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 성분을 함유한 클레어스코리아의 ‘게리쏭9컴플렉스 크림’이나 달팽이 점액질 성분의 잇츠스킨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카르고’ 등은 국내 화장품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 마음에 ‘쏙’ 들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클레어스코리아 ‘게리쏭 마유크림’의 인기는 지난 2014년 2월 말 출시된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에 가면 주황색 통에 담긴 마유크림을 꼭 사와야 해!”
한국 여행 필수아이템으로 급부상한 ‘마유크림’. 무엇이 유커들을 열광케 했을까요?
중국의 고전 의약서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마유’는 주름은 물론 기미와 주근깨를 완화시키고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또 이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화상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성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유커들의 소비 경향과 맞물리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건데요.
한국에서는 온스타일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에서 배우 이하늬의 피부관리 아이템으로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마유는 말의 지방조직에서 추출한 동물성 지방성분을 일컫는데요. 말의 젖(乳)이 아닌 말의 기름(油)을 의미합니다.
마유는 수명을 다해 죽은 말의 복부와 엉덩이 부위 지방층에서 추출됩니다. 말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마유의 양은 제주산 말의 경우 1마리당 30Kg, 일본산 말은 60kg 정도입니다.
이때 채취된 마유는 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온·고압의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불순물과 고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보통 2~3회 정도 정제된 마유는 사골 육수와도 같은 하얀색을 띕니다.
또 다른 원료 히트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잇츠스킨의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카르고’입니다.
달팽이 점액 여과물인 ‘뮤신’이 21%(1만2600mg) 함유된 이 제품은 지난 2009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6초에 하나씩 팔리는 초대박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내에서 달팽이 요리는 정력 강장식품으로 알려진 고급 음식입니다. 먹기에도 아까운 달팽이를 화장품에 담았다는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콘셉트는 중국인들에게 잘 먹혀 들어갔습니다.
또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 '달팽이 크림 보습력이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며 1일 평균 검색량이 100만건 이상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자가치료 효능과 콜라겐·엘라스틴 등이 함유돼 손상된 피부의 진정 및 재생에 도움을 주는 ‘뮤신’ 성분은 스모그 등의 대기오염으로 피부 트러블에 민감한 중국인들을 유혹하는 데도 한몫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보내준 폭발적인 사랑에 잇츠스킨은 지난 12월 코스닥 상장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달팽이에게 전기충격 등 스트레스를 가했을 때 배출되는 점액질을 모으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달팽이가 지나가는 길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어 금방 축축해 집니다. 이 액체, 즉 점액질은 달팽이의 몸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수분을 유지해주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달팽이들은 항상 점액질을 내뿜습니다.
농가에서 사육되는 달팽이들이 먹고 놀고 움직일 때 점액질은 자연스럽게 곳곳에 묻게 됩니다. 농가에서는 이 점액질만을 모아 원료 가공 업체에 전달합니다.
달팽이 점액질을 얻는 방법, 생각보다 평화롭죠?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달팽이 점액질은 날 것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제, 제균, 건조, 파우더화 등의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은 파우더화 된 달팽이 점액질 성분을 불순물이 없는 순도 높은 정제수에 희석시켜 상품으로 제조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화장품들이 매장에 진열되고, 우리들 화장대 위에 올려지게 됩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