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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369)] 더블린 작가박물관에서 만난 걸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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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369)] 더블린 작가박물관에서 만난 걸리버

[글로벌이코노믹 예경순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겨울철 섬나라 여행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온화한 해양성 기후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곳으로 진작부터 점찍어 놓은 곳이 아일랜드입니다. 이곳 프라하에서 아일랜드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비수기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착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기에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아일랜드 행을 결정하였습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도착하니 기대했던 대로 날씨가 따뜻해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되기에 보무도 당당히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일랜드 더블린 작가박물관입니다. 수도 더블린 자체가 유네스코 문학 도시로 선정될 만큼 아일랜드는 유명 작가들을 많이 배출하였습니다. 작가 박물관에는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사뮈엘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등 여러 작가들의 유물과 작품이 전시되어 화려하고 신비한 켈트 문화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씩씩하고 낙천적인 켈트족의 후예로 남기까지 아일랜드는 강대국에 의해 핍박을 받은 수난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국의 지배 속에 가난하고 슬프며 아픔을 간직한 나라로 오랜 기간을 지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하고 암울한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하여 작품 속에 반영한 것이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입니다. 걸리버가 여행한 이상하고 신기한 여덟 나라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며 자유로움이라는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격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 자꾸만 자신을 얽어매는 현실의 끈을 풀고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조나단 스위프트가 처한 영국 지배 하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이 그의 숨통을 막아버릴 것 같아 그는 걸리버를 통해 자유롭게 여행하며 여러 나라를 비유적으로 풍자함으로써 현실을 벗어나려 한 것은 아닐까요. 끊임없이 계속되는 낯설고 이질적인 장소들, 그러한 공간 속에서 맘껏 자유를 누려봄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배낭족이 되어 세계를 누비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더블린 작가박물관에서 만난 걸리버를 보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글로벌이코노믹 예경순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