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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100억달러 주식 기부에 경고…美 어린이 자산 위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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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100억달러 주식 기부에 경고…美 어린이 자산 위험 논란

전 FDIC 위원장 "스페이스X 주식 5년 매도 제한, 분산투자 원칙에 어긋나"
트럼프 계좌의 개별주식 기부 규정 비판…현금·인덱스펀드 중심 전환 촉구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어린이들에게 약 100억달러(약 13조6400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주식 기부 방식이 오히려 어린이들의 자산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개별 기업 주식을 기부받은 어린이들이 이를 5년 동안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규정이 투자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라 베어 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위원장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머스크의 주식 기부 계획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수혜자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美 어린이 7300만명에 주식 1주씩…약 100억달러 규모

머스크 CEO는 앞서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자신이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을 1주씩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베어 전 위원장은 미국 어린이 약 7300만명이 모두 주식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기부 규모가 현재 주가 기준 약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의 약 1.1%에 해당한다.

베어 전 위원장은 “이같은 기부는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의 일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분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상위 10% 부유층 가구가 전체 주식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보다 자본에 돌아가는 소득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면 복리 효과를 통해 자산을 형성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베어 전 위원장은 이같은 장점과는 별개로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고 관리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계좌에 개별주식 기부…5년간 처분 제한 논란


머스크 CEO는 주식 기부의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계좌'를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계좌는 미국 의회가 지난해 마련한 18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세제 혜택형 투자계좌다. 지난해부터 2028년 사이 태어난 일정 요건의 어린이에게 미국 재무부가 초기 투자금 1000달러(약 136만원)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다른 어린이들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지만 정부의 초기 지원금 대신 민간 기부 등에 의존해야 한다.

베어 전 위원장은 특히 미국 재무부가 마련한 임시 규정에 주목했다.

당초 트럼프 계좌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인덱스펀드 중심의 자산 운용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임시 규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개별 기업의 주식 기부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규정에 따르면 기부받은 주식은 원칙적으로 5년 동안 매도할 수 없다.

베어 전 위원장은 어린이와 보호자가 주식의 위험성을 판단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길 선택권을 제한받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투자계좌에 별다른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특정 기술기업 주식의 가격 변동에 자산 대부분이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술주 집중투자 위험…주가 급락해도 대응 어려워


베어 전 위원장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분산투자의 부재다.

스페이스X 주식을 1주씩 기부받는 어린이는 기업의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주가가 급격하게 조정받으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주식을 장기간 매도하지 못한다면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투자 위험을 조정하기 어렵다.

베어 전 위원장은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 기술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개별 기술주를 장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방식이 어린이들에게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가르치려는 투자계좌 제도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가 하락해도 기부받은 주식을 시장에 매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주식 기부자의 이해관계와 수혜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베어 전 위원장은 대규모 주식 기부가 부유층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머스크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부 계획을 발표한 점을 언급하면서 부유층의 자발적인 기부가 조세정책을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는 기부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관한 베어 전 위원장의 문제 제기로, 머스크가 실제로 이같은 목적을 가지고 기부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금 기부 후 인덱스펀드 투자 제안…매도 제한 완화 촉구


베어 전 위원장은 주식 기부 자체를 중단하기보다 수혜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마이클 델 일가처럼 현금을 기부하고 이를 폭넓게 분산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별 기업의 주식보다 다양한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 어린이들의 장기 자산 형성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개별주식 기부를 허용하더라도 보호자가 이를 매각해 분산투자 상품에 재투자할 경우에는 5년 매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기부 자산의 최소 90%를 현금으로 구성하고 개별주식 비중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기부자는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으면서도 특정 종목에 대한 과도한 투자 위험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어 전 위원장은 어린이들이 기부받은 개별주식의 수익률과 인덱스펀드의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금융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 기부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부 제도를 설계할 때는 부유한 기부자의 이해관계보다 어린이들의 장기적인 자산 형성과 투자 안전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