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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주가 묶인 삼성전자… 글로벌 펀드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소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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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주가 묶인 삼성전자… 글로벌 펀드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소각하라"

- 신제윤 이사회 의장 면담한 해외 큰손들… 기업 구조 단순화와 자사주 소각 공식 요구
-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 3.85배 머물러… 금융지주 15.9% 뛸 때 비금융권 개혁 지체
- 100조 원대 환원 선언한 SK하이닉스와 대비… 2027년 1월 잔여 재원 집행에 시선 집중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2026년 3분기 글로벌 기술기업 가운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7배에 머물렀다.

로이터는 11월 6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융회사와 달리 대형 재벌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지배구조 개혁 지연이 한국 증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상장사의 주주환원 이행 방식이 시장 재평가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해외 운용사 면담과 자사주 소각 촉구


삼성전자 신제윤 이사회 의장은 10월 실적발표를 앞두고 해외 주요 투자자들과 회동을 가졌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면담이 캐피탈 그룹과 아티산, 피델리티를 포함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주주환원 방침에 불만을 제기한 뒤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현행 환원 규모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단순 현금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선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부 펀드는 이익 환원 확대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부진한 계열사를 매각하는 전략 수정도 함께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신 의장이 주요 주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자본 배분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는 정상적인 주주 소통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 그룹과 아티산, 피델리티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30조 원 규모의 배당을 선언했으나 주주환원 몫으로 남겨둔 잔여 55조~75조 원의 처리 계획은 2027년 1월로 결정을 미뤘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10월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한데 묶은 750억 달러(약 100조 6500억 원) 규모의 종합 환원 패키지를 공표했다. 두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절반을 소폭 웃돈다.

선행 주가수익비율 3.85배… 제조업과 금융업의 밸류 격차


한국 증시는 연초 이후 한때 두 배 넘게 치솟았으나 여름을 지나며 조정을 겪은 뒤 연간 기준 35%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85배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의 17.64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70%가량은 여전히 주가가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로 거래된다.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 1.87배는 미국 마이크론의 7.8배, 엔비디아의 29배, 애플의 44배와 비교해 큰 격차를 드러낸다. 해외자본 유치를 겨냥한 체질 개선 작업이 지체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구상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맞춰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재벌 계열 대형 기업들은 최근 지배구조 개혁에 저항하고 있으며 관련 대관 활동도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한국의 은행 업종 지수는 15.9% 오르고 보험 업종은 48% 상승했으나 조선 업종은 42%, 기계 업종은 30% 하락했다.

로이터는 지난 3월 시행된 법률에 따라 기업들이 보유 자사주를 2027년 9월까지 의무 소각해야 하는 규제 환경을 맞았으며, 일각에서는 자사주가 지배권 방어에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고 짚었다.

행동주의 공세와 1월의 갈림길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도 상법 개정 움직임에 발맞춰 대형 기업을 상대로 공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의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이사회 특별위원회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잔여 환원 재원 집행을 미룬 결정이 합당한지 독립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 제임스 스미스가 이끄는 팰리서캐피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향해 우선주 매입 후 소각을 요구했다.

글로벌 자본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과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갈등은 제조업 중심 대기업 전반의 경영 과제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 제조사들이 보수적인 잉여금 운용 기조를 이어가며 자사주 소각에 거리를 둘 경우 시장 평가 차별화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2027년 1월 공개할 55조~75조 원 규모의 잔여 재원 집행 방안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어느 수준으로 반영될지에 주목한다.

인공지능 수요 확대로 반도체 사업 실적 호조가 뒷받침되고 있지만 지배구조 투명성을 요구하는 해외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한국 주요 기업을 향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참여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