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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무기 제조 능력 수년간 차질”…이스라엘·미국 공습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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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무기 제조 능력 수년간 차질”…이스라엘·미국 공습 여파

지난 2005년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5년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최근 이뤄진 가운데 파괴된 시설은 핵무기 완성에 필수적인 ‘금속화(metallization)’ 단계의 핵심 장비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이스파한 소재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우라늄 금속화 공장이 파괴되면서 이란의 핵탄두 제조 능력에 중대한 병목현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화는 고농축 우라늄을 고체 금속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핵폭탄의 기폭장치 핵심 부품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다.

◇ 트럼프 탈퇴 이후 이란 핵시설 급속 확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한 이후 이란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금속화 시설 확장을 정조준했다.
로버트 에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라늄 금속화 시설을 폭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루벨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도 “트럼프가 이 사태를 만들고선 자신이 구세주인 양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끔찍한 이란 핵합의에 반대했고, 이번 공습을 통해 전임 대통령들이 말만 하던 일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은 파괴됐고,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다.

◇ “핵폭탄 핵심 장비 파괴…복구까지 수년 걸릴 것”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이스파한 핵시설 내 2곳, 즉 금속 우라늄 생산 공장과 고농축 우라늄을 핵무기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폭격했다고 발표했다. 위성사진에선 파괴된 건물 위치와 ‘우라늄 농축 이후 핵무기 생산 단계’가 명확히 표시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공격이 “건설 중이던 고농축 우라늄 금속 처리 시설”을 직격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어 22일에는 미 해군의 핵잠수함에서 이스파한을 겨냥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수십 발이 발사돼 추가 타격을 가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은 우라늄 금속화를 다시 시작하려면 수년간의 복구가 필요하다”며 “핵탄두 제조의 병목 구간이 파괴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같은 날 “변환시설(금속화 시설)이 파괴됐고 현재 위치조차 지도에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란의 핵무장 능력을 수년간 지연시킨 성과”라고 주장했다.

◇ 핵합의 당시엔 금속화 흔적 전혀 없었다


지난 2015년 이란과 서방이 체결한 JCPOA는 농축 우라늄을 금속으로 전환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실제로 당시에는 관련 활동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이란은 곧바로 우라늄 금속화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IAEA가 이스파한 시설에서 3.6g의 우라늄 금속 생산을 확인했다.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이란 담당관은 NYT에 “이번 전쟁은 명확한 성과와 모호성을 동시에 남겼지만 적어도 무기화 단계에서만큼은 이스라엘이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위해 비밀시설을 이중화해왔다는 점을 들어 복구 시도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파괴된 이스파한 시설은 기존에 알려졌던 바라민 등지의 실험시설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완성도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