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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발목잡는 귀족노조 上] 조선, 철강업계 강성노조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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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발목잡는 귀족노조 上] 조선, 철강업계 강성노조 "어쩌랴"

유례없는 구조조정기…노조 회새 생존위해 고통분담하는 자세 가져야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대표적 중후장대 산업인 조선, 철강업계는 강성노조의 전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 조선업계의 강성노조는 최대 비난을 자초했다. 조선 빅3 노조는 회사 고통 분담에는 관심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20년만에 처음으로 공동 파업을 결의하면서 자기 이익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3사의 파업이 비난여론을 맞고 있는 것은 조선3사의 올해 상반기 적자가 4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록하면서 조직개편, 명예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데다 올 하반기에도 업황회복이 불투명한 '생존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적자를 내면서도 파업을 하겠다는 조선 3사 노조의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것. 심지어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면 조합비로 상품권을 주고 특정 공정 담당자들에게는 100%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귀족 노조'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사들은 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 말 많고 탈 많던 조선업계 노사협상 현재진행형


대우조선해양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임금협상을 마쳤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7101명의 조합원 중 686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4340명이 찬성해 63.2%의 찬성률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잠정 합의안의 주 내용은 ▲ 기본급 동결 ▲ 품질향상장려금 3만원 지급(생산직군 대상) ▲ 경영위기 조기극복 및 성과달성격려금 기준임금의 200% 지급 ▲ 교섭타결격려금 130만원 지급 ▲ 무사고·무재해 작업장 달성을 위한 격려금 100만원 지급 ▲ 주식매입지원금 기준임금의 50% 지급 ▲ 회사주식 150주 지급 등이다.

또한 노사는 사내복지기금 활성화 방안과 협력사근로자 처우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는 한편 회사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노사공동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일 17차 협상을 통해 ▲기본급 0.5% 인상(평균 9518원) ▲10% 리드타임 감소 격려금 250만원 ▲임금 타결금 150만원 ▲설·추석 귀향비 각각 30만원 ▲노사화합과 위기극복 실천 격려금 5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어 ‘2015 임금 찬·반 투표’를 실시해 유권자 5522명 가운데 3626명 찬성으로 합의안이 가결됐다.

올해 임금협상 추석 전 타결에 실패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0월 2일 교섭을 재개했다. 현대중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울산 본사에서 33차 교섭에 들어갔다. 앞서 노사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3일까지 집중 교섭을 벌였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임금동결을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임금인상을 포함한 추가제시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회사 측에 제안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파업 출정식 사진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 파업 출정식 사진

◆ 철강업계 "포스코, 동국제강 평화 노사타협의 표본, 현대제철 노조는 강경"


철강업계는 업체에 따라 고통을 분담하는 노조도 있으며, 강경하게 나가는 노조도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비교적 성공적인 노사협의를 마쳤다. 지난 8월 포스코 노사는 60세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확대, 연공위주 임금체계의 직무·능력·성과 중심 개편,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생 실천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포스코가 이번에 개선한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6세는 임금의 90%, 만 57세는 임금의 80%, 만 58세에서 정년까지는 임금의 70%를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성과급 400% 지급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상품권도 1인당 40만원씩 지급됐다.

포스코의 지난 2014년 타결내용은 임금 5% 인상, 400% 성과급, 주식 1주 지급 등이었다. 올해의 경우 임금은 동결됐지만 성과급은 유지됐고, 주식 1주가 전통상품권으로 바뀐 셈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7월 창립 61주년을 맞아 사내 2개 노조가 1개로 통합하며 올해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당장의 임금 인상보다 회사의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근로자들 사이에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사의 설명이다. 이에 동국제강은 회사가 직접 고용한 직원 100여 명의 고용을 보장했다. 동국제강이 최근 추진하는 경영 혁신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동국제강은 올 1월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면서 동국제강 약 870명, 유니온스틸 600여 명 등으로 구성된 복수노조를 갖게 됐다. 두 노조는 7월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노동조합 대통합 선언 서명식’을 열고 유니온스틸노조를 동국제강노조 부산지부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노사상생협력 공동선언식’을 열고 올해 임협을 회사에 위임했다. 임금은 동결됐고, 성과급과 일시급 또한 미지급으로 결정됐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조가 고통을 감내한 것이다.

반면, 노사협상이 진행 중인 현대제철은 협상이 삐끄덕 거리고 있다. 현대제철이 1차 제시한 것은 정기승호 1.2% 인상, 성과급 200%에 200만원 현금지급, 무상주 지급 등이었으나 노조가 거부한 상황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지부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특수형강은 노조의 2015년도 임금협상 관련 파업으로 사상공장, 녹산공장, 칠서제강소에서의 제품생산이 중단됐다고 1일 공시했다. 사측은 "노동조합과 임금협상 진행 중에 있으며 조속한 시일내에 생산재개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을 감안해 고통을 분담하는 선택을 했다.
동국제강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을 감안해 고통을 분담하는 선택을 했다.

◆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분담하는 자세 필요


조선, 철강업계는 지속된 불황으로 유례없는 구조조정기를 경험하고 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처지다. 외부에서는 노조가 이럴 때일 수록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욕심을 자제하고 회사의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철강, 조선 대기업 평균연봉은 7000만원 내외로 전 산업 평균치를 훌쩍 상회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조선, 철강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전 중인 사실은 온 국민이 듣고 알고 있는데 노조는 회사가 망하거나 말거나 집단의 위력으로 모든 것을 쟁취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공감대를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귀족노조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 회사의 살 길을 모색해 줘야 할 때지, 잇속을 차릴 때가 아니다"라며 "조그만 이득을 취하려다가 영영 직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음을 철강 및 조선업계 강성노조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