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는 이날 양모(60)씨 등 2명이 한화증권과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허가요청에 대한 원심의 허가불허를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환송했다.
양씨 등 437명은 2008년 한화증권에서 발행한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68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스마트 ELS 제10’호는 포스코 보통주와 SK보통주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상품으로 만기 상환기준일인 2009년 4월 22일 기준 두 기초 자산의 가격이 투자 당시 자산 가격의 75% 이상이면 투자원금과 함께 22%의 수익을 보장하는 ELS상품이다. 그러나 만기 상환기준일 기초 자산의 가격이 75% 아래로 하락하면 이자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양씨 등 437명이 투자한 ‘한화스마트 ELS 제10’호는 지난 2009년 만기 기준일 당시 기준가격의 75% 이상인 12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원금과 함께 이자를 지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 종료 직전 SK 보통주가 대량 매도되면서 SK보통주의 가격이 폭락해 투자자들은 22%에 달하는 투자수익은 물론 원금의 25.4%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투자자들은 ‘한화스마트 ELS 제10’호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RBC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으며, 금감원이 이를 조사한 결과 ‘주가조작 의혹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에 투자자대표 양모씨 등 2인은 법원에 한화증권과 RBC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증권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양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소명자료가 부족하고 손해배상 청구나 소송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만기평가일 SK보통주를 대량 매도했다 해서 원고들이 이 주가연계증권(ELS)을 매매, 교환, 담보제공 하는 등 적극적인 거래를 한바 없다”며 “원고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해당 ELS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손해배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3심에 나선 대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만기평가일 당일 피고의 SK 보통주 대량 매도로 인해 원고가 ELS를 거래하지 않은 것을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결한 원심의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특정 시점의 자산가격이나 관련 수치에 따라 권리행사, 조건성취, 금전 등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에 있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수당 및 기교를 통해 금융투자상품의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에 영향을 준 것은 금융상품거래에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SK 보통주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등 부정행위를 통해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자본시장법 제179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원심의 판결을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모씨 등 2인이 제기하는 소송의 결과에 따라 2인을 제외한 나머지 435명 전원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양모씨 등은 한화증권에 1억원, RBC를 대상으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계원 기자 oz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