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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인력 공백' 현실화...원전산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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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인력 공백' 현실화...원전산업 어쩌나

한수원 등 공기업 신규채용 반토막, 대학 석·박사 과정 등 입학자도 감소
두산중공업은 원전사업·임원직 통폐합...협력사도 40% 구조조정 단행
"인력 해외유출, 수주경쟁력 약화, 안전사고 위험 증대 등 부메랑" 우려

우리나라 원전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원전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진=AP/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인력의 급격한 이탈이 현실화 되면서 이에 따른 기술 약화, 해외수주 경쟁력 저하 등 원자력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탈원전 선언'을 전후한 2016년과 2018년 두 시점에서 원전 공기업과 연구기관의 신규채용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821명에서 427명(-48%)으로 절반 수준 크게 줄었다. 한국원자력연료는 110명에서 22명(-80%)으로 5분의 1 규모로 급감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도 112명→46명(-69%),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65명→43명(-34%) 각각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을 포함해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한전KPS 등 3개사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인력 규모도 2015~2016년 2년간 총 170명이었으나, 지난해는 한 해 동안만 264명으로 급증했다.

한수원은 국내 유일의 원전운영 공기업이고, 한전기술은 원전설계, 한전KPS는 원전정비를 주업무로 하는 한국전력(한전) 자회사이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원전설계사도 탈원전 이전에 1300명 수준이었다가 이후 600명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 원전기업의 위축도 공기업과 같은 상황이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공급사이자 전체 회사 매출의 20%를 원전사업이 차지하는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기존 '원자력사업부문(BG)'과 '주단사업부문'을 '원자력사업부문'으로 통폐합했고, 원자력 담당 임원직 가운데 기획·설계·생산·품질관리 부문의 임원직을 아예 없애버렸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2년 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으며, 당기순이익은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서 지난 1~3월 1분기에 35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 90여 개도 탈원전 정책 후폭풍으로 평균 40%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처럼 민관 원전 기업의 인력과 규모 축소로 원자력 전공학생 수도 줄고 있다.

원자력학회의 조사에서 지난해 원자력 관련 전공 학·석·박사 인력은 총 683명이 배출돼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이후 꾸준히 늘었으나, 신입생 수는 지난해부터 학·석·박사과정 모두 감소하고 있다. 동시에 전과, 복수전공, 중도포기 인력도 크게 늘고 있으며, 영남대는 지난해 원자력연계전공을 폐지했다.

지난해 서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 원자력 전공자 취업률도 전년도인 2017년과 비교해 나란히 약 20%포인트 급감했다.

인력 공백뿐만 아니라 신규 연구개발(R&D)도 전면 중단돼 해외원전 수주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자력학회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R&D 투자를 해오던 한수원이 올해 말 종료되는 연구과제 이후 신규 원자로 관련 연구를 일절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출력을 낮춰 근본적으로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기술 '피동형 안전계통'을 희망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점진적 탈원전이라 표현하지만 탈원전 선언 후 10년이면 산업이 붕괴한다"고 걱정하며 "신규가동 예정인 5,6호기 등 앞으로도 60년간 원전을 정비하고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 전에 산업이 붕괴할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연속성 유지를 위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라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역점을 두는 원전 해체산업은 산업, 일자리, 지역경제 등 전후방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힌 뒤 "원전산업의 일자리 감소는 전문인력의 해외유출을 가속화시키고 글로벌 수주 경쟁력 약화의 부메랑 효과와 함께 국내 원전업계의 사기저하에 따른 원전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