라도 장비 설치와 공정 인증, 수율 확보까지 2~3년 이상 걸리는 탓에 단기 공급난을 풀기는 어렵다. 매크로닉스는 이 공급 부족 여파가 2027년부터 차량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는 2026년 설비투자를 378억 대만달러(약 1조 6000억 원)로 늘려 12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을 넓힐 계획이다.

랙당 1000개 소모와 계층 분산 설계


AI 서버 확대는 부품 수량과 하드웨어 설계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 기존 일반 서버는 한 대당 3~5개의 플래시 장치를 쓰는 수준이지만, 최신 AI 서버는 제어 부품이 늘어나 랙 한 대당 1000개가 넘는 플래시 장치를 소모한다. 이전 세대 랙의 소모량인 600~800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연산 병목을 뚫기 위한 구조 전환도 한창이다. 마틴 린 마케팅 이사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미 충분히 빠르지만, 이제 메모리가 너무 느리다"고 짚었다.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가 겉돌며 지연 시간과 전력 소모를 키우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3차원 낸드와 고속 패키징을 묶은 고대역폭 플래시(HBF)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연산 지연에 민감한 데이터는 고가 HBM에 두고, 대화 이력 저장 공간 같은 방대한 데이터는 입출력 성능이 뛰어난 SSD와 플래시로 넘겨 처리 부담을 더는 방식이다.

한국 가치사슬 대응과 빅테크 변수


한국 반도체 제조사 역시 HBM의 견고한 입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낸드와 저장장치 부문에서도 고부가가치 솔루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0월 28일 3분기 실적설명회 자료에서 고용량 기업용 SSD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규격인 고대역폭 플래시(HBF)와 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통해 낸드를 AI 서비스의 처리량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는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제시했다. 거대언어모델 운용 비용을 낮추려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서버 구조 재편 흐름에 발맞춘 행보다.

이 같은 분산 구조 확산은 기업용 SSD 수요를 늘리고 차세대 플래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북미 클라우드 기업이 독자 칩 설계를 강화해 데이터 병목을 자체 패키징으로 해결하거나 인프라 투자를 늦출 경우, 고성능 낸드로의 수요 이전 속도는 완만해질 여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10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하는 일렉트로니카 2026에서 공개될 온디바이스 AI 메모리 실물과 주요 완성차 업체의 2027년 장기 공급 계약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HBM에 쏠렸던 인프라 투자가 낸드와 저장장치 계층으로 번져나가는 속도에 따라 차세대 메모리 공급망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