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루시드 폴이 원고지에 직접 써내려 간 그의 첫 번째 에세이자 2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8집 앨범을 겸하고 있다.
그는 또 "그렇게 나무도 흙 이불을 나눠 덮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배가 고픈 친구에게는 흙 이불 아래로 먹을 것도 나누고 간지럼도 태우고 서로를 쓰다듬으며, 우리의 언어로는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고 덧붙였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깨달은 삶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악인으로서 루시드 폴은 자신을 한껏 낮추었다. "인간이 언어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창작물 중에서 노래란 참 작고 흔하다. 웅장한 연설이나 촘촘한 논문이나 화려한 색채의 문학에 비한다면, 나 같은 산책 가이드가 더듬더듬 읊어주는 노래는, 정말 작다."
대중들의 관심은 그가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음악인이라는 데 있지만 루시드 폴은 나무가 꽃이라는 생명을 틔우듯 자신의 모든 삶에서 노래를 탄생시킨다.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내게 무엇이 쌓여 있는가를 돌이키는 일이다. 음악의 스타일이든, 실험하고 싶은 것이든, 멜로디든, 편곡의 아이디어든, 가사의 주제든, 제목이든, 마음과 기록 속에 쌓아둔 것들은 모조리 다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고, 작업을 시작한다. (…) 나무가 꽃을 틔우는 일과 같다. 나는 그 시간 동안은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곡만 만든다. 갈 수 있는 한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노래를 써낼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잠겨’만 있을 수는 없기에, 최대한 한 호흡에 짧고 깊게 몰아붙인다. 스킨다이버나 해녀처럼, 온 숨을 모았다가 한 번에 깊이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매년 앨범을 내거나 매달 곡을 만들어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